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Unframed 시즌2] 세션4, 다음을 위한 나만의 업데이트 방식

[HR Unframed 시즌2] 세션4, 다음을 위한 나만의 업데이트 방식

<조직 안에서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 마지막 세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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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최지훈Jul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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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산이 자아 ego를 세우고 자기를 규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계층 상승의 엘리트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 사이에 자기 자신을 단단히 뿌리내리고

그들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평등주의적인 것이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2020)]

데이비드 브룩스의 말대로 나 역시 20대와 30대에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나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자아를 증명하는 일에 온 힘을 몰두했다. 그러나 40대에 접어들며 문득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더 이룰까'보다 '내가 세상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를 조금 더 고민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요즘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이 이전보다 단순해진 동시에 되려 어려워졌다.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가치인가',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일인가',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나 역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가'라는 질문들 덕분에 선택의 기준은 한층 명료해졌다. 하지만 기준이 선명해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같은 상황 안에서 '하지 않아야 할 일' 또한 분명해졌음을 의미한다. 기준이 바뀌고 보다 분명해진다는 것은, 결국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택의 세계로 넘어간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HR Unframed 시즌2, 마지막 4회차 세션의 주인공은 진동철님이다.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시작해 기술지원, 교육 담당, 그리고 HRD 팀장을 거쳐 지금은 로봇 스타트업의 자문과 컨설팅, 대학 강의 등 경계 없는 다채로운 역할을 해나가고 계신 분이다. 나와는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2-3년 정도된, 그야말로 단단하고도 유연한 '약한 연대(Weak ties)'의 관계, 나는 평소에 동철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가 지금껏 묵묵히 이어온 크고 작은 일상의 선택들과 꾸준하게 축적된 루틴들이 지금의 선생님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삶의 궤적과 깊은 성찰은, 오랫동안 내게도 멋진 배움이 되어왔다.

나는 지금 나를 업데이트하고 있는가

동철님은 타인이 규정하는 거창한 '업그레이드'보다, 매일 조금씩 나를 고쳐 쓰는 '업데이트'라는 단어를 신뢰한다고 말한다. 그의 커리어 로드맵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정답이 아니었다. 그저 매 순간 마주한 삶의 파도 앞에서 자신을 조금씩 업데이트해 온 여정들이 촘촘하게 축적된 결과물이었다.

동철님은 평소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까지 하루의 시간을 텍스트 파일에 전부 기록하고, 그 행동들에 '현재수익/미래자산/루틴/충전/소모' 같은 태그를 붙여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과의 외식'이라는 일과 앞에 멈춰 서서 이를 '소모'로 태그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동철님은 자신의 태그 체계를 '지속성 투자/관계 투자/일상 유지'로 과감히 바꾸었다. 혼자 먹는 점심은 단순한 일상 유지가 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나누는 저녁 식사는 삶의 가장 단단한 '장기 투자'가 된다는 깨달음이었다. 같은 행동도 내가 어떤 맥락과 목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가 완전히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동철님은 이를 교육학의 '더블 루프 러닝(Double Loop Learning)'개념으로 연결해 설명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매뉴얼만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싱글 루프'라면, 애초에 왜 이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지 우리 안의 근본적인 가정을 의심하고 교정하는 것이 바로 '더블 루프'다. 다시 말해, 실수나 에러, 언행의 불일치로부터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정에 의문을 가지고 새로운 가정과 이론 자체로 재정립하는 것.

동철님은 진정한 어른의 자세로 '실패와 도전을 품어내는 태도'를 꼽았다. 최근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을 때, 그는 실패의 아쉬움을 곱씹는 데 머물지 않고 코칭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 사건으로부터 밸류를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일까?'

이 질문을 통해 동철님은 모건 맥콜 교수의 '경험의 학교(School of experience)'라는 개념처럼, 작은 실패의 경험을 단순한 사건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만의 교훈과 새로운 자산으로 재구성해 내는 힘을 얻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내가 가진 생각이 끊임없이 바뀔 수 있음을 인정하는 거예요. 이러한 태도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십 년간 싸우지 않는 부부나 포용적인 리더, 대화를 독려하는 조직 안에서의 리더들은 모두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있죠."

