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목요일, 강남 수스페이스 오프피스트가 처음으로 연 워크숍에서 김성준 교수님 강의를 듣고 왔어요. AI 시대에 일과 조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강의가 끝났는데도 머릿속에서 문장들이 계속 움직여요.
경험의 의미는 겪을 때가 아니라 나중에 선명해진다 김성준 교수님의 말씀처럼...
그래서 오늘은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대신, 제 자리에서 남은 것들을 적어보려 해요. 코치로, 상담사로, 그리고 작은 교육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요. (아주 개인적인 리뷰에요)
( 참고: 하단 글 에서 찐초록은 개인적은 의견 파랑은 교수님의 말씀 입니다. )
(사진은 윤대표님께서 찍으신것이고, 개인의 얼굴이 안나오는 뒷모습 강의 사진으로 업로드 합니다)
강의가 시작되고 1시간 가까이, 20명의 참가자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조를 나누고, 참가한 이유를 이야기했어요. 흔한 오프닝이었지만, 늦은 퇴근 후 3시간이라는 피곤함 속에서 30분이라도 더 빨리 가고 싶은 건 모든 교육생의 마음이었을 거예요. 조별 나눔까지 마치고 “왜 강의를 시작하지 않지?”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저도 교육하는 사람인데, 보통 3시간 강의에 오프닝은 길어야 20분 정도를 쓰거든요.)
나눔이 끝나고 교수님이 물으셨어요.
“무엇을 관찰하셨나요?”
“연결되고 싶어한다”, “수렴과 발산”, “이 저녁에 다들 대단하다”, “각자의 고민이 있다”… 어색함을 깨고 이런저런 대답들이 이어질 때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요.)
“한국 사람은 판을 깔아줘야 Personal Touch를 시작하고, 그 뒤에 친숙해져요.”
그러고 보니 강의에서 그냥 서로 이야기하라고 하면 다들 어색해하잖아요.
그런데 만남의 방법을 이런저런 기획해 두면 그제야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신기하게도 한번 시작하면 또 안 끝나요. ㅎ Personal Touch를 바라면서도 어색해하고, 판이 깔려야 그제야 움직이는 우리의 마음이란 ^^

“이런 시간은 매우 비효율적이죠. 강의를 들으러 왔는데…
성숙한 리더는 효율을 따질 때와 철저히 비효율적일 때를 구별해야 해요.”
관계는 비효율적인 거예요. 관계에서 신뢰를 쌓는다는 건 시간을 쓰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비효율적인 일이죠. 교수님의 말이 담담히 공간을 채워 나갔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철저히 비효율적인 관계 중심의 사람이었는데, 회사를 운영하면서 점점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하게 됐거든요. 지난 몇 년간, 정확히는 대표가 된 이후로, 저도 모르게 아이들과의 시간, 구성원들과의 시간까지 효율로 재면서 생긴 마찰들이 떠올랐어요.
AI가 극단적인 효율을 가져다주면서 요즘은 조금씩 남는 시간이 생겨요.
그러다 문득 한참 아이들을 키우던 때가 생각났어요. 아이들과의 시간은 참 비효율적이었거든요. 아이들과 놀고, 먹고, 자고… 그 와중에 엄마인 제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곧 조급함이 생기고, 달려드는 아이들이 귀찮아지고요.
아이들과 만두를 빚어 먹겠다고 하면 준비만 1시간, 같이 만드는 데 1시간(혼자 하고 말지…), 난장판이 된 부엌 치우는 데 3시간. 그러고도 우리 눈에 “멋진 음식”은 없지요. 꼬물꼬물 모양도 엉망이고, 곳곳에 터진 만두 ㅠㅠ 나중엔 수제비인지 만둡국인지 모를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요.
그 “완벽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과물과 생산성을 따지면 화가 나더라고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하지만 만두를 빚는 동안 웃고 떠들었고, 그 행복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아이들이 자랐고, 가족이 되고, 신뢰가 생겼어요. 그런데 그렇게 자랑 아이들은 지금 매우 독립적인 사람들이 되었어요.
20살, 17살이 된 아이들은 이제 “알아서”하는 … 사람이 된거죠.
코치가 된 뒤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어요.
어느 고객사 상무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팀장들… 다 내가 키운 새끼 같은 사람들인데, 팀장 되고 나서 깨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 말 때문에 그 고객사와 4년을 함께했어요.
한번은 팀장님 한 분이 3개월 코칭 과정 중에 부산으로 발령을 받으셨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분을 만나러 부산에 갔어요. (당시 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 출장비를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그분이 부산에 있기에 간거죠) 그런데 그 걸 팀장님도, 상무님도 굉장히 놀라워하셨어요.
