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오십시오. 세 번째로 준비한 오늘의 메뉴는 '꺼져가는 불과 남아도는 불을 다루는 법'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 맛을 동시에 살리는 일입니다. 하나는 '회복'의 맛, 다른 하나는 '점화'의 맛.
먼저 진단부터 하겠습니다. 요리를 하기 전 '미장플라스Mise en Place'를 갖춰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다룰 상황의 실체를 정리해야 불을 제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

음, 좋아요. 오늘은 스테이크를 굽는다고 생각해보시죠. 좋은 스테이크는 사실 불 조절이 전부입니다. 너무 센 불에 오래 두면 겉은 타고 속은 질깁니다. 반대로 미지근한 불에 방치하면 육즙은 빠지고 색만 변합니다. 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아웃과 보어아웃으로 '보이는' 장면은 대개 세 부류입니다.

첫째, '과열 소진'입니다. 너무 센 불에 타버린 스테이크처럼, 팀원이 검게 그을린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대리는 지난 3개월간 프로젝트 세 개를 동시에 맡았습니다. 새벽 메일, 주말 업무, 연차도 반납했습니다. 처음엔 '열정'이라고 칭찬받았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회의에서 눈이 풀렸습니다.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이 늦고, 실수가 잦아졌습니다. 간혹 간단한 단어조차 생각해내지 못해 당황해하고 있죠.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습니다. 급기야 병가를 내거나, 퇴사 의향을 비춥니다. 이것이 번아웃입니다. 스테이크를 강한 불에 올려두고 뒤집지 않은 채 방치하면, 한쪽은 새까맣게 타고 다른 한쪽은 아직 익지도 않습니다. 먹을 수 없는 고기가 되는 거죠.
둘째, '냉각 방치'입니다. 레스팅을 한답시고 방치해뒀다 그냥 식어버린 경우가 아닙니다. 그냥 불도 올리지 않고 방치한 경우죠.
B과장은 입사 5년차입니다. 처음엔 의욕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같은 업무만 반복합니다. 고객 응대 매뉴얼 업데이트, 분기별 보고서 취합, 회의록 작성. 중요하지만 성장이 없는 일들입니다. 새 프로젝트는 후배들에게 돌아가고, B과장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루틴 업무를 맡습니다. 처음엔 편하다 싶었지만, 이제는 출근이 무료합니다. 회의 시간에 딴생각을 하고, 퇴근 후에도 성취감이 없습니다. 이것이 보어아웃입니다. 스테이크를 실온에 방치하면 색만 변하고 익지 않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칼을 대면 차갑고 질깁니다.
셋째, '온도 착각'입니다. 겉은 뜨겁지만 속은 차가운, 가장 위험한 경우입니다.
C팀장은 회의 때마다 활발합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을 이끌고, 웃습니다. 그러나 실제 산출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약속한 검토는 미뤄지고, 피드백은 형식적입니다. 주말엔 골프를 치고 평일 저녁엔 술자리가 잦습니다. 언뜻 보면 번아웃도 보어아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회피형 과잉행동'입니다. 진짜 중요한 일은 피하고, 눈에 보이는 활동으로 공백을 메웁니다. 스테이크로 치면 겉면만 시어링searing해서 갈변반응을 일으켰지만, 속은 여전히 차가운 상태입니다.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지도 모르죠.
이 셋 가운데 무엇이 원하시는 주재료인지 가려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자, 이제 어떤 코스로 드실 지 설명드려야겠죠? 이번에 저는 세 단계로 준비했습니다. 스테이크를 제대로 굽는 순서와 똑같습니다. '온도 측정 → 불 조절 → 레스팅' 의 코스입니다.
불 조절은 차분히, 양념은 절제해서 준비해보겠습니다.

