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인사제도나 프로세스 만드는 걸 꺼리는 대표님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우리 회사는 자유롭게 일해요.’,’HR제도 같은 건 없어도 돼요, 우리는 유연하거든요.’
경직된 문서, 복잡한 절차, 불필요한 형식들이 조직의 속도를 떨어트릴 것 같다는 걱정.
어느정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HR프로세스를 ‘자율성의 반대말‘처럼 여기는 시선에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HR프로세스는 단순히 규칙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구성원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기본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HR프로세스는 왜 필요한가에 대해 저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HR프로세스를 이렇게 정의하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약속”
누구를 통제하기 위한 것도, 사람 위에 제도를 세우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죠.
각자의 스타일과 속도를 존중하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기준과 언어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HR프로세스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만의 기준으로 일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불확실한 분위기 속에서 “이건 해도 되나?”, “이건 내가 해도 되나?”
스스로를 검열하며 일하게 됩니다.
기준이 없으면, 판단은 ‘명확성’이 아니라 ‘눈치’로 바뀝니다.
이런 혼란은 불공정, 오해,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죠. 결과는 퇴사 혹은 “말없이 버티기”로 남게 됩니다.
자율성에 대해 저도 100% 동의합니다. 그런데 자율성은 ‘기준’위에 있어야 가능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준이 있을 때 우리는 “이번엔 이걸 예외로 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이건 원칙을 넘어서는 안좋은 선택이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준이 있을 때 유연함은 신뢰를 얻지만, 기준이 없을 때의 유연함은 그냥 ‘무질서’가 됩니다.
그래서 HR의 역할은 기준을 세우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 기준 위에서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또는 그 조직에 맞게 조율하는 것 까지가 HR의 몫이라고 믿습니다.
누군가에게는 HR프로세스가 딱딱하고 불필요한 ‘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 없이 자유로운 조직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흔들리고, 더 자주 지칩니다.
저는 HR프로세스가 구성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준은 너를 구속하려는 게 아니라, 너를 지켜주기 위한 약속이야.”
하지만 가끔은 프로세스를 ‘악용’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제도의 취지를 교모하게 피해가거나
개인의 편의를 위해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들이 생기곤 하죠.
그렇게 악용하는 사례가 쌓이면, 결국 제도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람을 ‘막기 위한 틀’로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HR담당자는 프로세스는 만드는 것만큼, 프로세스가 악용되지 않도록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일에도
끊임없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좋은 HR프로세스는 ‘처음부터 완성형’이 아니라, 조직의 변화와 함께 완성되어 가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문화, 인원 구성, 성장 단계에 따라 프로세스는 수없이 바뀌고 조정됩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변화의 과정에서 사람을 지켜주고 일관된 기준으로
신뢰를 주는 역할을 HR이 먼저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준은 가두기 위한 틀이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설계된 기준은 사람을 살리는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 위에 세운 유연함은, 진짜 유연함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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