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bin이 발견한 2027년 팀워크의 미래: 서로를 아는 팀이 AI도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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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bin이 발견한 2027년 팀워크의 미래: 서로를 아는 팀이 AI도 잘 쓴다

AI를 잘 쓰는 팀보다 서로를 잘 아는 팀이 결국 AI도 더 잘 쓰게 될 것입니다.
조직문화리더십리더임원
ce
GraceOct 12, 2026
1907

"저를 그렇게 인식한다고요?"

다면진단 결과를 받아 든 한 팀장이 한참 말이 없다가 물었습니다. "제가 정말 이렇게 인식되고 있다고요?"

그는 자신을 팀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리더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가장 많이 고른 단어는 '결론이 정해져 있다'였습니다. 이런 장면은 HR에서 일하다 보면 낯설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분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기 인식과 타인 인식이 차이나는 그쪽이 다수입니다.

영국 벨빈(Belbin Ltd.)이 최근 발간한 『The Future of Teamwork 2027』 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벨빈은 '팀 역할(Team Role)' 이론을 바탕으로, 성격이 아니라 행동을 기준으로 팀의 기여를 진단해 온 영국의 연구 기관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자기인식, 세대 간 협업, AI와 팀워크, 하이브리드 근무, 직무별 팀 역할 트렌드에 관한 다섯 개의 연구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자기인식 연구에만 30여 개국 7만 8천 명의 데이터가 쓰였습니다.

보고서가 반복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팀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역량이나 조직 구조가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행동을, 정작 우리 자신은 잘 모릅니다.

6명 중 1명

벨빈은 본인의 자기평가와 동료의 관찰평가가 일관되게 맞아떨어질 때 '자기인식이 있다'고 봅니다. 7만 8천 명을 분석한 결과, 이 기준을 충족한 사람은 17.7%였습니다. 여섯 명 중 다섯 명은 자신이 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부분적으로만 알고 일한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그동안 팀 갈등 상담을 하며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저 사람은 왜 늘 회의에서 딴지를 걸까요?"

"저 사람은 왜 마감 직전에야 움직일까요?"

우리는 이런 일을 보통 성격 차이나 관계 문제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보고서의 진단은 다릅니다. 소통 오류와 기대 불일치, 업무 스타일 간 마찰은 근본적인 '인식의 공백'이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라는 것입니다. 딴지를 거는 사람은 자신이 리스크를 걸러내고 있다고 믿고, 마감 직전에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서로 선의인데 서로 모르는 것입니다.

많은 조직이 이 문제를 MBTI나 DISC 같은 성격유형 검사로 풀어 보려 했습니다. 워크숍에서 결과를 나누면 분위기는 좋아집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지만 몇 주 지나면 다시 제자리입니다. 벨빈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동료에게 성격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다른 행동을 해 달라고는 요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이해는 체념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낼 때 대안도 하나 같이 말해 줄 수 있을까요?"라는 요청은 변화로 이어집니다.

자기인식은 나이와 경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강점은 더 뚜렷해지고, 그 강점을 더 강하게 발휘합니다. 반면 사회 초년생의 프로필은 평평한 편입니다. 아직 자신이 팀에서 무엇을 기여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젊은 사람은 창의적이고, 연륜 있는 사람은 전략적"이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벨빈의 데이터는 이를 뒤집습니다. 분석적·전략적 판단을 맡는 역할(Monitor Evaluator)의 '강한 사례'가 가장 많이 몰린 세대는 밀레니얼이었습니다. 반대로 창의적 역할은 젊은 층에서 더 자주 나타났지만,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한 쪽은 고연령층이었습니다. 아이디어의 수는 적어도 팀에 맞는 아이디어를 골라 잘 전달한다는 해석입니다.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대목은 조정자(Co-ordinator) 역할입니다. 목표를 정리하고 일을 나눠 주는 이 역할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집니다. 그런데 보고서는 그 이유를 능력이 아니라 기회에서 찾습니다. 회의를 주재하고 일을 배분하는 자리는 경력 초반에 좀처럼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의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회의는 대개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이 진행하고, 회의록은 막내가 씁니다. 그 막내 안에 탁월한 조정자가 있어도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보고서가 젊은 직원에게 회의 주재나 프로젝트 단위의 관리 책임을 맡겨 보라고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주간회의 진행을 한 번쯤 막내에게 맡겨 보는 것. 거창한 제도보다 이런 작은 실험이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세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AI로 이어집니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쪽이 대체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벨빈의 AI 연구가 던지는 경고는 '누가 AI를 잘 쓰는가'보다 깊은 곳을 향합니다.

이런 장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같은 팀의 두 사람에게 같은 과제를 줍니다. 한 사람은 AI로 이틀 만에 화려한 보고서를 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일주일 동안 데이터 출처를 확인하고, 현장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리고, 숫자 하나가 이상하다며 다시 뜯어봅니다. 회의에서 박수를 받는 쪽은 대개 앞사람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보고서의 오류를 잡아내는 사람은 뒷사람입니다.

