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이 다 망쳤다" AI 시대 살아남을 커리어 설계법

"딸깍이 다 망쳤다" AI 시대 살아남을 커리어 설계법

[폴인 × 오프피스트]이중학 교수가 말하는, 직무의 경계가 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일’을 찾는 법
HR 커리어전체
폴인
폴인Sep 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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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폴인의 에디터가 취재·작성한 아티클입니다. 윤용운 오프피스트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이중학 동국대 교수와 AI 시대의 일과 커리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더 뛰어난 마케터가 될 거야'라는 생각?
배가 불타고 있는데 그대로 있겠다는 것과 같아요.

폴인 인터뷰에 참여한 동국대학교 이중학 교수. 인사조직(HR)과 인공지능(AI)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폴인

윤용운입니다. 이중학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3년간 기업에서 HR을 담당하다 교수가 됐어요. AI가 조직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죠. 기업의 조직문화와 AI 도입을 컨설팅하며 변화가 실제 일터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고요.

그런데 앞으로 직업을 한 번 더 바꾸겠다고 말합니다. 평생 3가지 직업을 경험하는 게 목표라고요. 그는 왜 직업을 또 바꾸려는 걸까요?

"AI 시대의 경쟁력은 툴을 빨리 배우는 데 있지 않아요. 내가 어떤 일을 왜 하는 사람인지 정의하는 데서 시작하죠."

그 이유에는 AI 시대를 살아갈 개인에게 필요한 커리어 전략이 담겨 있어요. 직무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할까요? AI가 바꾸고 있는 개인의 일과 커리어,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을 기준을 이중학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딸깍이 다 망쳤다"
AI 써도 성과 안 나는 이유

Q. 개인은 AI로 5시간 걸리던 일을 1시간 만에 끝내는 시대인데, 왜 팀의 속도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메일을 자동으로 쓰고, 앱과 에이전트를 만들면서 개인이 하는 일은 빨라졌죠. 그런데 각자 만든 도구가 회사 시스템에 들어오지 못했어요. 개인의 능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모두 제각각 쓰는 게 문제인겁니다. 기능, 쓰는 조건, 환경이 전부 달라요. 개인은 편한데 같이 일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죠.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AI 딸깍'이 다 망친 것 같아요.

요즘 기업은 개인이 만든 것 중 쓸 만한 걸 골라 다시 깎고 있어요. IT·AI·HR 부서가 회사의 시스템, 일하는 방식에 맞추는 거죠. 개인의 'AI 딸깍'을 회사 워크플로에 넣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어요.

조직이 AI를 흡수하는 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문제는 개인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같은 회사, 같은 팀인데 차이가 눈에 띌 정도예요. 체감상 10배까지 벌어지기도 하고요. '저 사람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나는 뭐 하고 있지?'라는 불안이 생기고 있죠.

"AI가 아껴준 시간에 일을 더 많이 해야지" 생각하는데, 이게 가장 위험해요. 전에는 보고서를 일주일에 2개 만들었다면, AI로 10개를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필요 없는 보고서를 10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AI로 아낀 시간을 '가짜 노동'으로 채우는 거죠. AI가 아낀 시간을 가치로 바꿀지, 다른 가짜 노동으로 바꿀지는 사람이 정해요.

©폴인

Q. AI가 아낀 시간을 가치 있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연봉을 몇십억 받는 CEO를 만났어요. 회사원으로 정점에 오른 분이죠. 그런데 AI를 절박하게 배우더라고요. 제가 물었어요.

"왜 이렇게까지 배우세요?"

"안 배우면 도태될 것 같아서요."

이 분은 자기가 뭘 배워야 할지 정확히 알더라고요. 회사가 앞으로 갈 방향에서 꼭 알아야 할 게 무엇인지 정해둔 거예요.

성장하는 사람에게는 늘 자기만의 목적어가 있어요.

AI 안 배우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뭘 배울지는 다른 문제예요. "왜 그걸 배우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옆 사람이 하니까요"라고 해요. 내 일에 왜 필요한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클로드가 뜨면 클로드를 배우고, 코딩 뜨면 코딩을 배우죠. 순서가 거꾸로예요.

워크숍에서도 많이 봐요. 그 자리에서는 다들 뭔가를 만들어요. 심지어 몇백만 원짜리 AI 강의도 찾아다니는데요. 회사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 방식으로 일하죠. 배운 걸 자기 일에 억지로 넣으려 하니까 잘 안 맞는 거예요.