동철님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43번째 일기장을 채워오고 있으며, 대학 시절 읽은 책들에 번호를 매겨 이미 1,000권이 넘는 기록을 쌓아 올렸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남겨온 현장의 사유들을 모아 무료로 배포한 PDF 자료집 - 시작하는 HR을 위해 - 은 모 대기업 HRD 팀의 자체 스터디 교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 지속성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가 내놓은 답은 역설적이게도 '완벽하게 매일 쓰지 않는 것'이었다. 때로는 6개월간 일기를 한 줄도 쓰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보통의 사람들은 작심삼일 끝에 며칠을 거르면 스스로를 책망하다가 아예 포기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는 자책하는 대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다시 하면 돼”라며 묵묵히 펜을 다시 쥐었다. 스스로를 다정하게 수용하는 것, '잠깐 안 하더라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쓱~하기'가 그가 발견한 무언가를 가장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비밀 열쇠였다.

동철님은 본인이 만든 '정거(停車)의 시간' 이라는 표현을 소개했다.

조용히 멈추어 머무는 시간. 즉, 의도적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백을 만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하루는 휴대폰 등 모든 연결을 끊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 전 한 시간 일찍 카페에 홀로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그 안에 머물며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깊은 성찰을 이어왔다.

삶의 슬럼프나 지독한 번아웃이 찾아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릴 때, 동철님은 자신만의 '핵심 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매일의 업무일지와 일기 쓰기, 달리기, 그리고 아침마다 초심을 다지며 읽는 기도문이 매일을 유지하는 루틴이었다. 거창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흔들리고 있구나'를 인지하고, '나는 이 루틴을 통해 반드시 회복한다'는 복원력의 경로를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 그 자체가 회복탄력성의 구체적인 실천임을 강조한다.

동철님은 어른다움은 특정 상황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어디서든 일관되게 드러나는 태도임을 강조하며, 세션에서 이런 질문을 나누었다.

“조직에서는 한없이 친절하고 예의 바른 리더가, 정작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함부로 대한다면 그를 진정한 어른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어른다움이란 특정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발휘하는 세련된 스킬이나 기술이 아니다.

어른은 이미 완성되어 고착된 상태가 아니라, 평생을 거쳐 낯설게 배워가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이 업데이트의 과정이 지난하게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맥락을 깊이 읽어내고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인생 리터러시(Life literacy)'를 갖추게 된다. 리터러시는 본래 글을 읽고 쓰는 능력(문해력)을 뜻한다. 문해력이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비판적 해석 능력으로 확장됐듯, 인생 리터러시는 자신의 삶을 계속 돌아보고 업데이트하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다음 챕터를 준비하려면 인생의 정점에 이르기 전, 그 변곡점에서 이미 새로운 곡선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철님은 여기에 보태어, 그 변곡점에 도달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점에 거의 이르러서 부랴부랴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정거와 기록을 통해 나의 사고와 행동을 조금씩 교정해 나가는 성실한 일상의 업데이트는 삶이 꺾이는 순간 우리를 다음 차원의 도약으로 이끄는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동철님은 세션 오프닝에서

"만약 내 커리어를 한 권의 책으로 짓는다면, 지금까지의 챕터 제목은 무엇이고 다음 챕터 제목은 무엇이었으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션 말미에 이르러 이에 대한 답을 담담하게 건넸다.

“지금까지의 챕터 제목은 '축적의 시간'이었다면, 다음 챕터 제목은 '발산의 시간' 이었으면 합니다.”

데이비드 브룩스가 제시한 첫 번째 산이 자아를 세우고 무언가를 획득하는 '축적'의 여정이었다면, 두 번째 산은 비로소 자아를 내려놓고 그것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발산'의 여정이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동철님이 걸어가고자 하는 '발산의 시간'이란, 자신의 성취와 성공을 위한 상승의 꼭대기에서 내려와 무언가 결핍과 필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자신의 존재를 단단히 뿌리내리는 일이 아닐까. 그리하여 그들과 손잡고 나란히 걷는 두 번째 산의 평등주의적 삶을, 그는 '발산'이라는 단어에 담아 고백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동철님이 보여준 매일의 정거와 기록, 그리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돌아보고 교정하던 업데이트의 날들은 단순히 더 높은 곳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번째 산을 온전히 걸어 내려가 타인에게 깊이 뿌리내리기 위한, 가장 성실하고 인간다운 준비 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나에게도 동일한 질문이 남았다.

나는 지금 첫 번째 산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두 번째 산을 향해 나만의 궤적을 묵묵히 업데이트해 가고 있는가.


지훈
최지훈
조직도 브랜드다 / 더인터널브랜딩랩
브랜딩의 관점으로 조직문화를 설계합니다. 조직 안의 관계를 디자인하고, 진단을 행동으로 연결하며, 개인의 '자기다움'이 팀의 건강한 '우리다움'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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