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벤처, 혹은 인사담당자가 따로 없던 조직에서 HR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우선 급한 것부터 처리하면 되는 걸까…”
저 역시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고, 그때마다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매뉴얼부터 만들기보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거꾸로 설계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예를들어,
입사 첫날 팀장이 입사 사실을 모른다 → 입사 프로세스 필요
퇴사할 때 연차 정산, 장비 반납에 혼란이 있다 → 퇴사 프로세스 필요
즉, “지금 무엇이 반복적으로 불편한가?“에서 시작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HR프로세스를 구축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걸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늘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1. 입/퇴사 프로세스
입사일도 제각각, 팀마다 온보딩 방식도 다르고, 퇴사할 때 정산은 늘 혼란스럽다면?
그 조직은 계쏙해서 ‘채용 → 혼란 →이탈’의 루프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입사 프로세스 (계정, 제출 서류, OJT자료 등)
퇴사 프로세스 (퇴직원, 장비 반납, 잔여 연차 등)
입/퇴사 경험은 구성원이 조직을 기억하는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부터 정비되어야 합니다.
2. 취업규칙
법적 필수 사항일 뿐 아니라, 회사의 철학이 반영된 ‘운영 기준’입니다.
근무시간, 휴가, 징계, 해고 등의 규정
구성원과 회사의 권리/의무 기준
다른 회사의 규정을 벤치마킹하되, 우리 회사만의 방향성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취업규칙은 ‘회사의 철학’을 제도화한 문서입니다. 사소해 보여도 구성원이 회사를 신뢰하는 근간이 됩니다.
3. 근태/연차 운영 기준
근무시간, 지각/조퇴 기준
연차 부여/사용/정산 방식
병가 및 경조사 처리 기준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자주 분쟁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매번 케이스별로
감정소모를 하게 됩니다.
HR프로세스를 만들 때 자주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너무 많은 내용을 한 문서에 담으려는 것 입니다.
읽기 어려운 장문의 텍스트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 체크리스트
기준 없이 저장된 파일명들..
좋은 프로세스는 복잡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핵심 흐름은 간결하게 정리하고
세부 내용은 별도의 운영 가이드나 FAQ로 제공하기
즉, 보여주는 프로세스와 운영하는 가이드는 구분해서 설계해야 실제로 잘 운영됩니다.
많은 분들이 HR제도는 한 번 만들면 끝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그 반대입니다.
처음 만든 프로세스는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수많은 피드백과 변화에 따라 계속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를 벤치마킹하되
우리 회사의 성장 단계, 문화, 인원수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하고, 새롭게 적용하고, 리마인드해야 합니다.
HR프로세스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기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조직의 성장과 함께 조정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HR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가끔, 프로세스를 조직의 허점을 파고드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도의 빈틈만 겨냥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시도들..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면 프로세스는 결국 ‘가두기 위한 틀’이 되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선한 의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문화를 함께 설계하는 것입니다.
기준은 명확하게
유연성은 상황에 따라
무엇보다 조직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지키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문화를 만들 책임은 결국 HR에게 있습니다.
HR프로세스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회사에 가장 적합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시는건 어떨까요?
완벽하려 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잘하려 하기보다,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오늘, 그 첫 단추를 하나를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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