Q. 뭘 배울지도 모르겠다면요?

작은 시도라도 해봐야죠. 일단 써봐야 나에게 필요한지, 어디에 쓸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사람을 물가까지 데려갈 수 있어요. 필요하면 멱살을 잡고서라도요(웃음). 하지만 물을 마실지는 본인이 정해야죠.

유행하는 도구를 모두 쫓을 필요는 없어요. 먼저 해보고, 내 일에 필요 없으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판단부터 내리는 게 가장 위험해요.

결국 AI의 문제가 아니에요. 일을 받아서만 잘해온 사람인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인지의 차이죠. AI가 답을 더 빨리 만들수록, 어떤 문제를 풀지 정하는 힘은 더 중요해질 겁니다. 저도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어요. 직업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직업 3번 바꾸는 게 목표?
'대기업 HR →대학교수' 직업 또 바꾸려는 이유

Q. 대학교수면 보통은 마지막 커리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왜 직업을 또 바꾸려하는지 궁금합니다.

평생 3가지 직업을 경험하는 게 목표예요.

흔히 말하는 인생 3모작 같은 건 아니고요. 직무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전제를 갖는 거죠.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배운 걸 조직에 전했고, 지금은 연구하고 가르치며 같은 일을 해요. 교수라는 타이틀보다 제 정체성을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직업은 바뀌었지만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직무와 기능의 경계는 계속 흐려질 거예요.

'이게 내 일이야'라고 붙잡고 있으니까 변화가 두렵게 느껴지는 건데요. 지금 직업이 평생 이어진다는 전제부터 내려놓아야 해요.

"직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어요. 나의 일을 직업과 동일시하기보다는, 내 역량을 중심으로 나의 일을 다시 정의해보시면 좋겠어요." ©폴인

Q. '마케팅'이나 'HR' 같은 직무가 사라진다는 뜻인가요?

네. 예전에는 HR, 마케팅, IT가 각자 맡은 일을 했어요. 영토를 명확하게 나누는 게 가장 쉬운 관리법이니까요.

그런데 AI가 들어오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넓어져요. 마케터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간단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 수도 있죠. 직무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던 일이 잘게 쪼개지고 다시 섞이는 거예요.

'더 뛰어난 마케터가 될 거야'라는 생각은
배가 불타고 있는데 나만 그대로 있겠다는 것과 같아요.

회사는 벽돌로 쌓은 건물이 아니라 과업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액체가 될 거예요. 마케팅팀과 개발팀이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을 거예요. 업무 숙련도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해요.

Q.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성과, 승진을 목표로 일하잖아요.

정말 그럴까요? 회사와 개인이 서로 기대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3·6·9라는 게 있었잖아요. 3년을 견디고, 6년을 버티고, 9년쯤 되면 전문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한 회사에서 2~3년 뒤를 그리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 팀장 안 되고 싶다는 사람 많아요. 일부러 리더가 되지 않으려는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리더 포비아(Leaderphobia)'가 흔해졌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요. 스트레스는 더 받는데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위로 올라가는 것만 성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옆으로 움직이며 다른 일을 해보는 것도 성장이 됐어요. 승진보다 '내가 시장에서 계속 필요한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거죠.

이직을 권하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어디에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며 나에게 무엇이 쌓였는지예요.

Q. 흔히 말하는 전문성은 앞으로 사라지는 걸까요?

사라진다기보다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10년 차 변호사', '20년 차 엔지니어' 처럼 시간과 지식의 양이 전문성을 뜻했는데요. 지금은 법학 신입생이 인공지능으로 10년 차 변호사 수준의 법률 문서를 작성해요. 주니어 개발자가 시니어 개발자만큼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고요.

법학 신입생이 만든 법률 문서, 주니어 개발자가 만든 시스템이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곤 하는데요. 이제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를 풀었는지가 중요하죠. 앞으로의 전문성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레버리지의 질'이 될 거예요.

"회사가 제시하는 사다리 무너졌다"
커리어 직접 설계하는 방법

Q. 직무 대신 무엇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할까요?

일을 잘게 뜯어봐야죠. '나는 마케터다'에서 끝내지 말고, 마케팅하면서 어떤 일을 좋아했고 무엇을 잘했는지 봐야 해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강한지, 숫자로 시장을 해석하는 걸 잘하는지, 좋은 상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지요.

직무와 직업은 바뀔 수 있지만, 이 3가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거예요.

