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BP라는 단어를 처음 본 건 채용 공고에서였습니다. ‘인사에도 이런 역할이 있구나,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렇게 지원서를 냈습니다. 면접을 보며 H/M(Hiring Manager)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면접 중에 계속해서 강조된 건 두 가지였습니다. 바로 문제 해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습니다. H/M는 제가 조직의 해결사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거듭 물었고, 그 질문이 오히려 저를 더 이끌었습니다.
오랜 면접 끝에 합격을 했고, 그렇게 HRBP라는 이름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후 받은 첫 메시지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담당하는 사업부가 다 다르고, 각자 지금까지 인사 담당자로서의 역할과 업무를 수행해 왔으므로, 각자의 캐릭터와 방식대로 사업부를 지원해 주세요.”
호기롭게 도전한 HRBP로서의 첫 업무에는 정해진 매뉴얼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참고할 수 있는 구조도 없었습니다. 그제야 다급하게 HRBP가 정확히 어떤 역할인지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색해서 나온 HRBP의 정의는 이랬습니다. “조직의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해 현업과 협업하며 인사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전략적 HR 파트너.” 너무 멋져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막연했습니다.
지금 당장 어떤 업무를 먼저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어떤 리듬으로 일해야 하는지. 찾아본 내용만으로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HRBP가 비즈니스 파트너라면, 당연히 먼저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과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리고 가장 단순한 답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사”하기였습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정말 말 그대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마디에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맡게 된 조직의 구성원 약 100명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이 조직의 HRBP로 새로 오게 되었고, 가능하다면 짧은 일대일 미팅(1on1)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자리에서는 정중하게 제 소개를 다시 드리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구성원 여러분이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지 여쭈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역할을 정리하다 보니, 각 팀의 업무 흐름은 물론,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목표와 분기별로 달성하고자 하는 조직 전체의 목표까지 보다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습니다. 지금 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또 리소스는 어디에서 부족한지 등. 단순한 인사 이상의 정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가 담당하는 조직의 언어와 흐름, 분위기 속에 조금씩 녹아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다른 조직을 담당하는 HRBP 분들이 저를 보며 “그 조직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말해주시곤 합니다.)
이후에는 팀원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팀 매니저, 조직장과도 소통하며, 인사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을 짚어보고, HRBP로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제안드릴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누군가 “HRBP가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사전적 정의보다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현업과 같이 일하며, 같이 고민하고, 같이 길을 찾는 사람입니다.”
아직 멋진 ‘HRBP’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 제가 배우고 있는 HRBP는 ‘같이 걷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좌충우돌 성장기를 아티클로 조금씩 나눠보려 합니다. 이 작은 경험이, 이제 막 HRBP를 시작한 누군가의 낯설고 두려운 첫걸음에 따뜻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