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타룬 칸나교수는 리더와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제3의 지능으로 CQ(Contextual Intelligence, 맥락 지능)를 제시했습니다. CQ는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그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적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IQ가 높은 사람은 문제를 잘 풉니다. EQ가 높은 사람은 사람을 배려하고 대인 관계가 원활합니다. CQ가 높은 사람은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똑똑한 팀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다 망하는 이유는 CQ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걸 왜 해야 하죠?”라고 묻지 않고,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내죠?”라고만 묻습니다.
맥락 맹목: 똑똑한 사람들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왜 똑똑하고 성실한 인재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을 내릴까요? 조직 시스템 전문가 배리 오슈리(Barry Oshry)는 이를 ‘맥락 맹목(Context Blindness)’이라 명명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사람 탓을 합니다. “정 과장은 고집이 너무 세”, “팀장님은 너무 급해”라며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하지만 오슈리는 우리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보이지 않는 맥락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간적 맹목: 내 업무에 몰두하느라 옆 동료, 옆 부서의 상황이나 시장 전체의 판도를 보지 못하는 것.
시간적 맹목: 과거의 성공 방식이나 현재의 업무에 갇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
CQ가 낮은 팀은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업무에 너무 몰입하고 집중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진 것이죠. 그들은 단지 부분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하는 맹목 상태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어느 선배가 일만 열심히 하는 후배에게 던진 뼈 있는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일 좀 그만하고, 고개 들어서 남들이 뭐하는지 좀 봐.”
열심히의 함정: 러닝머신 위에서 뛰지 마라
맥락 지능이 낮은 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쁨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루 종일 회의하고, 보고서를 쓰고, 이메일을 보냅니다. 열심히 일하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죠. 하지만 성과는 변변치 않습니다. 마치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죽어라 뛰는 것과 같습니다. 운동량은 엄청나지만, 위치는 단 1m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죠.
반면 맥락 지능이 높은 팀은 지도를 보고 뜁니다. 그들은 무작정 달리기 전에 멈춰 서서 생각합니다.
“지금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네? 그럼 지금 중요한 건 당장의 매출보다는 안정적인 내부 관리와 업무 시스템 구축에 있겠구나.”
그들은 남들이 매출 올리느라 애쓸 때, 조용히 시스템을 정비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경영진으로부터 “역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건 이 팀밖에 없어”라는 인정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팀의 CQ를 높일 수 있을까요?
가장 강력한 훈련법은 모든 업무에 “So What?(그래서 뭐?)”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대화 과정을 통해 팀원은 단순 반복 업무를 본부의 목표와 연결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맥락의 연결입니다. 이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팀원은 시키지 않아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오게 됩니다.
질문하지 않는 팀은 위험하다
CQ가 높은 팀을 만들고 싶다면, 팀원들이 “왜(Why)?”라고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조직문화에서는 상사가 지시하는데 “이걸 왜 해야 합니까?”라고 부하직원이 물으면 말대꾸나 반항으로 여기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상사도 많죠. 하지만 이것은 반항이 아니라 영점 조준입니다. 총을 쏘기 전에 과녁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사수를 나무랄 건가요?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일단 팀원이 “이걸 왜 해야 하죠?”라고 물을 때 기뻐해야 합니다. 그가 맥락을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위험한 것은 아무런 질문 없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자리로 일하러 가는 팀원입니다. 그런 팀원은 제대로 일처리를 못하거나, 같은 일을 여러 번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의 팀원들을 러닝머신에서 내려오게 하세요. 그리고 손에 지도를 쥐여주십시오. 그때부터 그들의 땀방울은 비로소 성과라는 결실로 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