왜였을까… ? 지금 생각해 보니 팀장 한 명, 1시간 반 코칭하겠다고 하루를 통째로 쓴 거니까요. 비효율적인 게 맞더라고요. 그런데 그 시간들이 쌓여 그 팀장님들이 성과를 다시 일으키고, 나중엔 사내코치가 되었어요. “코치님 때문에 버텼어요.” 그 말을 듣고 지난 모든 피로가 씻겨 내려갔어요.
그 비효율적인 시간,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관계를, 곧 신뢰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조별 토론 시간에 흥미로운 걸 봤어요. 모두 AI를 쓰고, 도구도 비슷해요. 그런데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달랐어요. 누군가는 영어를 다듬는 데 쓰다가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했고, 누군가는 노무사와 어떻게 대화할지 감을 잡는 데 쓴다고 했어요. 자존심 때문에 안 쓰려다가도 결국 쓰게 된다는 분도 있었고요.
김성준 교수님은 AI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지만, 거기서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발산한다고 해요. 같은 도구를 들고도 사람은 자기 모양대로 일하죠. 어쩌면 그 다름이 앞으로의 경쟁력일지도 모르겠어요.
교수님은 사람과 협업하려면 비용이 든다고 하셨어요. (완전 공감..) 설명해야 하고, 조율해야 하고, 갈등도 겪어야 하죠.
사실 하나가 더 있어요. 바로 ‘쿠션어’예요. (저도 얼마 전 성과 면담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건데요.) 쿠션어는 피드백할 때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말을 고르는 노력이기도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AI와 일할 땐 이게 거의 없어요. (저의 프롬프트도 “실행” “검토” 같은 명령어로 가득한…)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다시 해달라고 하면 돼고 설득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어요. 생각날 때 시키면 되니 24시간 가동이고요. 솔직히 너무 편해요.
그런데… 이게 무서운 부분이더라구요.
피로도가 낮은 관계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피로도가 높은 갈등을 점점 피하고 싶어지거든요. 그렇게 각자의 사일로에 갇히고, 조금씩 고립될 수 있어요. 논의를 적게하고 각자의 AI와 길게 논의하고 각자의 개별화된 실행은 더 빨라지고..
사일로… 각 개인이 사일로가 되어가요.

가장 크게 와닿은 문장은 이것이었어요. “모르는데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일은 알아야 할 수 있었어요. 모르면 전문가를 찾아야 했죠. 그런데 이제는 전문가 없이도 일이 돼요.
저도 그래요. 기획서 초안을 만들고, 검토하고, 오류를 잡는 일까지 AI와 해요. 예전 같으면 사람을 찾아가 물었을 일들이에요. 일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어요.
최근 저도 회계사에게 맡기던 일을 AI에게 맡기고 있어요. 기본적인 세금 신고는 회계사가 해주시지만, 제가 기대했던 재무 전략 같은 부분은 회계사님들도 저희 사업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온전히 제시하기 어렵더라고요. 예전엔 회계는 아예 모르는 분야라 시도조차 못 했는데, AI CFO를 셋팅한 뒤로는 웬만한 건 AI와 절세 계획도 짜고 재무 구조도 다시 설계해 보고 있어요. 기본적인 회계 업무도 AI가 실행해 주고요.
제가 준전문가가 되는 거더라고요. 최근엔 코드를 1도 모르면서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어요. 모르는 영역에 대한 시도가 쉬워진 거죠.
사실 회사에서 부서가 나뉜 이유 중 하나는 전문성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AI가 그 경계를 낮추고 있어요. 내가 모르던 영역의 일을 내가 직접 하게 된 거예요.
얼마 전 한 중소기업 대표님은 회계 직원들이 “나는 전문가고 이런 일만 한다. 협업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로 협업을 해주지 않아서, 직접 개발 조직과 회사 회계 시스템을 셋팅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일은 빨라지고 결과물도 좋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사람들이 협업 자체를 덜 하려 할 것 같아요. 시너지를 내야할 협업 대상인 조직의 사람에 대한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질 테니까요. 우리 회사도 이미 그 길의 입구에 서 있어요. (우리 모두의 고민…)
그런데 교수님은 한 가지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AI는 협업의 대상인가, 위임의 대상인가?”
교수님은 협업이란 서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끼리 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AI는 책임을 지지 않죠. 처벌할 수도 없고, AI가 무언가를 더 감수하며 스스로 책임을 질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AI는 위임의 대상이 되고, 실무자들은 각자의 AI와 논의해 만든 결과를 실행하면서 ‘책임자’의 자리에 서게 됐어요. 교수님은 내가 직접 한 일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만이 아니에요. 시킨 일의 결과까지 내가 설명하고 감당하는 책임, 바로 accountability라고 설명해주셨어요.
