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HR 수다] 여러분의 조직은 오늘도 공정한가요?

[HR 수다] 여러분의 조직은 오늘도 공정한가요?

People Analyst가 이야기해 주는 HR 이야기
지욱
황지욱Aug 25, 2025
전체
230611

브라운아이즈가 부릅니다. 벌써 1년. 

어느 정도 짬이 찬(?) 직장인이라면 으레 느끼듯이 기업의 일상은 매년 쳇바퀴 돌듯 흘러간다. 연초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면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새해를 준비하거나 또 새롭게 발령 난 조직으로 떠나 새로운 새해를 준비한다. 지난 해 세워뒀던 올해 연도계획을 수정해서 올해 업무계획을 확정하고 예산을 배정받고 부서 내 업무분장을 한다.  

 

드디어 첫 번째 업무를 시작하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준비했던 계획업무와 그 와중에 떨어지는 수시업무가 뒤섞여 유튜브 속 쇼츠만큼이나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러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고, 여름휴가 다녀온 뒤 수신함에 가득 쌓인 메일이며 업무들과 씨름하다 보면 벌써 민족 대 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온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추석이 지나는 순간 우리는 “내년에 제가 여기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이란 말을 읊조리며 슬슬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한다.  

 

재미있는 점은 아직 9월이 채 지나기 전이거나 늦어도 10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소위 고인물들께서는 베테랑 농부가 내년을 준비하듯 이미 올해 농사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슬슬 승진대상자에 대한 하마평이 돌고, 올해는 누가 평가를 잘 받을 것인지? 또 나는 올해도(!) 망했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뒤섞여 사내 메신저 속을 떠돈다. 그래서 9월을 앞둔 지금 이야기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공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장면 1. 부장님의 공정한 평가 

내가 입사 6년차였던가? 지금은 은퇴하신 어느 부장님께서 새로운 평가정책을 제시하셨다. 팀 내 평가기준을 손수 설정하시고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하셨다. 연말이 되자 진짜 팀원들을 모아놓고 엑셀로 직접 정리하신 평가결과를 빔 프로젝트로 펼쳐 놓으신 뒤, 올해는 이지안 과장이 종합점수 1위, 박동훈 차장이 종합점수 2위... 도준형 대리가 종합점수 최하위라고 발표하셨다. 올해 고과평가는 회사에서 정한 비율에 맞춰 순위대로 상위조직에 통보하겠다고 하신다. 이때 최하위 고과가 확실시되는 도준형 대리가 붉어진 얼굴로 “이건 공정하지 못합니다! 애초에 이지안 과장에게 매년 광나는 알짜배기 업무만 맡기셨는데 어떻게 이게 공정할 수 있습니까?”라고 억울함을 남기고 붉어진 얼굴로 회의실을 나간다. 과연 부장님의 인사평가는 공정한가? 

 

#장면 2. 예측 가능한 인사정책 

매년 팀 내 승진후보자를 정하는 일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상위 조직 내 승진대상자보다 승진 TO가 늘 적은 것도 이유지만, 각 팀에서 내세운 후보자 간에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직급별 승진 TO가 딱 정해져서 내려온다 해도, 누구를 승진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정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다. 때로는 조직 내에서 직급별 승진 TO를 주고받는 모종의 거래(?)가 일어나기도 하고 유력한 백그라운드를 등에 업은 깜짝 발탁이 이뤄지기도 한다. 승진후보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김부련 상무님은 그런 복잡한 계산이 싫었나보다. 연초부터 “우리 조직은 무조건 순서대로 승진한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연공서열에 따라서 승진을 시킬 것이고 임원으로서 나는 다른 조직에 비해 최대한 많은 승진 TO를 가져오는데 주력하겠다”라고 조직에 선언했다. “조직의 성과는 어느 개인이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이 합심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예측 가능한 인사정책 아니냐?”라며 자신의 인사정책이야말로 공정한 인사라고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누구와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오전 일과이고 3시 30분 주식장이 끝나기 전에 매매를 마치느라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있는게 오후 일과인 이번 승진에 유력한 후보인 한석률 과장에 대한 불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과연 구성원들은 김부련 상무님의 승진정책을 공정하다고 생각할까? 

 

#장면 3. AI에 의한 부서배치 

은행은 횡령 등 사고의 위험성과 다양한 이유로 정해진 기간에 따라 영업점 근무자들을 순환배치한다. 그런데 영업점 순환배치는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겨왔다. 영업점 점장들은 늘 업무능력이 출중하고 싹싹한 우수인력이 배치되길 원하고, 영업점 근무자들은 좀 더 편하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점으로 배치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순환배치가 이루어진 직후 담당자는 항의전화에 괴롭기 그지없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OO은행이 2020년 혁신적인 AI 알고리즘 기반 순환배치 시스템을 도입한다. 근무경력, 자격증 현황, 거주지 등 30여가지의 룰을 기반으로 룰 베이스 알고리즘을 설계한 뒤 이를 기반으로 각 영업점 별 배치를 진행했다. HR에 AI를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기사도 냈다. 하지만, 실상은 거창한 외부 홍보와 달리 불만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불만을 이야기할 곳이 없어졌을 뿐이다. 영업점 점장과 영업점 근무자가 순환배치 담당자에게 예전처럼 불만을 토로해도 “아! 그건 제가 한 게 아니라 AI 알고리즘이 한 거라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AI 알고리즘이 최대한 공정하게 프로세싱 한 거에요!”라고 이야기하니 그들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과연 AI 알고리즘에 의한 부서배치는 공정한 것일까? 

