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BP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 중 하나는 ‘1on1’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사 차원에서 얼굴을 익히고,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시간이 조금씩 다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누군가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과 고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고, 어떤 날은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인지, 어느 순간부터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묻곤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게, 지금 내 역할이 맞을까?”
왜냐하면, HRBP는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지만, 고충을 처리해 주는 역할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해결사’가 된다는 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그 개념부터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과연 지금 내가 ‘조직을 설계하고,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문제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거나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우고 있었고, 저는 상담자도, 조사관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찰자로 1on1에 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조금씩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들어야 할 이야기, 들었다고 바로 움직여선 안 되는 이야기, 그리고 반복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신호’로 보기 시작했고, 반복되는 신호가 보이면, 그걸 근거로 매니저와 조심스럽게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실제로 개선으로 이어진 경험도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우선순위나 팀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조금 정리되었고, 구성원과 매니저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슈 아닌 이슈를 만들게 된 순간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또 다른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였습니다. 구성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조심스럽게 문제를 꺼냈는데, 그때 들은 한 마디가 지금까지도 오래 남아 있습니다.
“팀원 말만 듣고 판단하시는 건 아닌가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팀원 편’에서 꺼낸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느껴졌다는 건, 내 역할의 균형이 어딘가 흔들렸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더 많이 묻고, 더 천천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듣는 만큼 정제하는 데에도 시간을 들이고, 비즈니스의 환경을 보다 면밀하게 살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on1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감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공감해야 하고, 조직을 봐야 하지만 사람을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그 너머에 있는 구조를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니저와 구성원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시선을 유지하는 것. 그게 지금, 제가 1on1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신경 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