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일과 사람 2/7] 사용률은 높은데 초과근무는 그대로였다

[AI시대 일과 사람 2/7] 사용률은 높은데 초과근무는 그대로였다

"직원들 다 잘 쓴다는데 야근은 왜 안 줄죠?" CHO의 뼈아픈 질문에서 마주한 'Human-in-the-loop'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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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오렌지Sep 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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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던졌던 질문—"우리는 과연 AI에게서 손과 페달을 뗄 수 있는가?"를 가장 뼈아프게 마주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달 저희 회사 CHO께서 던지신 말씀이었습니다.

"작년부터 AI 도구를 적극 도입했고, 직원들도 대부분 잘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초과근무가 줄었다거나, 여유 인력이 생겨 다른 핵심 업무에 투입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네요. AI에 대한 투자와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 확인이 안 되니 답답합니다."

저는 이 말씀에 곧바로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CHO의 지적이 정확한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아직 현업에 확산이 덜 되어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우리 구성원들은 이미 AI를 매우 능숙하게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HR 조직 내부에서조차 일부 인원들은 바이브 코딩으로 업무용 앱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었고, 대다수 실무자는 AI 없이는 업무 진행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각 팀마다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사용 중이었습니다. 당연히 AI 사용률 지표도 높게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미 CHO께서도 다 알고 계시니 "확산 부족" 핑계를 댈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AI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왜 초과근무는 줄지 않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걸까요?

성과가 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성과를 잘못 측정하고 있거나, 도구 활용과 성과 사이에 무언가 빠져 있다는 식의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려면, 1편에서 제시했던 '자동차 운전 단계' 인포그래픽을 다시 펼쳐놓고 우리의 현 위치를 냉정하게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림1. 자동차 운전의 진화>

우리가 흔히 쓰는 '도구 사용률'이나 '절감된 업무 시간' 같은 지표는 현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절감되었다"고 말하면서도 "왜 여전히 바쁘고 야근을 하는지", "절감된 시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편 인포그래픽 (그림1)의 하단에 적힌 문장을 보시면, "사람이 하는 일은 줄고, 지켜보는 일이 늘어납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운전의 단계가 올라간다는 것은 곧 내 '두 손과 두 발'을 하나씩 차에게 넘긴다는 뜻입니다. AI 업계에서는 이를 세 가지 단어로 정의합니다.

1. Human-in-the-loop (사람이 프로세스 안에 갇혀 직접 뛰는 상태) – 그림1의 1~2단계

2. Human-on-the-loop (사람이 프로세스 위에서 지켜보고 감독하는 상태) – 그림1의 3단계

3. Human-out-of-the-loop (사람이 프로세스 밖으로 완전히 빠진 상태) – 그림1의 4~5단계

그림1을 보면, 0단계(지도책), 1단계(내비게이션), 2단계(하이패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운전자가 여전히 '두 손 + 두 발'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실시간 교통정보와 신호등 정보까지 알려주며 똑똑해져도, 실제로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의 LLM 활용이 딱 이 수준입니다.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정작 업무의 실행과 책임을 AI에게 넘긴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우리는 도구가 똑똑해진 것을 두고 일하는 방식이 진화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우리는 여전히 운전대에서 손발을 떼지 못한 채 Human-in-the-loop(1~2단계)의 늪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제가 기획했던 'Job/Skill 체계 Advisor'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처음 기획 당시에는 회사의 향후 3개년 서비스 로드맵(SRM)과 기술 로드맵(TRM), 대외 시장 트렌드를 바탕으로 AI가 직무 신설, 명칭 변경, 통폐합 등의 개선안을 단번에 도출해 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AI가 그럴듯한 제안을 내놓아도, 현업 조직장들과의 합의(Consensus)에 앞서 Job/Skill 체계 실무 담당자조차 그 제안을 곧바로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며칠 동안 AI와 문답을 주고받으며 사람이 일일이 검증하고 수정한 끝에야 협의 1차 개선안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철저한 Human-in-the-loop 방식이었습니다.

이 업무가 진정한 Human-on-the-loop (3단계: 반자율주행, 발을 떼는 단계)로 전환되려면 프로세스가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CTO 기술직무 분야라면, AI가 사내 로드맵과 시장 트렌드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해 1차 개정안을 만듭니다. 이어 HR 담당자의 개입 없이 기술 조직 임원과 사내 전문위원들에게 피드백 요청 메일을 발송하고, 취합된 의견을 반영해 2차 개정안까지 생성한 뒤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승인 요청을 올리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사람은 중간 과정에서 손발을 떼고, 시스템 상단에서 최종 승인(Gatekeeping)과 예외 상황만 감독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Human-out-of-the-loop (4~5단계: 손도 눈도 떼고, 좌석에 없는 단계)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HR 담당자의 역할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AI 에이전트가 시장 변화를 실시간 감지해 직무 체계를 스스로 업데이트하고, 사내 시스템에 즉시 반영하여 무인(無人)으로 운영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그림2. AI와 일하는 방식>

그렇다면 이 단계들 중 어디가 가장 넘기 힘든 벽일까요? 모든 구간이 넘기 힘들지만,

'두 손과 두 발'을 운전대에서 떼어 차에게 위임하는 첫 번째 문턱, 즉 2단계에서 3단계(Human-on-the-loop)로 넘어가는 구간을 넘어서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차량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3단계 기술이 장착되어 있지만, 불안해서 이 기능을 켜지 못하는 운전자가 수없이 많습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뢰'와 '통제권 이양'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이 기능을 완전자율주행으로 착각해 전방 주시를 게을리하다가 대형 사고를 내기도 합니다.

처음 CHO께서 던지셨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AI를 쓰는데도 초과근무가 줄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두 손과 두 발'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Human-in-the-loop(1~2단계)를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의 방식도 가치는 있습니다. 개인의 생산성이 올랐고 산출물의 완성도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줄이거나 초과근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손이 빨라진 만큼 해야 할 일의 범위가 넓어졌고, AI의 산출물을 검증하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며, 새로운 AI 활용 툴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리소스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1의 맨 하단 문구처럼, "사람이 하는 일은 줄고, 지켜보는 일이 늘어나야" 비로소 성과와 여유가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사람이 하는 일'만 잔뜩 늘려 놓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용률 100% 뒤에 숨겨진 초과근무의 진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두 손 두 발'의 굴레를 벗어나 안전하게 발을 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 'Human-on-the-loop'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워크플로우 설계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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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오렌지
엔지니어,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HR AX 추진 중
SI기업에서 시스템 엔지니어(DW/CRM)로 일하다가 통신, 모바일, 미디어 산업분야의 전략/신사업 기획, 컨설팅을 거쳤고, 현재는 통신사에서 DX, AX 전문가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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