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를 많이 쓰는데 왜 회사 성과는 그대로인가?
- AI 시대, 생산성 향상을 성과로 연결하는 기업의 조건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컨설팅, no1gsc@naver.com)
AI 활용이 성과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AI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기업은 앞다투어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직원들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검색하며 회의록을 정리할 때 AI를 활용한다. 불과 몇 년 전 몇 시간이 걸리던 일이 이제는 몇 분이면 끝난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AI는 이미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이 반드시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업무 처리 시간은 줄었는데 매출과 이익은 크게 늘지 않고, 직원들의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조직의 경쟁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AI는 성과를 만들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증폭 시키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AI 활용과 기업 성과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생산성과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 생산성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수행하는 것이다. 반면 성과는 고객 가치가 높아지고,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며,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생산성은 과정이고 성과는 결과이다. AI는 과정을 혁신 하지만, 결과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과 조직이다.
왜 AI를 적극 활용해도 기업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일까?
첫째, 절약된 시간을 새로운 가치 창출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두 시간 만에 끝냈다면 남은 두 시간을 고객을 만나거나, 신제품을 기획하거나, 업무를 개선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유 시간이 가치 창출과 무관한 일에 활용된다.
둘째,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하면서도 기존의 결재 절차와 보고 체계, 불필요한 회의와 반복 업무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생산성 향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I를 도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 개인의 생산성이 조직에 공유되지 않는다.
직원 개인은 AI를 활용하여 뛰어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조직 안에서 공유되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경쟁력은 높아지지 않는다. AI 활용 노하우와 우수 사례를 표준화하고 조직의 자산으로 만드는 기업만이 지속적인 성과를 만든다.
넷째, 성과 목표 없이 AI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하라."는 지시는 많지만 "AI를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몇 퍼센트 높이고 원가를 얼마 절감하라."는 목표는 부족하다.
AI를 활용하여 성과에 기여하도록 어떻게 할까?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면 기업은 잉여 인력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은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절감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절감된 인력을 미래 성장 분야에 재 배치해야 한다. 고객 경험 개선, 신 사업 발굴, 데이터 분석, AI 서비스 개발, 품질 혁신, 해외 시장 개척 등 기존에는 인력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했던 영역에 투입해야 한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최근에는 신입 사원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신입 사원의 반복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점도 있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즉시 성과를 내는 경력직 중심의 운영이 가능하다. AI 활용으로 교육 기간도 단축된다.
그러나 단점은 훨씬 장기적이다. 신입 사원은 미래의 팀장이고 임원이며 CEO 후보이다. 채용을 중단하면 몇 년 뒤 조직의 허리가 사라진다. 또한 신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지털 감각을 조직에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 기업일수록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채용은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 업무 인력은 감소하겠지만 AI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 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결국 AI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얼마나 큰 성과를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첫째, AI 활용 목표를 업무 효율이 아니라 경영 성과와 연결해야 한다.
둘째, 절약된 시간을 새로운 가치 창출 업무에 재 투자해야 한다.
셋째, AI 활용 우수 사례를 조직 전체의 표준으로 만들어 조직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성과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여 AI가 가장 큰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직원들에게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문제 해결력, 창의성, 고객 이해, 협업 능력을 함께 길러 주어야 한다.
AI는 인간보다 더 빨리 계산하고 더 많이 찾아주며 더 쉽게 문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어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어떤 사업을 선택할 것인지, 조직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는 생산성을 높여주는 엔진이다. 그러나 기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방향을 정하는 리더십과 실행하는 조직이다. AI를 잘 사용하는 기업보다 AI를 성과로 연결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