 

우리가 인식하는 공정함 

우리는 공정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자기애가 유독 강한 한국사람들은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우리는 공정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공정함(Fairness)는 단일 개념이 아니다. 공정함에는 여러가지 개념이 혼재되어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에게 공정함을 영어로 번역해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들이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평등(Equality), 형평(Balance), 정의(Justice), 공정(Fairness)까지 다양하게 이야기를 한다. 평등은’ 결과의 공정함’을 이야기하고, 형평은 ‘과정의 공정함’을 이야기한다. 공교롭게도 스페인어로 정의와 공정은 모두 ‘Justicia’로 한 단어이다. 이렇듯 공정은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맞춰 해석된다. 그러니 같은 상황을 두고도 누구는 공정하다 하는 반면 누구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겠다 싶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학문적 관점에서의 공정함 

아카데미아(Academia)에서 정의한 공정은 하나의 개념이 아니다. 세 가지의 다른 관점이 하나의 개념을 구성한다.  

 

첫 번째 개념은 분배적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이다. 기회나 보상이 결과 차원에서 공정하게 분배되었는지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Deutsch, 1975) 부장님의 공정한 평가 사례를 떠올려보자. 도준형 대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그 결과로 받게 된 보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분배적 공정성이 손상되었다고 느낀다. 

 

두 번째 개념은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이다.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Leventhal, 1980) 이 경우 결과보다는 과정이 일관성을 가지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다면 공정하다고 느낀다. 김부련 상무님의 인사정책을 떠올려보자. 과연 직원들은 한석률 과장이 승진후보로 정해지는 과정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만큼 공정하다고 느낄까? 상무님이 주장하는 형식적인 타당성만 충족할 뿐 이의제기조차 불가능한 경우 구성원들은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느낀다. 

 

세 번째 개념은 상호작용적 & 정보적 공정성(Interactional & Informational Justice)이다. 상호작용적 공정성은 의사결정 과정이 내가 얼마나 존중받고 배려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개념이고 정보적 공정성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에게 얼마나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는가를 의미한다.(Greenberg, 1993) AI 알고리즘이 영업점 배치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좌우하지만 블랙박스 모형이어서 영업점 점장도, 순환배치 대상자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없다면 구성원들은 어떻게 느낄까? 결코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공정함의 의외성 

공정함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많은 사람들이 균형을 이룬 양팔저울이나 정의의 여신 인 눈가린 ‘유스티치아(Justitia)’ 여신상을 떠올릴 것이다. 공정함이란 그 말의 느낌으로 인해 변치않는 순수한 절대적인 그 어떤 것이라 믿게 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사회학과 브래들리 캠프벨(Campbell. B.) 교수는 “공정함이야 말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관념이다"라고 이야기한다.(Campbell, 2021) 캠프벨 교수 뿐만 아니라 위트레흐트 대학의 사회심리학과 키스 판덴 보스(Kees Van Bos) 교수는 “공정함이란 개인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해석된다.”라고 정의한다.(Van den Bos, 2003) 이에 더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간은 사회적/역사적 맥락과 분리된 자유롭고 이성적인 자아가 아니다.” 따라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 보다는 각 조직과 구성원 간의 맥락에 기반한 합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서 전략적인사관리 분야에서도 몬트리올 대학의 빅터 하인스(Victor Haines) 교수 등은 “공정함은 개인에 따라 그 민감도에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주장한다.(Haines et al,. 2024) 

 

공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며 

공정함(Fairness)는 집단을 떠받치는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몰입, 성과, 직무태도, 정체성, 핵심가치,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당장 우리의 주변만 둘러봐도 공정함은 선발, 채용, 배치, 평가, 승진, 육성, 퇴직, 재취업 지원까지 HR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공정함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성원들 개개인이 인식하는 공정함의 기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조직 전반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강한 인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고맥락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구성원들의 공정함에 기준을 관리하기가 무척 어렵다. 자신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조직문화도 큰 장애물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애써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주관적인 구성원 개인의 생각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도 현업의 많은 피플 애널리스트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신선하고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9월이 되면 HR 담당자들은 한번 쯤 우리 조직은 얼마나 공정한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욱
황지욱
안녕하세요 황지욱입니다.
HR Researcher이자 HR Practitioner로 살아가고 있는 회사원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공유를 즐겨합니다. 사람, 조직, AI, 그리고 철학과 음모론을 좋아합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