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들어 AI의 발전에 너무나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 가능한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인데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바이브코딩과 비슷한 것 같긴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저의 얘기를 통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도전해 보면 좋겠다 싶어 공유합니다.
지금 저희 회사는 사무실이 두 개 입니다. 본사와 연구개발전담부서가 각각 다른 지역에 있죠. 전략적 선택으로 이렇게 운영하고 있고 한 곳에 필수적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규칙은 내부적으로는 없고 각자의 업무 스케줄에 따라 근무지가 달라집니다. 다만, 각 사무실에 누가 출근하는지 미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졌어요. 시에서 운영하는 사무실이다 보니 한달 동안 정해진 일수 이상 그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구성원들이 많지 않아 근기법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되다 보니 시중의 HR관련 툴을 도입해서 사용하지 않았고 협업툴(teams)에 채널 하나를 만들어서 근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표님의 제안에 기존 채널에 근무지 선택 기능을 Power Automate로 만들어 추가를 해보려 했는데....이게 쉽지가 않았습다. gpt의 도움을 받아 기능을 추가하려니 연동의 문제, 정책의 문제 등에 부딪혀 난관을 맞아서 다양한 방안을 내 놓으라며 gpt를 다그치고 또 따라하기를 반복 했습니다.
여러 방안을 시도하고 고민한 끝에 Power Apps로 팀즈 채널 내에 앱을 하나 만드는 것이 기존 채널에 기능을 추가하는 것 보다 낫다고 판단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기존 근태 정보는 별도로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도 않아서 누적 데이터를 위한 기능도 필요했고 근무지 선택 기능을 포함한 앱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앱 개발을 해 본적이 없던 나는 AI의 도움을 받아 버튼을 하나씩 만들고 Sharepoint와 연동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버튼하나 만드는데도 뭐가 그리 어렵던지...1~2일 정도 투자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작업은 금새 4~5일이 흘러 버렸습니다. 중간 중간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수정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앱의 상단에는 사용자의 이름과 날짜 그리고 현재 상태(출퇴근 체크 및 근무지 체크 여부, 근무중 혹은 마무리 등) 창을 만들었고 출근, 근무지, 퇴근 버튼을 추가했습니다.
나름 몇 가지 정책도 담기로 했습니다.
출근을 누르면 연차(휴가)는 비활성화 되어야 함.(반대로 연차(휴가)를 누르면 출퇴근이 비활성화)
근무지 선택은 퇴근 체크를 하기 전까지 변경 가능
출근을 눌러야 퇴근 체크 버튼이 활성화
데이터는 사용자, 날짜, 근무 지, 출퇴근 시간 등의 데이터가 쌓이게 함
어떤 버튼이든 체크를 하면 체크 사항을 문구로 알림을 주기로 함
Chat GPT를 주로 활용해서 Power Apps에 들어갈 명령어를 구성할 수 있었으나 한 번에 되지는 않고 몇 번씩 수정하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발 언어나 구조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겨우 구성원들에게 '출퇴근체크' 앱을 내일부터 사용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반복되는 오류를 없애고 출퇴근 체크, 근무지 선택 이라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뭔가 작동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표님과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면 이 작업을 하면서 제가 놓친 것들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가장 큰 건, 단순하게 기능 만을 작동 시키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근태관리 앱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을 고민하고 그려보고, 그 중에서 어떤 기능을 배제하고 또 어떤 기능은 추후에 추가할 수 있게 할지를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본 결과인거죠. 그리고 UI, UX도 너무 고려하지 못했고 디자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네요.
그래서 이제는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습니다. HR제도를 기획했던 것 처럼 기획자 모드로 다시 앱 개발을 한다면 지금 느낀 아쉬움은 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다음번엔 좀 더 나은 앱이 탄생할 거라는 기대와 자신감이 생깁니다. 커스터마이징이 어려운 HR관련 툴 대신 우리에게 맞는 앱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앱) 기획 및 개발자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R도 같습니다. 어떤 제도가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제도만 들여다보고 변경하면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습니다. 평가제도가 잘못 됐다면 직무분석부터 다시 분석하고 채용 그리고 퇴직까지 HR의 전반적인 흐름을 재점검 해야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형화된 HR tool 말고 우리에게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처럼 도전해 보세요!
오히려 이런 경험을 해 보시면 지금 우리 조직 내 HR제도의 프로세스를 좀 더 심도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