“AI가 잘못했어요”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요. 그 결과를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채택한 건 사람이니까요. 예전엔 리더의 몫이던 책임을 이제는 모두가 나눠 지는 시대가 됐어요.

강의에서 신기했던 건 실리콘 샘플링이었어요. 구성원의 성격검사나 서베이 데이터로 AI 페르소나를 만들고, 가상 조직에 제도 변화를 주어 반응을 미리 보는 거예요. 자세한 내용은 교수님의 책과 강의로 직접 만나보시길 바라요. ㅎ (시크릿)
AI로 우리가 가야 할 상황을 실측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한 장면들을 미리 써볼 수 있어요. 코치인 저에게는 리더가 자기 팀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성찰의 도구로 보였어요.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만약 이 내용을 AI가 문서로 토해냈다면 어땠을까요? 그 결과를 AI 음성이나 글로 읽기만 했다면요. 아마 “아~ 그거 그렇지, 나도 대충 알아” 하고 넘겼을 거예요.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가 기억하는 건 내용만이 아니에요. 교수님의 목소리, 중간중간 터지던 웃음소리, 옆자리에 앉았던 분의 표정, 조별로 둘러앉아 각자의 고민을 나누던 시간. 함께한 사람들의 온도가 그 장면들을 붙잡아 두어, 더 오래 남는 ‘기억’이 됐어요.
AI가 지식을 대신 전해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자리의 사람과 사람이 주는 온도까지 전해주지는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한데 모여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표정을 보면서요.
AI로 수렴하는 시대. 그래서 더, 사람으로 발산하는 순간들이 귀해요.
이번 주는 교수님 말씀처럼, AI와 일하며 잠깐씩 멈춰서 물어보려 해요.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 조직에는 어떤 의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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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 >
신뢰의 비효율에 대하여..
그런데 사실.. 좋은관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야기가 관계로만 끝난다면 우린 여기 있지 않을 거예요.
좋은 관계가 곧 성과인가에 대한 의문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요. 쌓아온 관계가 배신으로 끝난 기억도 모두 한 번씩은 겪어보셨을 거고요. (아직 아니라면, 정말 존경합니다 ^^)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결과가 다시 감정적 의존으로 돌아올 때의 피로감도 모두 겪어본 일일 거예요.
스티븐 M.R. 코비는 『신뢰의 속도』에서 이렇게 말해요. 신뢰가 가장 빠르다고요.
예전에 S전자 연구원들에게 코칭을 교육할 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코치님, 알겠는데요. 근데 이게 될까요? 시간도 없는데…” 그때 신뢰를 형성하는 5분 대화와 문제를 해결하는 5분 대화를 해보고, 효과가 더 빠르다고 느껴지는 대화를 고르게 했는데요. 연구원들이 고른 건 ‘신뢰를 형성하는 5분 대화’였어요.
관계와 신뢰를 쌓기까지는 분명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그 시간에 솔루션을 제시하고, 그 솔루션이 실제로 실행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동의하지 않은 솔루션은 일단 실행되지 않아요. 실행되더라도 문제가 반복되니 또 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의 생각을 실행하느라 정작 자신은 생각하지 않게 돼요. AI가 토해낸 결과를 사람이 그대로 실행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신뢰에 시간을 쏟는 건 타격률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신뢰가 한번 쌓이면 그 이후의 속도는 매우 빨라요. 진입장벽은 높지만, 그 뒤로는 사람들의 의견 수용도가 높아지고 배움에 대한 열림도 커지니까요.
코치로서도, 대표로서도 사람을 키우는 일은 언제나 시간을 요구해요. 함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그 기억과 경험이 쌓여 사람은 성장하더라고요.
프리랜서 코치일 때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참 많았는데, 정작 대표가 되고는 그러지 못했어요. 매일 결정해야 할 일들, 빠르게 전략을 세우고 실행시켜야 하는 상황들 속에서 구성원들과의 시간은 의무에 가까워졌고, 그러다 보니 점점 소통을 줄이고 각자의 실행 사일로에 빠져들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보니 하단 직원들 퇴사가 잦아지더라구요 (^^ 웃기죠? 코칭 조직의 사람들의 최하단 매니저들의 퇴사율이 높다는것이..) 왜 그럴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이걸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했구요.
최근 괜찮아졌는데, 이건 다음글에 얘기 나눌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