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OD & 변화관리

Enjoy OD & 변화관리

조직의 변화를 이해하고 함께 설계하며, 일상의 실행과 학습으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드는 조직개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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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김민조 ODISTOct 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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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라는 단어를 조직개발 옆에 붙여 놓고 좀 웃었다.

내가 아는 조직개발은 별로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변화관리 담당자들은 대체로 피곤했다. 워크숍 전날 밤 열한 시에 자료 파일을 보내면서 "내일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이는 사람들이었고, 그 문장 뒤에는 늘 누가 또 반발할까 하는 걱정이 붙어 있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워크숍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팔짱 낀 사람을 찾았다. 오늘의 숙제가 저기 앉아 있구나 부터 시작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조직개발을 한 게 아니라 사람을 설득하러 다닌 것 같다. 설득은 재미가 없다. 잘돼도 다음 사람이 남아 있고, 안 되면 나만 남는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일이 안 풀릴 때 말고, 지칠 때마다 정의를 다시 읽고 되새겨보는 버릇이 생겼다.

프렌치와 벨은 1978년에 조직개발을 조직의 효과성과 건강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변화 노력이라고 썼다.

이 문장에서 내가 매번 걸리는 단어는 효과성이 아니라 건강이다.

반세기 전 사람들이 성과 옆에 굳이 건강을 붙여 놓았다는 게 좀 놀랍다. 숫자는 올라가는데 회의실 말수는 줄어드는 조직을 우리는 꽤 자주 본다. 그때 우리가 한 건 조직개발이 아니었다고, 이미 1978년에 말해 둔 셈이다.

커밍스와 월리는 여기에 한 단어를 더 얹었다. 전략과 구조와 프로세스와 사람을 정렬하는 일이고, 조직의 효과성과 개인의 웰빙을 동시에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나는 이 정의의 진짜 힘이 정렬이 아니라 ‘동시에’ 라는 말에 있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만 얻는 설계는 언제든 가능하고, 보통 그런 안이 제일 먼저 올라오는데, 내가 경험한 선에서는 대개 2~3 년을 못 넘겼다.

두 정의를 나란히 놓고 보다가 뒤늦게 알아챈 게 하나 있다.

설득이라는 단어가 없다. 저항도 없고 내재화도 없다.

있는 건 정렬, 건강, 웰빙, 체계 같은 말들뿐이다.

그런데 내가 십 년 넘게 변화관리라는 이름으로 해 온 일의 80%는 설득이었다.

아까 그 팔짱 낀 팀장 이야기를 마저 하면, 그는 끝까지 표정을 안 풀었다. 그를 못 돌려세운 채로 프로젝트를 마쳤고, 속으로 좀 억울해했던 것 같다. 몇 달 뒤에 그 조직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알았다. 그는 반대한 게 아니라 알고 있었다. 그 제도가 자기 팀에서 어떻게 굴러갈지 처음부터 계산하고 있었고, 그 계산이 맞았다. 나는 저항을 만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정보를 만났던 것이다. 그걸 알아보는 데 몇 달이 걸렸다.

변화관리와 조직개발을 나는 요즘 이렇게 구분해 쓴다.

변화관리는 시작과 끝이 있고, 조직개발은 끝이 없다.

변화관리는 프로젝트 안에 있고, 조직개발은 그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도 남은 것들 안에 있다. 그래서 변화관리만 반복하는 조직은 반드시 지친다. 바꿨다가 돌아오고 또 바꿨다가 돌아오는 걸 몇 번 겪으면, 사람들은 다음 변화를 버티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지나가겠지, 만큼 오래 남는 학습이 없다.

그럼 Enjoy는 어디서 올까? 나는 그게 마음가짐이 아니라 방식의 문제라고 본다.

평가 문장 하나를 고쳤을 뿐인데 반년 뒤에 두 부서가 서로 전화를 하고 있는 걸 볼 때가 있다. 회의 순서를 바꿨을 뿐인데 사람들이 전에 안 하던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아무도 설득하지 않았다는 게 좋았다. 그 사람들은 하던 대로 자기 이해관계를 계산했을 뿐이고, 다만 계산의 조건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건 좀 재밌다. 설득보다 훨씬, 물론 이 재미는 한참 뒤에 온다. 프렌치와 벨이 장기적이라고 써 둔 게 아마 그 뜻일 거다. 석 달짜리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나도 같은 회사를 몇 해 드나든 다음에야 처음 봤다. 담당자가 바뀌고 그때 그 임원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굴러가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나서, 아 내가 이걸 하고 있었구나 했다.

행동과학이라는 말도 그사이 내용물이 꽤 바뀌었다. 1978년의 행동과학이 주로 마음을 다뤘다면, 지금 우리가 꺼내 쓸 수 있는 서랍에는 사람들이 어떤 조건에서 협력하고 어떤 조건에서 손을 거두는지를 실험으로 확인해 둔 것들이 같이 들어 있다. 정의는 그대로인데 담을 게 넓어진 셈이다. 덕분에 우리는 이제 사람을 좀 믿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고도 협력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니까 Enjoy OD는 즐겁게 하자는 다짐이라기보다, 오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자는 말에 가깝다.

지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한 사람이 오래 남고, 오래 남은 사람만 사람이 바뀐 뒤에 남는 것들을 본다.

그리고 그걸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다음 워크숍에서 팔짱 낀 사람을 봐도 예전 같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나는 요즘 그런 사람을 보면 좀 반갑다. 그동안 경험으로 맷집이 좀 생겼나보다, 차분하게 바라보고 판단없이 다음 질문을 생각하게 된다.

Enjoy SYSTEM OD!!


ST
김민조 ODIST
개인개발은 결국 조직개발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직설계자
개인개발은 결국 조직개발로 나아가야 한다는 자율을 위한 기준 설계, 성장을 위한 나침반 구조를 조직시스템을 설계하여 작동하는 조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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