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협업에 대해 고민하다] 3부. AI와 각자 일하는 시대, 함께 판단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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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협업에 대해 고민하다] 3부. AI와 각자 일하는 시대, 함께 판단하는 방법

개인이 팀이 될 수 있는 이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함께 판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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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유수연Sep 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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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을 넘어 일하는 방식으로 들어오는 퍼실리테이션

앞에서는 AI에게 맡길 수 있는 범위와 사람들이 함께 판단해야 하는 지점을 알아보는 ‘논의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술역량은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게 하고, 인간역량은 어느 순간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다시 연결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게 한다.

그런데 경계를 알아보는 것과 그 순간에 실제로 좋은 공동의 판단을 만들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개인과 AI가 함께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각자의 사고는 이전보다 훨씬 깊고 넓어질 수 있다. 문제를 정의하고 자료를 찾고, 가설을 세우고 반론을 검토하고, 대안을 비교하는 과정까지 AI와의 대화 안에서 진행된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고도 꽤 먼 곳까지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대부분 개인의 화면 안에서 일어난다는 데 있다.

동료가 보는 것은 대개 최종 결과물이다. 그 사람이 처음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어떤 질문을 AI에게 던졌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았는지, 어떤 대안을 검토하다 버렸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각자는 더 많이 생각하지만, 서로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오히려 덜 보일 수 있다.

필요한 순간에 다시 사람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생각을 실제로 꺼내고, 비교하고, 필요한 선택으로 이어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라, AI가 등장하고 나서 회의의 숫자와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 들었는가? 과연?

좋은 공동의 판단에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공동의 판단에는 먼저 공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회의실과 같은 물리적 장소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회의’라는 본질적 개념을 말한다. 정확히 말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경험과 정보, 판단과 우려가 한꺼번에 펼쳐져 서로에게 보이는 상태다. 나는 이를 ‘관점의 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관점의 장에서는 결론만 보여서는 부족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았는지, 어떤 전제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드러나야 한다. 아직 덜 정리된 생각이나 반대 의견, 소수의 우려도 너무 빨리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

같은 문제를 보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을 가까이 만나는 사람, 실행을 담당하는 사람, 예산을 책임지는 사람, 조직 전체의 방향을 보는 사람은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차이를 먼저 펼쳐놓아야 한 사람의 생각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드러난다.

그래서 좋은 공동의 판단에는 시간도 필요하다.

시간은 회의를 오래 한다는 뜻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만나 각자의 펼쳐진 관점을 읽어보고, 질문하고, 서로 다른 전제를 확인하고, 내 생각을 수정하고, 여러 선택지를 비교한 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시간이다. AI는 답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답이 나온 순간 판단까지 끝난 것처럼 느끼기 쉽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이 놓여 있는 공간에서 그것들을 충분히 바라보고 대화하는 과정까지 줄여버리면, 빠른 답을 얻고도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관점의 장은 생각을 넓히고, 충분한 논의의 시간은 생각을 깊게 한다. 그래서 ‘진짜’ 결정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각자의 생각은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공동의 판단으로 이동할 수 있다.

좋은 판단은 실행의 맥락까지 포함한다

함께 좋은 결론을 내렸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업무에 들어가면 권한과 책임, 시간과 예산, 기존 업무와의 충돌, 관련 부서의 협조, 시스템과 보안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공동의 판단은 자연스럽게 실행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가 이 일을 맡을 것인가. 어디까지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가. 어떤 부분은 AI가 더 잘할 수 있는가. AI가 한 결과를 누가 검토할 것인가. 사람이 직접 하던 일 가운데 무엇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가. 그리고 실행 도중 상황이 달라지면 어떤 지점에서 다시 함께 판단해야 하는가.

특히 AI 시대에는 사람이 직접 할 일과 AI에게 맡길 일을 분리하는 시도 자체가 실행설계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계속 붙잡고 있다면 기술을 활용하는 의미가 줄어들고, 반대로 판단과 책임까지 무리하게 AI에게 넘기면 실행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좋은 공동의 판단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AI가 어떻게 함께 실행할 것인지까지 설계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퍼실리테이션(FT)은 왜 업무 안으로 들어와야 할까?

퍼실리테이션을 사람들이 교육장에 모여 포스트잇을 붙이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적 워크숍으로만 생각하면, AI와 퍼실리테이션을 연결하는 일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퍼실리테이션의 본질은 원래부터 장소나 도구에 있지 않았다. 서로 분리되어 있는 지식과 경험, 관점을 드러내고 그것을 공동의 판단과 실행으로 연결하도록 사고와 상호작용의 과정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언제 각자 먼저 생각할 것인가. 언제 AI를 활용해 대안과 반론을 넓힐 것인가. 언제 서로의 생각을 펼쳐놓을 것인가. 무엇을 함께 판단하고 무엇은 개인에게 맡길 것인가. 어디에서 논의를 멈추고 실행으로 넘어갈 것인가. 실행 중 무엇이 달라졌을 때 다시 사람들을 연결할 것인가.

퍼실리테이션은 이런 경계와 흐름을 설계하는 데 힘을 발휘한다.

AI 시대에 퍼실리테이션의 본질이 새롭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그동안 워크숍에서 주로 경험했던 이 방식을 실제 업무 속으로 더 자주, 더 짧게 가져올 필요가 있다.

