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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과 함께 VIPS로 외식을 하러 갔습니다.
뷔페 한쪽 국수 코너 앞에서 잠시 멈춰 섰습니다. 예전 같으면 조리사가 서서 면을 삶아주고, 국물을 붓고, 금방 한 그릇을 내어주었을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 자리에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신 로봇 한 대가 있었습니다.
원하는 메뉴를 누르고 그릇을 올려놓으면 로봇이 면을 삶고 국물을 부어주었습니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답답했습니다. 사람 손이면 30초면 끝날 일을 로봇은 몇 분에 걸쳐 천천히 해냈습니다. 면을 삶고 국물을 붓는 일은 분명 단순한 일인데, 그 단순함 안에서도 아직 사람의 속도와 유연함을 따라오지는 못해 보였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은 들어왔지만, 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신할 정도로 자연스럽지는 않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장면을 떠올리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지인 중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계신데, 그분의 가장 큰 고민은 늘 메뉴나 매출이 아니라 사람의 불확실성이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 직원, 하루아침에 그만두는 직원, 어렵게 뽑았는데 바로 사라지는 직원이 늘 변수라고 했습니다. 이분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 더 빠르다”는 사실보다도 “오늘도 내일도 동일하게 안정적으로 일해줄 수 있는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은 느릴지 몰라도 변덕이 없고, 감정 기복도 없고, 최소한 예측 가능한 속도로 움직입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더 빠른 것이 좋은가, 더 예측 가능한 것이 좋은가입니다.
이 두 장면 사이에서 저는 AI와 자동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을 봅니다.
이제 일터는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일은 사람보다 느려도 기계가 더 적합하고, 어떤 일은 기계가 아무리 빨라도 사람이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구분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외식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농촌은 이미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고, 건설 현장 역시 인력 부족과 의사소통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은 어렵게 채용한 인재가 대기업의 채용 공고 하나에 흔들리는 현실을 매일 겪고 있습니다. 백업 인력 없이 빡빡하게 운영되는 작은 조직일수록, 한 사람의 이탈이 주는 충격은 훨씬 더 큽니다. 그래서 많은 일터가 지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떤 일은 사람에게 맡기고, 어떤 일은 자동화와 AI에게 넘겨야 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닙니다.
맥도날드는 2026년 6월 발표한 McDonald’s > NEXT 전략에서, 고객 여정의 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수록 고객과 직원이 만나는 접점은 줄어들고, 그럴수록 사람을 “보이고, 환영받고, 가치 있게 느끼게 하는” 환대의 기준은 더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전략은 다음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맥도날드는 2026년 미국 5개 매장에서 ArchIQ라는 AI 기반 드라이브스루 주문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구글 기반 AI 주문 플랫폼으로 소개되었고, 영어와 스페인어 주문 처리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다만 맥도날드의 AI 주문 실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4년에는 IBM과 1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진행하던 AI 드라이브스루 테스트를 종료한 바 있으며, 당시 맥도날드는 음성 주문 솔루션이 여전히 자사 매장의 미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AI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처음에는 사람보다 느리고, 어설프고, 심지어 실수도 합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속도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관성, 예측 가능성, 운영의 표준화, 그리고 사람을 더 중요한 일에 재배치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맥도날드가 말하는 NEXT 역시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더 많은 고객을 더 자주 오게 만들고 운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음 단계의 성장 전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NEXT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답이 “사람을 없애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더 선명하게 정의하는 조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AI가 국수를 삶아줄 수는 있습니다. 주문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리포트를 써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어떤 긴장을 읽어낼 것인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사람은 느리지만 맥락을 읽고, 관계를 만들고, 책임을 집니다.
AI는 빠르게 계산하지만, 무엇을 위해 계산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조직에서 사람의 핵심 역할이 세 가지로 더 또렷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첫째,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데이터가 더 많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기준입니다. 같은 숫자를 보고도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하는 능력은 결국 리더와 구성원의 몫입니다.
둘째, 관계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자동화가 접점을 줄일수록 남아 있는 접점의 질은 더 중요해집니다. 맥도날드가 말했듯 자동화된 여정 속에서 환대의 기준은 더 높아집니다. 기술이 많아질수록 사람다운 경험은 오히려 더 큰 경쟁력이 됩니다.
셋째, 일을 재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내 일이 AI로 대체되는가”가 아니라, “내 일을 어떻게 다시 쪼개고, 연결하고, 맡길 것인가”입니다. 반복과 탐지는 기계에게 넘기고, 해석과 개입과 책임은 사람이 맡는 식으로 일의 경계를 다시 그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NEXT는 기술 도입 그 자체가 아닙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단순 반복 업무에서 사람을 빼내고, 그 사람이 더 높은 수준의 판단과 협업과 설계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NEXT입니다.
AI 시대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귀찮은 일, 힘든 일, 반복적인 일을 하나씩 빼다 보면 결국 인간에게 남는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AI는 인간을 밀어내는 기술이기보다, 인간에게 계속 묻는 기술입니다.
너는 무엇을 잘할 것인가.
너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너는 어떤 부분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인가.
우리의 일과 우리 조직의 미래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 위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AI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될수록, 사람은 더 적게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본질적인 일을 해야 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기술을 구경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우리 조직의 NEXT를 스스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줄이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더 사람다워질 수 있도록 일을 다시 설계하는 조직으로 가는 것.
저는 그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이자,
우리 조직이 향해야 할 NEXT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