① 내가 좋아하는 것

② 잘하는 것

③ 일할 때 반복해서 쓰는 근육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앞으로의 커리어는 직무명이 아니라 그걸 중심으로 이어가는 거예요. 사람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해요. 일을 받아서만 잘하는 사람은 버티기 어려워요. AI가 시킨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하니까요.

직무는 사라질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다음 커리어로 이어져요.

©폴인

Q. 내가 잘하는 일은 어떻게 찾나요?

자기 이해부터 시작해요. 가장 친한 친구와 부모님에게 "내가 뭘 잘해?",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해 보여?"라고 물어보세요. 당연하게 여기던 내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는 강점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교수로 일하며 학생들과 한 학기 16주 동안 이 훈련을 해요. 마지막에는 묘비명도 쓰게 하죠. "삶이 30일 남았다면 뭘 할래?"라고 물은 뒤 일주일, 하루로 계속 줄여요. 여행 같은 답은 빼고요. 끝까지 좁히면 자기가 놓치고 있던 단서 하나가 남아요.

"내가 이걸 좋아했구나."

"이건 남들보다 잘했구나."

거창한 답이 바로 나오진 않아요. 그 단서 하나를 실제 일에서 써보고, 다시 돌아보는 일을 반복해야죠.

요즘 주변에서 '불안'을 말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저도 늘 불안한데요. 변화와 불안을 가끔 찾아오는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원래 늘 있는 상수라고 봐요. 불안이 꼭 나쁜 감정도 아니에요. 불안하지 않으면 배우거나 움직이려 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에게 불안은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에너지예요.

이때 필요한 게 '모호성 내성(Tolerance for Ambiguity)'이에요.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견디는 힘이죠. 같은 불확실성을 위협으로만 보는 사람은 움츠러들지만, 가능성으로 보는 사람은 일단 움직이고 배워요. AI 시대에는 이 차이가 성과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어요.

AI 시대에는 답을 아는 힘보다
답 없는 시간을 견디는 힘이 중요해요.

'HR의 미래: AI가 바꾼 일터의 룰' 시리즈의 모더레이터 윤용운 대표(왼쪽)와 이중학 교수(오른쪽). ©폴인

Q. 커리어 설계를 고민 중인 직장인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스스로를 마케터, 개발자 등 직무로 정의하는 걸 버리시고요. 다른 역량을 키워보거나 페르소나를 여러 개 만들면 좋겠어요.

주중에는 데이터 전문가로 일하고, 주말에는 인공지능 기술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거예요. 링크드인에서는 데이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인스타그램에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를 꾸준히 올려요. 깃허브에서는 데이터 시각화 관련 코드를 공유하고요.

이렇게 3가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쌓이면, 데이터 분석 능력과 시각적 스토리텔링 능력이 결합된 독창적인 전문가라는 개인 브랜드가 만들어질 거예요.

Q. 역량을 다양하게 길러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과거에는 하나의 분야를 깊게 파는 T자형 인간이 인재였다면, 앞으로는 여러 분야를 이해하는 M자형 인간이 인재가 될 거예요. 여러 전문성이 독창적으로 결합된 능력은 AI는 물론 누구도 복제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 경험, 문제해결 방식에 자신 태도를 더하면 새로운 커리어 정체성이 생길 거라고 봐요. 여기서 말하는 태도는 내가 어떻게 일하는가를 재정의하는 내면의 변화예요. 인간의 태도, 가치, 그리고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능력의 결합이에요.

©폴인

직무, 조직 등 모든 것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요. 더 이상 회사가 주는 사다리를 오르는 것만으로 커리어를 만들 수 없죠.

회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고용된 사람처럼 일해보세요. 그러면 "회사에서 무엇을 시킬까?"보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앞으로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를 먼저 묻게 됩니다.

경력의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커리어를 설계하시길 바라요. 내 일을 내가 정의하면 직업이나 직장이 바뀌어도 이전만큼 불안하지 않을 거예요.


*이 글은 폴인의 <HR의 미래: AI가 바꾼 일터의 룰> 시리즈 3화입니다. 폴인 홈에서 매일유업 오준석 리더, SK하이닉스 염우선 TL, 동국대 이중학 교수의 인터뷰를 모두 만나보세요.

1편) '반복 업무 54%' AI 도입 전 '이것'부터 바꾼 매일유업

2편) SK하이닉스 리더십 '일 잘하는 사람→잘하게 만드는 사람'

3편) "딸깍이 다 망쳤다" AI 시대 살아남을 커리어 설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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