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미래의 일과 조직을 연구하는 다오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명이 모여 "AI 시대,어떻게 조직 내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란 주제로 실험과 연구를 했는데 그 중에서 나는 인터뷰를 담당했다. AI 시대를 주도하는 업계 전문가분들과 인터뷰를 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귀한 내용이 아까워서 일부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주제는 사람, 이번 편은 조직이다. 인터뷰 내용 요약 및 작성 시, Claude의 도움을 얻었다.
AI 시대, 대부분의 조직은 AI를 도입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경영진 회의가 진행되고, AI툴에 대한 교육도 했다. 개인 생산성을 늘어났다고 하지만, 조직 생산성은 여전히 그대로다. AI를 잘 사용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무엇이 다를까? 마음 AI 프로덕트 서인근님은 이 차이를 리더에서 찾았다.
"리더가 맨 앞에서 달려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긍정적 의미의) FOMO를 느낍니다."
대표가 주말에 시간을 쪼개서 앱을 만들고 제품을 내놓는 모습. 그걸 팀에게 계속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 사람보다 잘해야겠다", "저 사람이 일을 다 뺏어가면 어떡하지" 이러한 긴장감이 생겨야 생겨야 조직이 움직인다고 역설했다. 실제 레몬베이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CEO를 비롯한 주요 리더들이 AI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작년 하반기부터 전사 AI 활용에 가속도가 붙었다.
많은 조직이 AI 선포식을 열지만, 말로 하는 선언은 힘이 없다. 심규섭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어떤 회사에서 클로드 코드 부트캠프를 진행했는데, 대표와 경영진이 직접 들어와서 구성원들과 섞여 실습한 경우와 경영진이 자리를 비운 경우가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조직 최고의 경쟁력이다.
"그냥 가버리는 경우에는 거의 안 됐습니다."
리더가 앞에서 열심히 달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 AX가 조직의 제도 및 시스템과 통합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AI로 생산성이 올라갔고 팀원이 예전에 하루 걸리던 일을 2시간 만에 끝낸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나머지 6시간에 또 다른 일이 생긴다. 야근이 늘어나지만, 연봉은 그대로다. 처음에는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팀원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밖에 나가서 훨씬 더 큰 돈을 벌 것 같은데, 보상은 똑같네. 그냥 퇴사나 할까?"
이러한 인센티브 구조에서 팀원이 AI를 열심히 쓸 이유가 있을까? 누구나 동기가 저하된다. 이제 많은 조직들은 이러한 인센티브 얼라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유호현님의 팀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AI 덕분에 팀원의 역량이 커졌기에, 그에 많은 책임을 맡아보라고 권했지만 팀원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고 한다.
어쩌면, 그러한 반응은 자연스럽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더 높은 책임을 지고 권한을 행사하라는 것. 보상 체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요구만 높아지면, 당연히 저항이 따라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코르카에서 제품을 총괄하는 홍영기님의 조직에서 힌트를 얻었다. AI 네이티브 조직인 이 회사에는 특이한 규칙이 있다. AI 비용은 묻지 않는다. 클로드 프로를 쓰다가 코덱스로 바꾸고 싶으면 스스로 승인하면 된다. 그리고 2주에 한 번 'AX Day'를 운영한다. 하루 동안 하던 업무를 멈추고, 평소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을 자유롭게 만드는 날이다. 업무에 직접 도움이 안 돼도 괜찮다. 총무팀, 인사팀도 참여하고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1:1로 짝을 지어 함께 만든다.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게 AI 네이티브 전환의 필수 조건이에요."
서인근님은 한 가지를 더 강조했다. 조직 내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컨텍스트'가 쌓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에게 우리 회사의 맥락, 일하는 방식, 암묵지를 계속 학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Jira를 대체하는 도구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팀원들의 작업 패턴이 꾸준히 쌓이면 AI가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SaaS가 해결 못 하는 문제를 직접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다.
"시스템으로 데이터가 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크다운 파일이 내 컴퓨터에 있으면, AI의 완벽한 학습 데이터가 돼요."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보자. 리더가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하고, 조직 내 평가-보상 제도와 얼라인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심리적 저항을 낮추기 위해 도구 접근성을 높이고, 해커톤과 같은 이벤트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팀원들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논리는 '성과'가 아닌 '실험'이다. 호현님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일하는 게 아니라, 2주 동안 실험하는 거에요."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학습' 자체가 성과라는 프레임, 책임 추궁 대신 '실험'의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조직은 성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실험이라고 이름 붙이면 그 걱정의 무게가 달라진다. 실험은 실패해도 되기에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리더 뿐이다. 조직 차원의 AX가 바텁업이 아니라 탑다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개인 생산성 차원에서 AI를 잘 쓰는 것과 조직에서 AI로 일하는 것은 어느 순간까지만 비슷하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도구의 차이가 아니다. 리더가 직접 사용하는가, 어떤 문화를 만들었느냐, 조직의 제도와 어떻게 얼라인 했는가의 차이다. 여러분의 조직은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