반나절짜리 워크숍일 필요도 없다. 회의 전에 각자 30분 동안 자신의 생각과 근거를 정리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온라인에서 판단과 우려를 먼저 공유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각자 AI와 일한 뒤 의견 차이가 큰 부분만 골라 20분 동안 이야기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잠시 멈추어 다시 판단을 연결할 수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굳이 나눌 필요도 없다. 개인의 AI 대화, 비동기적인 의견 공유, 짧은 온라인 미팅과 대면 숙의가 하나의 업무 흐름 안에서 이어질 수 있다.

FT는 워크숍에서 끝나는 방법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사람들의 생각을 연결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모든 업무에서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다.

AI와 FT가 함께 작동하는 업무의 순환

AI와 FT가 실제 업무에서 결합되는 모습은 하나의 고정된 절차일 필요가 없다. 업무가 단순하면 몇 단계를 건너뛸 수도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과제라면 같은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할 수도 있다.

다만 기본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1. 목적과 문제, 판단기준을 정한다.

    우리가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번 일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무엇을 좋은 결과라고 볼 것인지 먼저 맞춘다.

  2. 각자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AI와 탐색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너무 일찍 영향을 받기 전에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초기 판단을 만든다. AI를 활용해 자료를 찾고, 대안과 반론, 실패 가능성을 넓혀본다.

  3. 관점의 장을 만든다.

    각자의 결론 뿐 아니라 근거와 전제, 우려와 다른 관점을 서로 보이게 펼쳐놓는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먼저 확인한다.

  4. 함께 숙의하고 선택한다.

    차이가 큰 지점을 중심으로 질문하고 논의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포기할지 결정하고, 선택의 이유와 책임 주체도 함께 확인한다.

  5. 실행을 설계하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나눈다.

    결정을 실제 업무로 바꾸면서 누가 무엇을 할지 정한다.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할 부분과 AI가 생성·분석·지원할 부분, 사람이 다시 검토할 부분을 구분한다.

  6. 업무자동화를 설계한다.

    AI가 맡을 수 있는 부분 가운데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는 자동화 가능성을 살펴본다. 한 사람이 자신의 업무 안에서 직접 설계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프로세스를 보면서 자동화 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 구성원마다 AI 활용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의 방법을 함께 보면서 업무방식을 개선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학습이 될 수 있다.

  7. 실행하면서 판단과 변화를 기록한다.

    계획대로 된 것만 기록하기보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고, 무엇을 바꾸었으며,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를 남긴다. 그래야 실행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8. 좋은 사례를 공유하며 조직이 함께 학습한다.

    AI 활용과 새로운 업무방식은 학교에서 한 번 배우고 끝나는 종류의 역량이 아니다. 실제 일을 하면서 발견한 좋은 사례가 조직 안에서 자주 공유될수록 다른 구성원도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특히 “어떤 AI를 썼다”는 팁만 공유해서는 부족하다. 어디까지 개인과 AI가 처리했고, 어느 순간 사람들의 판단을 다시 연결했으며, 그 결과 업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함께 공유되어야 한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 조직은 AI 활용능력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판단의 방식까지 함께 학습할 수 있다.

  9. 필요한 순간에 다시 숙의한다.

    실행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생기거나, 처음의 전제가 달라지거나, 다른 업무와 충돌이 생기면 다시 필요한 지점으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결정하는 대신 실행과 판단을 순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업무에 같은 절차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가 명확하고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일이라면 개인과 AI가 빠르게 처리하면 된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결과의 영향이 큰 일이라면 더 많은 관점과 논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성격에 맞게 개인의 사고, AI 활용, 공동의 판단과 실행을 적절히 연결하는 것이다.

AI와 FT의 결합은 두 개의 교육을 합치는 일이 아니다

여기서 FT가 모든 조직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꺼내고 서로의 관점을 보며 공동의 판단으로 이동할지를 설계하는 데 강점이 있다. 실제 과제를 행동과 학습으로 이어가는 일에는 액션러닝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조직구조나 제도, 권한과 평가체계를 바꾸는 일은 조직개발이나 컨설팅의 영역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AI와 FT의 결합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AI는 개인 한 사람이 탐색하고 분석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범위를 폭발적으로 넓힌다. FT는 필요한 순간에 그 확장된 사고들을 다시 꺼내 서로 연결하고, 공동의 판단과 실행으로 이어가도록 돕는다.

그리고 실행 이후에는 좋은 사례를 다시 조직 전체로 돌려보내야 한다. 개인이 발견한 AI 활용법과 팀이 경험한 좋은 판단의 과정이 축적될 때,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AI와 FT의 결합은 AI 교육과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하나의 과정에 나란히 넣는 것이 아니다. 개인과 AI가 깊게 일하고, 필요한 순간에 사람들의 판단을 연결하며, 실행과 자동화를 설계하고, 그 경험을 다시 조직의 학습으로 돌리는 새로운 업무의 흐름에 가깝다.

결국 3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키운다면, FT는 그 확장된 개인의 능력을 팀의 판단과 실행으로 연결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하는 방식을 조직 안에서 누가 설계하고 유지할 것인가. 언제 개인에게 맡기고 언제 사람들을 연결할지, 사람과 AI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자동화로 확보한 역량을 다음에는 어디에 쓸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4부에서는 AI 시대에 판단과 일을 재설계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시리즈 관련 글]
오프피스트 Offpiste - [AI시대의 협업시리즈 1/4] 1부. AI가 대화를 줄이면, 우리는 언제 만나야 할까?
오프피스트 Offpiste - [AI시대의 협업시리즈 2/4] 2부. AI를 잘 쓰는 것 만으로 충분할까?


수연
유수연
AI Integration Facilitator
국제인증 IAF-CPF입니다. AI기반 조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조직에 도움이 되는 퍼실리테이터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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