첫 순서는 '온도 측정'입니다. 스테이크를 굽기 전, 먼저 고기 온도를 재야 합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고기인지, 실온에 둔 고기인지에 따라 불 조절이 달라지니까요. 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세 가지를 체크합니다.
업무 밀도 - 지난 4주간 핵심 업무 개수와 난이도를 확인합니다. 3개 이상이 동시 진행 중이면 '과열 위험', 1개 이하이거나 루틴만 반복이면 '냉각 상태'입니다.
자율 온도 - 본인이 정한 목표가 얼마나 되는지 봅니다. '지시받은 일'만 하면 냉각, '스스로 만든 일'이 과도하면 과열입니다.
회복 리듬 - 최근 2주간 정시 퇴근 횟수와 연차 사용을 확인합니다. 퇴근 후에도 메일을 보내거나 주말 업무가 잦으면 '레스팅 없는 굽기'입니다.
이 세 가지 온도를 재면, 고기 상태가 보입니다. 측정 도구는 간단합니다. 1on1 미팅 15분이면 충분합니다. "지난 한 달,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고 물으면 과열 소진이 보이고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뭐였나요?"라고 물으면 냉각 방치가 드러납니다. 온도계는 대화입니다.
두번째 순서는 '불 조절'입니다. 온도를 알았으니, 이제 불을 올리거나 낮춰야 합니다.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강한 불로 시어링 후 오븐에서 마무리', 다른 하나는 '저온에서 천천히 익힌 후 마지막 시어링'.

번아웃엔 전자를, 보어아웃엔 후자를 씁니다.
과열 소진(번아웃)에는 '불 낮추기와 재배치'
삼십육계엔 부저추신이란 말이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가마솥의 불을 줄일때 장작을 빼내듯 상대의 기세를 덜기 위해 장작을 빼내는 거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먼저 업무를 덜어냅니다. 단, 아무렇게나 빼면 안 됩니다. 스테이크를 센 불에서 내려 오븐에 넣듯, '고강도 업무 → 중강도 업무'로 전환합니다. 예를 들어, A대리가 '신규 고객 3곳 동시 온보딩'을 맡고 있다면, 그 중 1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팀원에게 분산합니다. 대신 A대리에게는 '온보딩 프로세스 개선안 작성'이라는, 중요하지만 촉박하지 않은 과제를 줍니다. 불은 낮췄지만 여전히 익히고 있는 겁니다.
동시에 '레스팅 구간'을 강제합니다. 주 1회 정시 퇴근, 2주 내 반차 1회 사용. 스테이크를 불에서 내려 접시에 놓고 육즙이 재분배되도록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쉬라"고만 하면 불안해합니다. "이 시간 동안 다음 프로젝트 구상을 정리해보세요"처럼 가벼운 방향을 주면, 죄책감 없이 회복합니다.
냉각 방치(보어아웃)에는 '불 올리기와 도전'
반대로 불을 올립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센 불에 올리면 놀랍니다. 저온에서 천천히 익히다가, 마지막에 강한 불로 시어링하듯, '루틴 업무 + 도전 과제 1개'를 조합합니다. 예를 들어, B과장이 '매뉴얼 업데이트'만 하고 있다면, 여기에 '신규 고객사 맞춤 매뉴얼 제작'이라는 프로젝트를 추가합니다. 기존 업무와 연결되지만,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단, 혼자 하게 두지 않습니다. 후배 1명을 보조로 붙여 '리드' 역할을 맡깁니다. 냉각된 고기는 자신감도 식었으니, 작은 성공을 빠르게 보여줘야 합니다. 2주 안에 초안을 완성하고, 팀 회의에서 발표하게 합니다. 박수를 받으면, 불이 다시 붙습니다.
온도 착각(가면형)에는 '온도 균일화'
가장 까다롭습니다. 겉만 익은 고기는 속까지 익히려면 오래 걸립니다. 이 경우엔 '수비드sous-vide' 방식을 씁니다. 일정한 온도로 오래 익히는 거죠. C팀장처럼 활동은 많지만 산출물이 없는 경우, '일주일에 핵심 업무 2개만'으로 제한합니다. 회의 참석도 줄입니다.
대신 매일 아침 10분, "오늘 완성할 것 1개"를 선언하게 하고, 저녁에 "완성 여부"를 체크합니다. 처음엔 저항합니다. "바쁘다", "회의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2주 지나면 패턴이 보입니다. 진짜 바쁜 게 아니라, 중요한 일을 피하고 있었다는 걸 본인도 깨닫습니다. 이때 조용히 묻습니다. "무엇이 두려우셨나요?" 대개 '실패 공포'나 '역량 불안'이 나옵니다. 그러면 함께 작은 과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고기를 처음부터 다시 굽는 겁니다.

