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몸은 참 솔직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맥박이 오르고, 쉬면 내려간다.
잠 부족하면 눈이 붓고, 과식하면 바로 표시가 난다.
그런데 조직은 다르다.
속이 뒤집혀도 겉은 멀쩡하고, 몰입이 바닥이어도 KPI는 멀쩡하다. 리더십이 흔들려도 점심시간엔 다 같이 웃는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진짜 문제를 만든다. 그리고 People Analytics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그 첫 번째 도구가, 많은 사람들이 귀찮아하지만 우리가 가장 사랑해야 하는 그 존재.
설문(Survey)이다.
사람들은 설문을 건강검진처럼 생각한다.
“요즘 회사 괜찮습니까?”
“리더는 만족하십니까?”
“몰입도는 어떠세요?”
문항만 보면 그냥 자기 상태 체크 같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설문을 너무 얕게 다룬다. 하지만 설문은 ‘내 기분 체크표’가 아니라 조직이 숨 쉬는 패턴을 읽어내는 장치다.
한 번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나도 몇개월 사이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문항이 아니라, 흐름으로. (리더십,몰입도,의사소통,심리적안전 각각 나누어서)
점수가 아니라, 맥락으로. (중요한 건 현상보다 원인이다.)
맥박은 숫자가 아니라 리듬이다. (언제 올라가고 언제 흔들리는지…)
조직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듯 조직도 좋아졌다 → 흔들렸다 → 멈칫했다 → 다시 안정됐다라는 사이클이 있다. 그런데 이 사이클은 성과지표나 KPI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드러나는 순간은 이미 문제가 꽤 자란 뒤일 때가 많다.
누군가 조용히 떠났고
누군가 조용히 마음이 꺾였고
누군가 조용히 동료들과 멀어졌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이다. 설문은 그 떨림을 시간순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그래서 설문을 점수로만 보면 놓친다. 숫자는 숨소리가 아니다. 숨소리는 패턴이다. 패턴을 읽는 순간부터 조직은 “사건 이후 관리”가 아니라 사건 이전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지도는 정답을 주지만 나침반은 방향만 준다. 설문은 겉으로 보면 지도처럼 생겼다.
(표, 그래프, 지수, 점수…)
하지만 실제로는 나침반에 훨씬 가깝다. 설문은 이렇게 말한다.
“이쪽이 조금 이상해.”
“이 방향으로 가보면 뭔가 나온다.”
“지금 이 경로는 위험해.”
“이 방향이 맞나?”
그래서 문제의 원인은 설문이 아니라 설문을 지도처럼 쓰는 조직문화다. 지도처럼 해석하면 “점수 낮음 → 개선책 3개 → 보고서 제출 → 점수만 좋아지게 만듦” 이 답없는 공식이 무한 반복된다.
하지만 나침반은 다르다. 방향을 읽고, 현장에서 판단하고, 발걸음을 조절해야 한다. 설문은 해답지가 아니라 힌트북이다. 직원과 회사 모두 힌트를 읽고자 하는 조직문화가 강한 조직을 만든다.
조직과 구성원은 서로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말하면 불편해지고, 불편해지면 귀찮아지고, 귀찮아지면 결국 침묵을 선택한다. 조직 내부가 조용한 조직은 대부분…
무서워서 침묵하거나
체념해서 침묵하는 것이다.
침묵을 평온한 상태로 착각하지 말자. 그래서 설문은 침묵을 깨는 대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대화를 ‘질문만 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점이다.
묻고
점수 받고
통계 내고 (보안이랍시고 오래 묵힘)
나름대로 개선안 마련하고
끝
이건 대화가 아니다. 그냥 “청문회”다.
설문으로 구조방정식 돌리고 어려운 기법을 쓴다고 조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개선안을 발표해도 구성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설문 한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니들이 시키면 내가 해야 해?”
공감이 없다.
진짜 대화는 이렇게 돌아간다.
묻고 (Ask)
듣고 (Listen)
다른 의견도 빠르게 공유하고 (Speed & Share)
행동하고 (Act)
다시 알려준다 (Close the Loop)
이 루프가 돌아가는 순간, 직원들은 이렇게 느낀다.
“우리 회사는 설문을 진짜 대화로 쓰는구나.”
“나만 이렇게 생각한게 아니구나~”
“다른 의견 보니까 내가 오해했네?”
“내가 낸 의견대로 하니까. 조직이 점점 좋아지네?”
블라인드 글보다 순화되어있는 설문 결과를 무슨 기밀문서처럼 관리하지 말고 구성원들이 대통령선거 개표 방송 보듯 빠르게 공유하면서 함께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
그때부터 데이터의 품질이 달라진다.
점수가 달라지는게 아니고 구성원의 진심이 달라진다.
변화관리의 시작은 개선안 도출 후 부터가 아닌 설문을 시작하는 것 부터라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 구성원들은 완벽한 조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어제보다 나아지는 조직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좋아지는 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것과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 실제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설문에 응답한 구성원이다. 위에서 말한 대화법을 통해
구성원들이 변화 당하는 것이 아닌,
변화의 주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기술이야 말로 설문데이터가 실제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키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