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의 서랍장] HR 리더가 바이브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https://cdn.offpiste.ai/images/articles/1727/cover/a49b4845-d2f6-434f-aad0-de46d86fa6a9_KakaoTalk_20260626_160151622.jpg)
6월의 끝자락,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컨퍼런스홀에서 저는 노트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만들었습니다.
FLOW AX 페스타. 하루짜리 AI 페스티벌이었지만, 저에겐 꽤 긴 시간의 압축이었습니다.
보고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요약 자료를 받을 수도 있고, 팀원에게 다녀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AI는 지금 '이해'의 속도보다 '체험'의 속도가 빠른 영역입니다. 직접 보지 않으면, 직접 써보지 않으면 —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이 없는 리더는 방향을 못 잡습니다.
그래서 FLOW AX 페스타에 직접 참가했습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송길영 작가의 세션이었습니다.
'시대예보'라는 타이틀처럼, 그의 강연은 예언이 아니라 관찰이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 데이터와 언어로 읽어내는 방식.
그가 던진 한 줄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세요."
HR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육성해야 할 사람은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재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컨퍼런스의 묘미는 세션이 아니라 부스였습니다.
화면으로 보던 AI 도구들을 직접 입력하고, 직접 결과를 보는 경험. 그게 달랐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 보고서를 AI에게 시키고, 그 결과가 10초 안에 나오는 걸 보는 순간, 뭔가 내 안의 저항이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건 진짜네."
회사에 돌아가면 뭘 먼저 써볼까.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시작되더군요.
빌더조쉬와 조코딩. 유튜브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그들의 세션은 코드도 없이 앱을 만들고, 클릭 몇 번으로 서비스가 동작하는 걸 보여줬습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구현해주는 방식입니다. 개발자가 없어도 됩니다. 코딩을 몰라도 됩니다. 아이디어와 의도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가 아니라 "나도 이제 이걸 쓸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먼저 왔습니다.
그게 신기했습니다.
컨퍼런스 다음 날, 실험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미국 법인이 있고, 현지 영업 사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주간 현장 활동을 트래킹하는 게 늘 숙제였습니다. 보고서는 있지만 흐름을 한 눈에 보기 어렵고, 팀장이 직접 취합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미국 영업사원 주간 현장 활동 대시보드.
AI에게 원하는 구조를 말로 설명했습니다. "영업사원별로 주간 방문 고객 수, 상담 건수, 파이프라인 현황이 한 화면에 보이면 좋겠어. 팀장이 매주 월요일 아침에 확인할 수 있게."
몇 번의 수정 대화를 거쳐 — 실제로 작동하는 HTML 대시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개발팀에 요청하면 몇 주가 걸렸을 일이, 그날 오후에 프로토타입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 파일을 팀장에게 보내며 말했습니다. "써보고 피드백 주세요."
이 경험에서 저는 HR 리더로서 세 가지를 가져왔습니다.
① 인재 기준을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AI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는 사람. 우리 조직의 채용과 육성 기준이 여기서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② HR 리더가 먼저 체험해야 합니다
팀원에게 AI 활용을 독려하기 전에, 리더가 먼저 써봐야 합니다. 직접 부딪혀봐야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어려운지 압니다. 그래야 조직에 맞는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③ 속도보다 실험이 먼저입니다
완벽한 AI 도입 계획을 세우느라 6개월을 쓰는 것보다, 작은 것 하나를 오늘 만들어보는 게 낫습니다. 대시보드 하나, 보고서 템플릿 하나, 채용 JD 하나 — 작은 실험이 조직의 AI 감각을 키웁니다.
저는 그날 컨퍼런스장에서, 그리고 사무실 책상 앞에서 깨달았습니다.
AI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관망의 대상도 아닙니다.
직접 써봐야 알 수 있고, 써봐야 전략이 생깁니다.
HR 리더로서 우리가 할 일은 조직보다 반 발짝 앞서 체험하고, 그 체험을 조직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요즘 제가 생각하는 CHO의 역할입니다.
서랍 속에 오늘의 실험 기록을 하나 더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