셋째 코스는 '레스팅'입니다. 스테이크를 불에서 내린 후, 바로 자르면 육즙이 다 빠집니다. 5분에서 10분, 접시에 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육즙이 고기 전체에 재분배되고, 잘랐을 때 촉촉합니다. 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 조절 후에는 반드시 '회복과 점검의 시간'을 줍니다.
번아웃 회복엔 '의미 환기'
불을 낮춘 후, 왜 이 일을 하는지 다시 이야기합니다. A대리에게 "당신이 만든 온보딩 덕분에 고객 만족도가 20% 올랐어요"라고 구체적 피드백을 줍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 일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감각이 육즙입니다. 또한 '선택권'을 돌려줍니다. "다음 프로젝트, A안과 B안 중 어떤 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스스로 불 조절을 배웁니다.
보어아웃 회복엔 '성장 확인'
불을 올린 후, 변화를 가시화합니다. B과장에게 "2주 전과 비교해서 이 부분이 확실히 달라졌네요"라고 구체적으로 짚어줍니다. 성장 곡선을 그려 보여주면 더 좋습니다. 엑셀 그래프 하나면 충분합니다. '지난달 루틴 업무 90% → 이번 달 루틴 60% + 프로젝트 40%'. 비율이 바뀌는 게 보이면, 본인도 "내가 달라지고 있구나"를 느낍니다. 이때 "다음엔 뭘 해보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스스로 다음 불을 찾습니다.
가면형 회복엔 '안전 재확인'
온도를 균일화한 후,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줍니다. C팀장에게 "이번 과제는 실험입니다. 70%만 완성해도 충분해요"라고 먼저 말합니다. 완벽을 요구하지 않으면, 회피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작은 산출물이 나왔을 때, "이 정도면 됩니다"라고 인정하면, 다음엔 더 내놓습니다. 고기가 익을 시간을 주는 겁니다.

