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 많이 들어 이젠 식상한 질문이다.
“AI는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인가?”
이미 여러 분야에서 AI는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반복적 업무, 정형화된 분석, 문서 요약, 기초적인 고객 응대, 단순 데이터 처리 업무는 AI가 훨씬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일은 무엇인가?”
앞서 게시한 MIT Sloan의 연구를 비롯하여 여러 연구들의 결론은 유사하다. AI는 인간을 통째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과 스킬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스킬은 AI 쪽으로 이동하고, 어떤 스킬은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Oxford Internet Institute의 연구자들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온라인 구인공고 약 1,200만 건을 분석해,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지 아니면 보완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의 결론은 "AI는 일부 인간 스킬을 대체하지만, 동시에 많은 인간 스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AI 관련 직무가 늘어나는 산업과 지역에서는, 비(非)AI 직무에서도 AI와 함께 일하기 위한 보완 스킬(Complementary Skill)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한 보완 스킬은 다음과 같다.
AI가 정보를 많이 제공할수록, 인간에게는 그 정보를 해석하고 의심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이 답은 어떤 전제에서 나왔는가?”, “빠진 정보는 없는가?”, “현장의 맥락과 맞는가?”를 따져보는 능력이다.
AI 시대의 디지털 문해력은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AI의 결과물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능력이다. 앞으로의 직장인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는 구성원의 디지털 문해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술의 유효기간은 짧아지고, 직무의 경계는 계속 모호해진다. 한 번 배운 지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특정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다시 배우고 적응하고 회복하는 능력이다.
모든 사람이 AI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기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업무 흐름에 맞게 도구를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 역량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기술을 모르면 기술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AI는 효율적인 답을 줄 수 있지만, 그 답이 항상 공정하진 않다. 그렇다고 AI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데이터에는 과거의 편견이 배어 있고, 알고리즘은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AI를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해도 되는가’를 묻는 능력이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지시받은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능력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학습하며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배우려는 유연한 태도는 자기효능감의 핵심이 된다. AI를 통해 ‘딸깍’하면 금방 나오는 해답에 길들여지면 인간은 인지적으로 자립할 수 없다. 인내심을 갖고 맥락을 파고드는 수고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AI가 많은 개인 업무를 자동화할수록, 사람에게는 더 복잡한 협업이 요구된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을 연결하고, 갈등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만드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회의록을 빠른 시간 안에 작성할 있지만, 회의 안의 긴장과 침묵, 미묘한 권력관계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
AI는 인간의 일을 단순히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일의 내부 구조를 바꾼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 쪽으로 이동한다. 대신 인간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해석, 판단, 관계 형성, 창의적 문제 정의, 윤리적 책임, 변화 적응 능력이 요구된다.
예전에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주어진 과업을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하는 능력에 가까웠다. 그러나 AI 시대에 일을 잘한다는 것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이해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현장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고, 사람들과 함께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리더의 일차적인 역할은 구성원에게 AI를 배우고 익혀 업무에 적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구성원과 함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 팀의 업무 중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AI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되면, 사람에게 남는 더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우리 팀원들이 앞으로 더 키워야 할 판단, 협업, 창의성, 윤리 역량은 무엇인가?”
“AI를 활용해 절약한 시간을 우리는 어디에 다시 투자할 것인가?”
“구성원들이 이 변화를 위협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AI 도입의 성패는 무엇보다 기존 업무의 재설계, 즉 Workflow Redesign에 달려 있다. 기존의 낡고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에 AI를 덧씌우면 오히려 '생산성 역설'이 발생한다. AI 도구에 맞춰 기존 Workflow를 완전히 새로 설계해야 한다. 리더는 AI라는 놀랍고도 새로운 기술이 들어온 뒤, 사람이 어떤 역할을 다시 맡고, 어떤 역량을 새롭게 개발하며, 어떤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바꾸느냐를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AI 시대에 인간이 길러야 할 스킬은 역설적으로 더 인간적이다. 공감, 판단, 창의성, 윤리, 협업, 회복탄력성, 비전 제시 능력 등이 대표적인 스킬이다. 실제 노동시장 데이터에서도 AI와 함께 일하는 직무일수록 이러한 보완 스킬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AI가 강해질수록 인간은 더 인간적인 능력을 요구받는다.
지난번 아티클에서도 말했듯이 AI와 경쟁하려 하면 안된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인간이 더 잘해야 하는 일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더 빠르게 계산하고 추론할 것이다. 더 많은 자료를 읽고, 더 많은 문장을 쓰고, 더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의 일을 자동화할 것이다. 그중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일,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도록 연결하는 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방향과 의미를 세우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