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조직 안으로] ESG, 경영진은 누구 말을 듣는가](https://cdn.offpiste.ai/images/articles/1448/cover/ef481a85-96e9-42eb-8033-e5ac5ef11b2d_일하는 사람을 위한 ESG적 생각2.jpg)
ESG를 둘러싼 온도차가 커졌습니다. 한쪽에서는 규제가 강해지고, 다른 쪽에서는 ESG 무용론이 고개를 듭니다. 해야 한다는 쪽과 과했다는 쪽이 동시에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 그 소음 속에서 경영진은 결국 누구 말을 듣고 움직이는가. 그리고 모든 압력에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실제로 동력이 되는가. 그 질문에서 오늘 소개할 연구가 시작됩니다.
최익현·박남태(2025)의 「사회적 ESG 요구와 경영진의 ESG 실행의지의 관계에서 조직구성원의 ESG 중요성인식의 매개효과 연구」입니다. 제조업 종사자 218명을 대상으로, 외부에서 ESG를 요구하는 여러 주체들이 실제로 경영진의 실행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연구입니다.

연구는 외부 이해관계자를 네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소비자, 투자자, 공급망, 정부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ESG 요구가 경영진의 실행의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결과는 이해관계자별로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투자자, 공급망, 정부의 요구는 경영진의 ESG 실행의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소비자의 ESG 요구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 요구가 영향이 없다는 결과는 얼핏 의외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는 이를 제조업의 구조적 특성으로 설명합니다. 제조업, 특히 B2B 중심 산업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는 주로 최종 제품 수준이나 마케팅·영업 부서에서 흡수됩니다.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 테이블까지 직접 닿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반면 투자자의 요구는 자본 조달 비용, 기업 가치, 평판 등 재무적 영역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영진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압력입니다. 공급망은 계약 이행과 거래 관계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 규제는 말 그대로 강제성을 갖습니다. 세 가지 모두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가집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사실 여기서부터입니다. 외부 압력이 경영진에게 닿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의 ESG 중요성 인식'이 매개 역할을 하는지를 따로 검증했습니다.
투자자 요구와 정부 규제의 경우, 구성원의 ESG 중요성 인식이 부분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투자자가 ESG를 요구하고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때 경영진이 실행의지를 갖게 되는데,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ESG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을수록 그 실행의지가 더 강해진다는 겁니다. 외부 압력 단독으로 작용할 때보다, 내부 인식이 함께 올라와 있을 때 경영진이 더 강하게 움직입니다.
ESG와 CSR 업무를 수행했을 때 경영진 보고를 여러 차례 해봤는데, 이 부분은 데이터 이전에 몸으로 먼저 느꼈습니다. 규제나 투자자 압력을 근거로 보고하면 경영진의 반응이 달랐고, 구성원 교육이나 사내 캠페인을 먼저 돌려서 내부 온도를 올려놓은 뒤 경영진에게 다시 가면 같은 내용도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반면 소비자 요구와 공급망 요구에서는 이 매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요구는 애초에 경영진에게 직접 닿지 못하니 매개가 작동할 여지 자체가 없고, 공급망 요구는 ESG 가치에 대한 공감보다는 비즈니스 논리로 직접 처리된다는 겁니다. 계약 유지, 거래 안정 같은 사업적 필요성이 구성원의 내부 인식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해석입니다.
연구가 정리한 시사점 중 제가 주목한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해관계자를 하나로 묶어서 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ESG 요구가 경영진을 움직인다"는 말은 너무 단순합니다. 누가 요구하느냐에 따라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투자자와 정부는 강력한 직접 압력이고, 공급망은 사업 논리로 작동하며, 소비자는 제조업에서 경영진에게 직접 닿지 못합니다. 기업이 ESG 전략을 설계할 때 이 차이를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게 연구의 메시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내부 인식의 역할입니다. 구성원들이 ESG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중요하게 여길수록, 외부 압력이 경영진의 실행의지로 전환되는 힘이 더 세집니다. 규제나 투자자 압력이 있어도 조직 내부가 냉담하면 경영진의 의지는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내 ESG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이게 경영진 보고용 행사냐, 아니면 구성원 인식을 진짜로 바꾸는 작업이냐'는 질문을 스스로 꽤 많이 했는데, 이 연구는 그 질문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SG 교육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경영진의 실행의지를 강화하는 구조적 기반입니다.
외부 압력은 갈수록 세질 겁니다. 투자자들의 ESG 기준은 높아지고 있고, 정부 규제는 점점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그 압력을 받아내는 건 결국 조직 안의 사람들입니다. 경영진이 의지를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성원이 왜 해야 하는지를 납득하지 못하면 ESG는 보고서 안에서만 삽니다. 이 연구가 데이터로 보여준 건 사실 단순한 진실입니다. 외부가 밀어도, 내부가 받쳐줘야 움직입니다.
참고: 최익현, 박남태. (2025). 「사회적 ESG 요구와 경영진의 ESG 실행의지의 관계에서 조직구성원의 ESG 중요성인식의 매개효과 연구」. 벤처혁신연구, 8(3), 293-314.
김민석 <일하는 사람을 위한 ESG적 생각> 저자 / listen-liste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