
AI는 전에 못 하던 일을 하게 만든다. 코딩도 디자인도 모르던 나 같은 사람도 서비스를 뚝딱 만들게 되었기에, 개인 생산성 향상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조직 생산성도 같이 올라갔느냐고 물으면 저마다 답이 다르다. 전사 구성원에게 Claude Code를 설치한다고 성공적 AX(AI Transformation)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같은 AI를 사용하지만 어떤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알아서 실험하고, 어떤 조직에서는 AI와 대립하고 싸운다. 나는 그 차이가 '자율적 실험이 조직 내에서 스스로 일어나는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건 기술 리터러시의 차이가 아닌, 조직 문화적 결과에 가깝다.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본 사례는 메타다. 지난 4월, 메타는 미국 내 모든 직원들의 컴퓨터에 마우스 움직임과 클릭, 키 입력을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심지어 화면 내용도 주기적으로 캡처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목적은 명확하다. 사람이 실제로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지를 학습해야 일상 업무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 데이터가 성과 평가가 아니라 모델 학습에만 쓰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5월부터 전사 인력의 10% 감축이 시작됐고, 전 세계적으로 하반기 추가 감축도 예고돼 있다. 지난 6월에는 수집된 데이터 일부가 사내에서 광범위하게 접근 가능한 상태였다는 게 확인되면서 프로그램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직원들은 그전부터 사무실 곳곳에 항의 전단을 붙이고 있었다고 한다. 회사가 말한 '평가에는 쓰지 않는다'는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그 약속을 믿을 신뢰는 구성원들에게 이미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을 AI를 어떻게 인식할까? 나의 성과를 돕는 우군일까? 아니면 나를 대체하러 온 적군일까?
논란이 많아 보이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어쩌면 솔직한 쪽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지금, 대부분의 CEO들이 꿈꾸는 모습도 AI 네이티브 조직을 통한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닐까? 이 조직에서는 모든 미팅을 AI 노트로 녹음한다. DM과 이메일을 줄이고 소통을 시스템이 볼 수 있는 채널로 끌어낸다. 매출과 영업, 엔지니어링, 채용, 운영을 하나의 대시보드에 모아 회사를 '쿼리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에이전트들은 지난 스프린트에 뭐가 나갔는지 분석하고 다음 계획까지 제안한다. 매니저가 쓰던 보고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
AI 네이티브 조직의 모습과 메타가 조치한 일이 구분되는가. 사실 나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과정 자체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AI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려면 직원에게 줄 만큼의 맥락과 데이터를 모델에게도 줘야 한다. 메타가 취한 방법은 AI 네이티브로 가기 위한 정석에 가깝다. 하지만, 같은 조치를 두고 한쪽은 조직을 학습 구조로 설계하는 일이라 읽고, 다른 쪽은 나를 대체할 모델을 내 손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라 읽는다. 마치 나홍진 감독의 신작 'HOPE'를 보고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조직 내 '자율성 인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정보 공유'. 조직 차원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투명하게 다시 되돌아와서 학습에 활용되는가, 아니면 나를 감시하는가. 둘째, '의사결정'.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내가 판단할 수 있는가, 아니면 AI가 판단하고 우린 학습할 재료만 만드는가. 셋째, '실행 권한'. 일하는 방식을 구성원들이 직접 바꿀 수 있는가, 아니면 오로지 정해진 방식대로만 해야 하는가.
결국, AI를 잘 사용하더라도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열려 있으면 자율 조직이고, 구성원들의 일을 개선하는 계기판이 된다. 하지만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닫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설명해도 감시와 통제로 인식된다. 물론, 현실의 조직은 대개 그 사이 어딘가에 있고, 어느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느냐가 AI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통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규제 산업이나 보안·품질 이슈가 걸린 영역에서는 표준화된 절차와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문제가 되는 건 통제 그 자체가 아니라, 목적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행할 때가 아닐까. 신기하게도 조직문화는 날씨와 같아서, 사람들은 그 분위기를 꽤나 정확하게 읽는다.
정리하자면, AX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과 구성원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도입해 비용 절감에만 열을 올리면 구성원의 이탈과 분노가 따라온다. 반대로 경영진이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지원하고, 구성원이 함께 효율 방안을 설계하면 역량 증강과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조직 내 자율성 인식은 AI 도입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리더의 선택에 더 가깝다.
물론 이 과정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투명성은 감시로, 맥락 공유는 지시로, 효율은 통제로 흐르는 게 시스템의 관성이다. 그 관성을 거스르려면 누군가 의식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AX를 추진하는 조직이라면 앞의 세 축을 그대로 질문으로 바꿔서 물어보면 될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중요 정보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가? (정보). AI 도입 이후 관리자 승인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늘었는가?(의사결정). 일하는 방식을 구성원이 직접 바꿀 수 있는가? (실행)
그 이후, 조직문화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와 평가 제도가 뒷받침되며 궁극적으론 피터 센게가 말했듯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제조업체들이 AI 도입을 노사협의회와 협상해서 기술이 사람의 역량을 대체하지 않도록 정한 사례가 그 예시다. 하지만 위의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못 한다면, 바뀐 건 도구뿐일 가능성이 크다. 조직 차원의 AX는 위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지만, 조직이 실제로 바뀌는 건 제도와 문화가 아래에서 채워질 때다. 결국 AX 전환의 갈림길은 '참여'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