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조직문화와 HRD의 화두는 ‘Z세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3‘요’(“이걸요?”, “제가요?”, “왜요?”)는 기성세대와 리더들에게 당혹감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짧은 세 마디는 주니어들의 당돌함이 아니라, 실은 업무 범위(Scope), 업무 주체(Agent), 업무 목적(Purpose)에 대한 명확한 확인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이 3‘요’가 과연 주니어들만의 전유물일까요? 어쩌면 이 문장들은 지금 이 시대, 조직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중간관리자인 X세대 리더들이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삼키고 있는 ‘실존적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1. 이걸요? : 업무 범위의 정당성에 대하여
주니어의 “이걸요?”가 업무의 경계를 묻는 것이라면, 리더의 “이걸요?”는 업무의 ‘무한 확장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자문입니다.
오늘날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단순히 실적 관리(Performance)에 그치지 않습니다.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돌보는 상담사가 되어야 하기도 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재자가 되어야 하기도 하며, 위에서 내려오는 정성적인 가치들을 끊임없이 번역해 내는 통역사가 되어야 하기도 합니다.
리더에게 부여되는 이 방대한 업무 범위는 과연 정당한가요? 리더십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업무와 감정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 때, 리더의 성취감은 박탈감으로 변질됩니다. 범위 없는 책임은 책임이 아니라 희생일 뿐입니다.
2. 제가요? : 주체성을 넘어선 고립에 대하여
신입사원의 “제가요?”가 역할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질문이라면, 리더의 “제가요?”는 독박 책임과 ‘고립된 주체성’에 대한 회의감입니다.
권한 위임(Delegation)을 강조하는 시대라지만, 현실에서는 권한은 위로 가고 책임만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주니어들이 자신의 R&R을 명확히 하며 “제가요?”라고 방어할 때, 그 화살의 끝은 결국 리더에게 향합니다. “결국 내가 다 해야 하네”라는 체념 섞인 독백은 리더를 조직의 주인이 아닌, 가장 바쁜 ‘해결사’로 고립시킵니다.
과연 리더에게 부여된 주체성은 적절한 수준인가요? 아니면 혹시 리더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짐을 짊어지고 있지는 않나요? 리더 역시 조직 내에서 보호받고 지원받아야 할 소중한 ‘주체’임을 우리는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3. 왜요? : 목적의 공유와 공백에 대하여
주니어의 “왜요?”가 일을 시작하기 위한 동기 부여의 과정이라면, 리더의 “왜요?”는 방향을 잃은 ‘목적의 부재’를 향한 질문입니다.
상당수의 리더는 조직의 전달사항을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해야하는 ‘전달자(Conduit)’의 역할입니다. 이슈는 리더 스스로도 납득(Buy-in)하지 못한 전달사항을 구성원들에게 전해야 할 때 발생합니다. “나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시키니까 해야 해”라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권위는 본질적으로 흔들립니다.
리더들은 정말 지시하는 모든 업무의 목적을 알고 있을까요? 경영진의 철학이 리더의 가슴에 닿지 못한 채 맴돌 때, 리더의 말은 영혼 없는 메아리가 됩니다. 목적의 진원지가 되지 못한 리더는 단순한 업무 유통업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지난 다년간 HRD 현장을 가득 채운 것은 ‘Z세대 이해하기’, ‘그들에게 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