이제 대화의 가니시를 준비해보겠습니다. 스테이크 옆에 놓이는 가니시는 주재료를 돋보이게 합니다.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가니시를 곁들여야 맛이 살아납니다. 세 가지 스타일로 준비했습니다.
과열 소진(번아웃)엔 '쿨링 가니시'
타버린 스테이크 옆엔 차가운 샐러드를 놓듯, 대화에 여백과 침묵을 줍니다.
"대리님, 대리님의 지난 4주 업무량를 한 번 체크해봤는데요. 프로젝트 3개 동시 진행에, 정시 퇴근이 딱 1번이네요. 최근 회의 때 평소보다 말씀이 확 줄었고요. (한템포 쉬워주세요~) 일은 둘째치고..솔직히 이 속도면 대리님이 먼저 소진될 것 같아서요. 팀 전체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요. 이번 주부터 동시 진행되는 업무는 1개로 줄일게요. 금요일엔 꼭 정시에 퇴근하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목소리는 낮게, 문장은 짧게. 숫자를 나열하되 중간에 침묵을 줍니다. 조급하지 않게, 스테이크를 불에서 내릴 때처럼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상대방이 숨 쉴 시간을 주는 겁니다. 쿨링 가니시의 핵심은 '여백'입니다.
냉각 방치(보어아웃)엔 '스파이시 가니시'
미지근한 요리엔 매운맛을 곁들여 미각을 깨우듯, 대화에 자극을 줍니다.
"과장님, 3개월간 업무 내역 보니까 전부 루틴 업데이트더라고요. 신규 프로젝트 따로 맡으신 건 또 없으시기도 하고. 그래서 지난번 1on1 때 '요즘 일이 재미없다'고 하신 것 같기도 하고..(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과장님 역량이 지금 정체 중이에요. 우리도 과장님 경험을 제대로 못 쓰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부터 '신규 고객사 맞춤 매뉴얼' 프로젝트 맡아주세요. 리드로요. 2주 후 팀 회의에서 발표하시죠. 어떠세요?"
목소리는 단단하게, 그러나 격려를 담아서. 질문으로 끝내 선택권을 주되, 몸을 기울여 집중을 요구합니다. 스테이크를 불에 올릴 때처럼 확신 있게 말합니다. 스파이시 가니시의 핵심은 '자극과 선택'입니다.
온도 착각(가면형)엔 '애시드 가니시'
느끼한 요리엔 레몬즙 한 방울로 균형을 잡듯, 대화에 정확한 사실을 떨어뜨립니다.
"팀장님, 4주간 회의 12건 참석하셨는데, 약속하신 검토는 3건 중 1건만 나왔어요. 활동은 많은데 산출물이 안 보여서요, (업무 현황 자료를 함께 보며) 팀원들이 팀장님 피드백 기다리고 있는 것도 있고, 중요한 결정도 지연되고 있다보니 앞으로 2주간 저희 '집중 주간'으로 가시죠. 회의는 주 2개만, 매일 아침 '오늘 완성할 것 1개' 공유하시고 저녁에 같이 확인할게요. 절대 문책 아니에요. 팀장님이 본래 역량 발휘하시게 돕는 겁니다. 잔챙이들 치우고 본질에 집중하셔야죠."
목소리는 차분하되 단호하게. 서류 같은 물리적 도구를 활용해 사실을 가시화하고, 마지막은 지원 의도를 명확히 합니다. 고기를 수비드에 넣을 때처럼 온도를 정확히 맞춰서. 애시드 가니시의 핵심은 '사실과 도구'입니다.
번아웃과 보어아웃을 다루는 일은 결국 '불 조절'의 예술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스테이크 굽기' 다섯 가지 원칙을 둡니다.
첫째, '실온 대기 30분'.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바로 굽지 않습니다. 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업무를 주기 전, 현재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둘째, '시어링은 강하게, 짧게'. 첫 인상이 중요합니다. 보어아웃 팀원에게 도전 과제를 줄 땐 명확하고 강렬하게 시작합니다.
셋째, '오븐은 일정하게, 길게'. 번아웃 팀원에겐 안정적인 온도로 천천히 회복시킵니다.
넷째, '온도계를 믿어라'. 나의 감이 아니라 대화와 데이터로 상태를 측정합니다.
다섯째, '레스팅을 생략하지 마라'. 회복 시간 없이는 어떤 불 조절도 소용없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소금처럼 끝맛을 잡아줍니다. 어, 그런데.. 많이 뿌리면 짭니다. 적당히만 쓰십시오.
보상의 간은 이렇게 봅니다.

'회복과 성장이 보이는 단위'로 나눕니다. 한 달에 한 번, 상태 변화를 점검하고 '회복 중·안정·성장 중' 세 칸으로만 구분합니다. 미세한 숫자놀음은 요리를 망칩니다. 회복 중이면 불을 더 낮추고, 성장 중이면 적절히 유지하고, 안정이면 다음 도전을 준비합니다. 보상은 과정에, 교정은 패턴에. 이것이 조직의 온도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혹시 '정말 회복 불가라면?'이라고요. 그렇다면 마지막 접시는 간단합니다. '긴 휴식·다른 주방·온화한 이별'. 어떤 고기는 아무리 불을 조절해도 익지 않습니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했거나, 애초에 질이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럴 땐 꼭 내가 요리한다고 욕심내선 안됩니다.
장기 휴가를 권하거나다른 팀으로 이동을 제안하거나 정말 안 되면 퇴사를 함께 준비합니다. 차갑게 내치지 말고 따뜻한 국 한 그릇의 예를 갖춥니다. 함께한 시간이 남긴 레시피를 정리해 팀 노트에 남기고, 빈자리는 메워 리듬을 잃지 않습니다. 떠난 자리의 냄새를 오래 맡지 마십시오. 주방은 늘 다음 주문을 맞아야 합니다.
오늘의 한 접시는 이렇습니다. '온도를 재고, 불을 조절하고, 적절한 가니시를 곁들인다.' 여기에 '쿨링·스파이시·애시드' 가니시를 상황에 맞게 얹으면, 회복과 성장의 향이 주방에 퍼지고 팀은 다시 생기를 되찾습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인사는 길들이기가 아니라 돕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