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의 서랍장] 리더가 자기 업무를 쪼개지 못하면, AI는 조직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CHO의 서랍장] 리더가 자기 업무를 쪼개지 못하면, AI는 조직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AI활용 /업무분해 /리더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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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SunnyAug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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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입니다.

올해 휴가는 9월에 갑자기 잡힌 코펜하겐 출장으로 인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여유없이 보내서 아쉬웠습니다. 휴가를 다녀온 자리에 예외없이 밀린 일이 조용히 쌓여 있고, 하반기 캘린더도 벌써 두 달치가 지나갔습니다. 이 시즌에 리더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반기엔 좀 더 효율적으로 갑시다."

그리고 올해는 추가로 붙는 문장이 있습니다.

"AI 좀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올해 수십 번 들었습니다. 회의에서, 워크숍에서, 경영회의 마무리 발언에서요.

그런데 8개월 뒤 조직을 들여다보면 놀랄 만큼 바뀐 게 없습니다.

직원들이 게을러서일까요?

왜 리더의 'AI 활용하라'는 지시는 조직을 바꾸지 못하는가

현장을 들여다보면 세 가지가 반복됩니다.

1. 지시의 단위가 너무 큽니다.

"보고서를 AI로 한번 써 봐"라는 지시는 실행 가능한 지시가 아닙니다.

보고서 한 건은 실제로 자료 수집, 데이터 정리, 논점 선별, 초안 작성, 수치 검증, 표현 다듬기, 상사 취향 반영까지 열 개가 넘는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AI가 잘하는 구간은 세 개 정도이고, 절대 맡기면

안 되는 구간도 분명히 있습니다. 덩어리째 던지면 직원은 "해봤는데 별로던데요"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2. 리더 본인이 써보지 않았습니다. 써보지 않은 리더는 판별을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맡겨도 되는지, 어디서 사고가 나는지 모르니 지시가 두루뭉술해집니다. 방향은 이야기하지만 현장의 마찰은 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3.경계가 없으니 브레이크만 남습니다. 어디까지 맡겨도 되는지 합의된 선이 없는 조직은, 사고가 한 번 나면 곧바로 전면 금지로 돌아섭니다. 그렇게 조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정리하면, AI가 조직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도구의 문제도 세대의 문제도 아닙니다. 업무가 쪼개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 업무 분해 3단계

기술을 배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건 코딩이 아니라 분해 능력입니다.

1단계 — 동사 단위로 쪼갠다

내 업무를 '업무명'이 아니라 '동사'로 적어 봅니다. '채용 관리'가 아니라 '지원서를 읽는다 / 기준표에 점수를 매긴다 / 면접 질문을 만든다 / 결과를 정리해 회신한다'로요.

기준은 하나입니다. 한 줄에 동사 하나, 30분 안에 끝나는 크기. 이 크기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위임도, 자동화도 불가능합니다. 사람에게도 못 맡기는 일을 AI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2단계 — A·B·C로 판별한다

쪼갠 항목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 A (맡겨도 되는 일): 정답이 정해져 있고 반복되며, 틀려도 바로 확인이 되는 일 — 정리, 분류, 요약, 형식 변환

  • B (초안까지만 맡기는 일): 판단이 들어가지만 초안이 있으면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일 — 보고서 뼈대, 공지문, 회신 초안

  • C (사람이 끝까지 잡아야 하는 일): 사람의 이름이 붙는 결정, 처음 만드는 기준, 감정이 오가는 대화

이 판별을 리더가 직접 해줘야 합니다. 직원에게 "알아서 판단해서 써보라"고 하면, 대부분 C에 손을 댔다가 데이고 물러섭니다.

3단계 — 게이트를 설계한다

C 항목은 금지 목록이 아니라 관문으로 설계합니다. "이 지점은 반드시 사람이 확인하고 넘어간다"를 문서로 정해 두는 것입니다. 저는 인사 데이터를 다루는 흐름을 만들 때, 개인이 식별되는 원자료와 익명화된 보고용 자료 사이에 사람이 반드시 손대는 관문을 하나 두었습니다. 그 관문 하나가 있으니, 나머지 구간은 마음 놓고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속도는 통제를 없앨 때가 아니라, 통제 지점을 정확히 한 곳으로 모을 때 나옵니다.

이번 주에 해볼 수 있는 5분 점검

리더 본인의 업무를 놓고 답해 보시길 권합니다.

  • 내 일주일 업무를 동사 단위로 적으면 몇 줄이 나오는가?

  • 그중 매주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는 줄은 몇 개인가?

  • 그 반복 항목 중 내가 직접 한 번이라도 AI로 시도해 본 것은?

  • 우리 팀에서 '절대 맡기면 안 되는 일'을 나는 말로 정의할 수 있는가?

  • 그 경계를 팀원이 알고 있는가, 아니면 내 머릿속에만 있는가?

여기에서 막히는 리더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경계가 머릿속에만 있으면, 그것은 조직의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감각일 뿐입니다.

AI를 도입하는 일은 도구를 사는 일이 아니라, 일을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저는 올해 제 업무 전체를 아홉 개 영역, 백 개가 훌쩍 넘는 최소 단위로 쪼개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목록을 다 펼쳐 놓고 나니 처음으로 선명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붙잡고 있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반대로 내가 붙잡고 있느라 조직을 느리게 만들고 있던 일이 무엇인지요.

그 목록이 없었다면, 저 역시 "AI 좀 활용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리더에 머물렀을 겁니다.

하반기가 아직 넉 달 남았습니다. 도구를 하나 더 도입하기 전에, 내 업무 목록을 한 장으로 펼쳐 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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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Sunny
비즈니스와 사람을 함께 성장 시키는 프로일잘러
고주파 의료기기 회사의 CHRO이고 50대 임원으로서, 변화와 실행의 힘을 믿고,조직의 성공과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일을 25년 넘게 해온 HR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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