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프롬프트 몇 줄만 입력하면 문제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부터 해결책, 실행 계획, 기대 효과까지 순식간에 완성된 보고서 형태의 결과물이 출력된다.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이 변화 속에서 기업의 HRD 역시 ‘생성형 AI 활용법’,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같은 도구 중심의 기술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비약적인 속도의 풍요 속에서 우리가 조용히 잃어가고 있는 것은 없을까.
AI가 내놓은 매끄러운 보고서를 들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담당자에게 "왜 이 해결책이 최선인가?", "우리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제약 요소는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명쾌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결과물은 단숨에 얻었지만,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중간의 사고 과정'이 통째로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제 해결 과정을 돌이켜보자.
예를 들어, 이직률이 전년대비 30% 증가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획자는 현장의 소리를 듣고 진짜 원인을 추적하는 '문제 정의' 과정을 거쳤다. 이후 조직의 맥락과 제약 요소를 고려해 가설을 세우고 솔루션을 설계했다. 그리고 논리 구조를 짜며, 빈 화면에 직접 글을 쓰고 다듬는 치열한 인지적 과정을 겪었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 중간 과정을 직접 발로 뛰고 머리로 굴리는 동안 기획자의 '사고 근육'과 결과물의 적정성을 판별하는 '안목'이 길러졌다.
반면, 현재의 'AI 외주형' 업무 방식은 이 중간 과정을 통째로 건너뛴다.
문제 상황만 던져주고 결과물만 받아서 전달하다 보니, 담당자는 AI가 내놓은 답이 진짜 정답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껍데기인지 스스로 검증할 기준조차 갖지 못한다. 결국 일을 할수록 역량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AI의 수동적 수용자로 전락하며 연차에 맞는 지적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AI 시대의 HRD가 다시 집중해야 할 것은 일하는 과정과 방식에 대한 접근이다.
AI라는 '새로운 도구의 테크닉'이 아니라, AI가 대신해주면서 사라져버린 '중간 과정의 사고 역량'이다. 어쩌면 아날로그를 향한 기본기로의 U턴이 절실한 시점이다.
HRD 담당자는 크게 두 가지 축의 핵심 교육 프로그램 체계를 다듬고 강화해야 한다.
첫째, 생각을 세우는 '문제해결과정'이다.
AI는 질문에 답할 뿐 현장의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크리티컬 씽킹', 분석과 솔루션, 효과를 연결하는 '기획력 향상과정', 그리고 관점을 뒤집어 정교한 질문을 던지는 '창의적 문제해결과정' 등을 핵심 세부 프로그램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생각을 정리하고 설득하는 '비즈니스 글쓰기 과정'이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단순한 텍스트 작성이 아닌 생각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자료와 생각을 텍스트와 보고서로 재구성하는 '보고서 작성 과정', 그리고 작성된 논리를 바탕으로 의사결정권자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주도적으로 설득하는 '보고와 설득의 기술'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효율성을 얻는 대가로 업무의 주체로서 가져야 할 '지적 주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제대로 통제하고 이끌어갈 조종사는 결국 단단한 기본기를 갖춘 인간이다. 구성원들이 AI의 그늘에 가려 사고 근육을 잃지 않도록, HRD가 본질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들의 주도성을 바로 세워주기를 기대한다.
- Wisdom Bridge –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은 AI(Gemini)와 함께 쓴 글이다. 단, “AI가 쓴 글”이 아니라, “AI와 함께 쓴 글”이라는 점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나는 총 12번의 의견을 AI에게 던지며 칼럼 초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초안의 30% 수준을 직접 퇴고하여 최종 칼럼을 완성했다.
AI로 글을 쓴 것이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접근은 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글은 직접 써야한다는 주의로 사는 사람이다. 나 역시 이렇게 AI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은 지양하는 사람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나는 제목을 던져주고 알아서 글을 써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글에 담고 싶은 내용을 머리 속에 그려놓고 그 결과를 AI가 작성하도록 했다. 내가 주체적으로 글을 쓰는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한 문제해결 역량을 갖고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있었기에 AI를 활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작금의 HRD가 일의 과정을 주도하는 역량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집중해 보길 기대한다. AI를 활용하는 과정까지 관리하고 검수하고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아날로그로의 회귀로 여겨질 듯 하나, 일하는 과정의 본질을 찾자는 의미로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