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를 맛있게, 人事Eat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人事Eat의 첫번째 메뉴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쓴맛 말고 단맛으로, 피드백 주는 법’입니다.
피드백은 흔히 성장의 영양제라 하지만, 막상 삼키려 들면 목이 메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피드백을 ‘잘못을 고치는 쓴 약’으로 상정해왔습니다. 그러나 인사는 절대 사람을 길들이는 일이 아니라 ‘돕는 일’입니다. 피드백도 쓴 약이 아니라 잠재력을 깨우고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에피타이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단맛을 내는 조리법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쓴맛의 원인부터 살짝 볶아 향을 빼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쓴맛을 내는 원인은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기계처럼 칭찬-비판-칭찬을 포개는 ‘샌드위치 화법’은 양념이 섞이지 않아 중심만 쓰게 남습니다. 결국 비판을 둘러싼 칭찬은 산산히 없어지고 검은 비판만이 머릿속에 가득해지죠. 사람은 긍정적인 것들보단 부정적인 것들이 더 뇌리에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판이든 칭찬이든 ‘영혼을 담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비판이 기계적으로 하는 칭찬보다 기분 좋은 법입니다.
둘째, ‘왜 맨날 늦어요?’ 같은 인격 지적은 재료를 상하게 합니다. 행동을 다뤄야지 사람을 베어선 안 됩니다. 그 상황에서 상대방이 보완할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아무리 실수를 가득하는 직원이라도 직원 자체를 상하게 하는 것보단 그 직원이 그런 상황에 놓인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죠.
셋째,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처럼 결과만 툭 내미는 말은 레시피가 없는 탄식일 뿐입니다. 음식을 먹기도 전에 ‘맛이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내가 먹을 다음 한 숟갈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안내하지 못합니다. 근거없는 부정과 비판이 아닌 비난은 피드백을 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먼저 이 세 가지 잡내를 먼저 덜어내야 단맛이 살아납니다.
이제 단맛의 비율을 맞춥니다. 저는 다섯 가지 양념 ‘SPICE’를 씁니다. 아,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매운 양념은 아니니까요.

첫째 ‘Specific’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언제·어디서·무엇을’로 사실을 적시합니다. 상황에 따른 맥락을 확실하게 정의하고 업무에 대한 피드백임을 명시해주는 것이죠. 사실 그대로의 상황을 함께 공유하면 피드백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가 줄어 맛이 더욱 좋아집니다.
둘째 ‘Positive intent’입니다. ‘당신을 키우고 우리 팀을 살리려는 의도’를 먼저 밝혀 불필요한 방어를 눌러줍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지적을 받으면 자기방어기제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자기방어기제는 불필요한 핑계가 되어 마치 상해버린 생선처럼 손질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의 피드백이 우리 팀을 위한 공동의 목적임을 상기합니다.
셋째 ‘I-message’입니다. ‘나는 이렇게 느꼈고, 이런 영향이 있었다’로 주어를 ‘나’로 잡아 책임의 향을 더합니다. 이는 주어를 상대가 아닌 나로 한정해 만약 잘못 판단한 내용에 대해서도 화자인 내가 잘못 판단한 것으로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You-message가 돼버리면 자칫 책망하는 모양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내 생각에는 이런 생각이 났어 라고 말해주세요.
넷째 ‘Collaborative solution’입니다. 요청·기한·지원자원을 함께 정해 ‘우리가 함께 만든 해법’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를 통해 지적할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다섯째 ‘Early timing’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식감을 잃어버립니다. 되도록이면 사건 직후, 가능하면 48시간 안에 담아내면 풍미가 살아납니다.
플레이팅은 단정해야 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3·2·1 포맷’으로 접시를 꾸밉니다. ‘사실Fact 3개’를 바닥에 깔고, ‘영향Impact 2개’를 위에 얹습니다. 영향은 일정·품질·고객, 그리고 우리의 팀 룰에 닿아 있어야 합니다. 나에게 준 개인적인 영향 같은 건 주방에 가지고 들어오지도 마세요. 마지막에 ‘요청Request 1개’를 데코하듯 올립니다. 다음 행동과 기한, 필요한 지원자원을 한 문장으로요. 요청이 두 개, 세 개가 되면 피드백이 아니라 그냥 업무 지시가 돼버리고 마니 요청은 꼭 하나로 쉽게 정리해주세요. 이 포맷은 누구의 식성에도 무난하면서 깊이를 잃지 않는 기본 소스와 같습니다.
음식을 먹는 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10정도로 맞춥니다. 처음 1분에는 먼저 음식의 향을 맡아주세요, ‘지금 10분은 이번 건을 더 잘하기 위한 대화입니다’라고 목표를 합의합니다. 이어서 사실 3개를 1분에 정갈히 공유하고, 3분 동안 업무적 영향 2가지를 설명합니다. 5분쯤 되어서는 ‘어려웠던 점, 제가 놓친 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고 끝까지 경청합니다. 7분에 다음 행동·기한·지원자원을 함께 합의하고, 9분에는 오늘 배운 점을 ‘60자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렇게 담아낸 접시는 재현성이 높아, 내일도 모레도 같은 맛을 보장합니다. 마치 저의 레시피북과 같죠.
자칫 빠트리기 쉬운 말의 맛도 손봐야 합니다. 말은 조미료 같습니다. 소금을 안뿌리면 간이 맞지 않지만 너무 많이 뿌리면 짜고 후추는 감칠맛과 향을 살려주지만 역시 너무 과하면 기침만 날 뿐이죠.
‘보고서가 별로예요’는 거친 조미료입니다. ‘3페이지 시장데이터가 2023년 기준이네요, OO씨가 정리한 보고서 신뢰도를 위해 최신 근거로 대체해 주면 좋겠네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