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 2월의 끝자락, 직장과 병행해 온 경영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지난 2년의 시간을 조용히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다소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그러나 현실과 성장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을 많은 직장인 동료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처럼 담담히 적어보려 합니다.
본래, 어떤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해치우고자 하는 성질?을 가진 저입니다. 하고싶은 것은 꼭 해봐야 되는 그런 호기심도 많은 사람이구요. 그런 제가 정말 아주 오래동안 묵혀두고 한 켠에 쌓아두어 먼지쌓였던 지지부진한 고민 주제가 바로 ‘대학원’을 진학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거의 5년을 고민한 것 같아요.
K-직장 생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좌충우돌 바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레 불리워진 아이덴티티인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에 포장되어, ‘그래 이 정도면 이미 평균이상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속에서 안락하기도 했습니다.
정통? HR이라는 뾰족한 전문성도 있고, 다양한 경험과 나름 꽤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한켠으로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나 목마름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머무르고(멈추어) 있는 것 같다,
내가 HR을 벗어나서 정말 ‘경영자’의 입장/관점을 가질 수 있을까?
경영의 용어나 개념을 제대로 알긴 하나?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건가, 결국 언젠가 창업을 해야 되지 않나?
직장에서라면 경영 전반을 총괄해보는 경험도 필요하지 않나?
등등의 생각들이 뭉게 뭉게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려면 평일 저녁과 주말 일부를 수 시간 양보해야 하는 데… 아직 아이도 어린데? 배우자는 이해해줄까? 학비가 감당이 되나? 의 허들로 4~5년 세월을 켜켜이 고민만 한 채 흘러보냈습니다.
더이상 스스로와 타협하기 어려운 시점이 닥친것이 2~3년 전이었고, 24년 3월, 연세대 경영대학원 MBA과정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뻣고, 동시에, 정말 걱정되었습니다.
이직을 한 지 두 달여만의 진학이라, 직장 적응도 새롭게 하고, 새롭게 학생까지 된다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에너지가 들었습니다. 체력 전쟁이자 두뇌를 풀가동시켜 밤이면 방전되는 하루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더라고요.
월 화 목 저녁은 퇴근 후 바로 수업을 듣고 집에 오면 11시가 넘었고, 수, 금은 밀렸던 업무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종종 야근을 하곤 했습니다. 양쪽 다 완벽하고 싶은 나머지 입술엔 늘 이런 저런 수포가 올라오고 다크는 발밑까지 뻗어 있었지만…
행복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다음의 몇 가지 면에서, MBA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얘기들지만, 실제로 제가 느꼈던 것도 동일하여 정리해 봤습니다.
학습과 성장
저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순수 인문학도이기에, 경영의 언어인 재무나, 전략, 마케팅 등 핵심 직무에 대해 흐릿한 눈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기업의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등 공시된 자료를 보면 해석이 되고, 대략의 흐름이 보입니다. 특히, 시험공부가 만만치 않은 학교였기에, 손으로 직접 써서 계산하는 훈련을 여러 번 했기에, 나름의 재무적 관점의 눈이 성장했다는 것이 큰 배움이었습니다.
또한, 국제 경영이나 마케팅 관점, SCM, AI 등에 대해서 최신 트렌드 및 전 세계적인 화두를 직접 학습할 수 있고 그 학습의 양과 질이, 독학 또는 단발성 세미나/커미티를 통한 학습 레벨보다 월등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AI는 국내에서 AI로 가장 앞서가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직접 들으며 실습을 할 수 있어 학습하는 내내 흥분과 설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강의를 내가 어디가서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요.
사람 & 네트워킹
MBA에 진학하는 이유 중 하나로, 다방면의 다양한 우수한 분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HR로서의 네트워킹이리고 하면, 수년간 나름대로 여기 저기 뛰어다닌 탓에, 이 정도면 그래도 적지 않다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HR분야 외의 사람들이 훨씬 많은 MBA에서는 다양한 분야, 다양한 회사와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슈퍼맨같은 원우들을 곁에서 만나다 보면, 그동안 내가 살아 온 세상이 얼마나 작았는지,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얼마나 안일하게 게으르게 살아왔던 것인지 절절하게 반성이 됩니다. 머리를 한대 맞는 느낌,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여러 번 할 수 있습니다.


수업도 잘 듣고 시험도 잘 보는데, 각종 모임도 빠지지 않고 어울리고, 충분히 다양한 취미활동도 즐기면서도 회사에서도 인정받는다는 원우들을 흔히 봅니다. 자아성찰 모드가 켜지며,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야 할 충분한 동기유발과 자극이 있습니다. 멋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도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그런 느낌이 꽤 좋았습니다.
시간 관리
‘시간의 효율화’. 1시간 단위가 아닌 15분 정도의 마이크로한 수준으로도 시간을 충분히 쪼개서 쓰는 역량이 일취월장합니다. 퇴근 후의 삶은 대부분 수업이기에, 학교로 가는 차안에서 1시간 듣는 그 음악이 소중해지고, 20분 정도 잠깐 앉아서 먹는 샌드위치나 김밥타임은 꽤 훌륭한 휴식시간이 됩니다. 밤에 귀가하여 잠깐 휴대폰을 뒤적이는 그 20여분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매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수업에 늦지 않게 출발하려면, 그 날 할 일들을 초집중하여 빠르게 끝내는 습관이 자동으로 생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15분이면 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경험입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는 습관’이 2년의 시간동안 단단한 근육으로 몸에 붙는 것 같습니다.
관점의 확장
HR이 HR적인 관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영자의 관점을 학습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HR분들 중 조금이라도 더 현업의 관점 혹은 경영적 관점을 함양하고 싶은 분들은 MBA를 경험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내가 익히 알고 머물던 작은 방에서, 있는지 몰랐던 작은 문이 슬며시 열리며, 햇살이 쏟아지는 어딘가의 길로 통하는 것 같은 ‘확장감 내지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 직장의 상사께서 하셨던 말 중 유독 잊히지 않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세계는, 자신이 그걸 모른다는 것 조차도 모르는 것들로 수두룩하다.’ 이상하게도 이 말은 왠지 두뇌를 탁! 하고 맞은 느낌이었는데요,
여전히 이 세계는 제가 지금 현재 ‘그것을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차 있겠지만,
그리고 MBA의 경험을 제가 어디까지 어떻게 앞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MBA를 하기 전의 저와, 완주하여 졸업한 저는 똑같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주는 성취감과 안도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설레는 마음으로, 미래에 멋진 경영인이 되고 싶은, Wo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