벨빈은 바로 이 구조를 짚습니다. AI는 속도, 양, 기술 숙련도,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을 보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관계 조율, 숙고, 리스크 감지, 품질에 대한 집착 같은 기여는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결국 AI와 잘 맞는 몇몇 업무 스타일이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된다는 경고입니다.

저도 요즘 n8n으로 조직만족도 분석 자동화를 만들며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는 그럴듯했지만, 사람이 짚어 주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갈 오류가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결과물을 빨리 내는 일과 결과물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은 전혀 다른 기여였습니다. 그리고 후자는 대개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현장의 불안도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HR·L&D 실무자 250명을 조사한 결과, 82%가 이미 LLM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3%는 '사람의 온기'가 사라질까 걱정했고, 서술형 응답에서는 AI의 답을 그대로 믿는 과의존과 주니어 인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회의록을 쓰며 일을 배우던 막내가 이제는 회의록마저 AI에게 넘기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그 막내는 어디서 판단력을 기를까요?

그래서 벨빈은 질문을 바꾸자고 말합니다. "AI가 어떤 업무를 대체하는가"가 아니라 "사람은 팀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무는 AI가 가져갈 수 있지만, 기여는 사람에게 남습니다.

기여가 보이려면 누군가 그것을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어디서 함께 일하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벨빈의 하이브리드 연구에는 의미 있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원격이든 출근이든 상관없이 자기 일에 몰입한다는 응답은 61%였습니다. 그런데 팀에 몰입한다는 응답은 43%로 떨어졌고, 원격일 때 조직문화와 더 연결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3%에 불과했습니다. 한 응답자의 말이 이 상황을 정확히 요약합니다. 일은 꽤 잘 되는데, 팀 관계는 서서히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존 팀에 새로 합류한 사람에게서 차이가 컸습니다. 이들은 함께 모여 일할 때 소통이 더 잘 되고, 팀의 문화와 암묵적인 약속을 더 빨리 익혔습니다. 입사 첫 주에 노트북과 매뉴얼만 받고 화상회의로 인사를 나눈 신입사원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직원은 업무는 익히겠지만, 이 팀에서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는 오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출근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보고서는 원격 근무를 긍정적으로 보는 조직의 직원이 원격일 때뿐 아니라 출근했을 때도 더 몰입하고 더 효과적이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어정쩡한 설계입니다. 출근했더니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 만나서 30분이면 끝날 일을 화상회의로 세 시간씩 붙잡는 회의가 그렇습니다. 집중할 일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만들어야 할 일과 새 동료를 맞는 일은 같은 공간에서. 일의 성격에 따라 장소를 고르는 것이 하이브리드 시대 팀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며 저는 계속 다른 팀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의 직무별 분석을 넘기다 한 페이지에서 멈췄습니다. HR 부서의 평균 프로필이었습니다.

HR 담당자에게 가장 흔한 역할은 팀워커(Teamworker), 실행자(Implementer), 자원탐색가(Resource Investigator)였습니다. 사람을 챙기고, 절차를 지키고, 바깥의 좋은 사례를 부지런히 가져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약한 역할은 추진자(Shaper)였습니다. 보고서는 이 조합에 '말은 많고 실행은 없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뜨끔했습니다. 좋은 사례를 공유하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워크숍에서 "오늘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눴네요"로 마무리하는 장면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에게 "당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아십니까?"라고 묻던 HR이 정작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는 던지지 않았던 셈입니다.

벨빈은 이런 트렌드가 '정답 프로필'이 아니라 '현재 모습'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그러니 결론은 HR이 성격을 바꾸자는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행동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과제마다 끝까지 밀어붙일 책임자와 마감을 정하고, 공감에서 멈추지 않고 실행까지 가는 장치를 우리 안에 두는 것입니다.

벨빈 보고서의 결론은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일한 맥락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반복적인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판단, 창의성, 관계, 협업 같은 인간 고유의 기여는 덜 중요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여를 이해하는 일은 개인 개발 활동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역량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처음의 팀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분은 진단 결과를 받은 뒤 회의 방식을 하나 바꿨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견은 맨 마지막에 말하기로 한 것입니다.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행동 하나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팀원들의 발언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2027년 팀의 경쟁력은 AI 도구를 얼마나 빨리 들여오느냐로 갈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이 자신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팀이 서로의 기여를 얼마나 잘 보고, 그 기여를 얼마나 의도적으로 조합하느냐로 갈릴 것입니다. AI를 잘 쓰는 팀보다 서로를 잘 아는 팀이 결국 AI도 더 잘 쓰게 될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오늘 회의가 끝나면 옆자리 동료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제가 회의에서 어떻게 보이나요?"

출처: https://www.belbin.com/landing-pages/the-future-of-teamwork-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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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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