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부터 기업 현장에서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한 현상이 있습니다.
한 IT 기업에서 성과가 뛰어난 개발자 A에게 팀장 승진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다음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A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팀장 제안이요?…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
A는 짧은 고민 끝에 승진을 거절했습니다.
“사람을 관리하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아마 조금 더 준비한 뒤 리더 역할을 맡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여러 기업에서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직원도 승진을 거절했고,
어떤 관리자는 리더 역할을 맡았다가 다시 실무자로 돌아갔습니다.
조직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하나의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어진 일을 잘하면 리더가 된다.” 이 공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제 하나의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최근 기업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리더 기피 현상입니다.
뛰어난 실무자가 반드시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조직 이론의 피터의 법칙과도 연결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과가 뛰어난 직원일수록 리더 역할을 더 신중하게 고민하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봤습니다.
과거에는 리더가 되면 쓸모 있는 권한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조직에서는 제한된 권한보다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권한 ≤ 책임”
리더가 팀을 이끌어 성과를 만들면 그것은 팀의 공이 됩니다.
하지만 성과가 무너지는 순간 책임은 리더에게 집중됩니다.
이 구조 속에서 리더십은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책임의 무게가 더 큰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원은 특정한 전문성으로 조직에서 인정받습니다.
개발자는 개발을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세일즈는 고객을 만나는 일을 누구보다 잘 해냅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순간 업무의 대부분이 달라지고 범위와 봐야할 시야는 늘어납니다.
회의를 시작으로 보고를 받고, 보고를 하고, 업무 조정에 평가와 조직관리가 일이 일상의 중심이 됩니다.
“전문적인 업무에서 멀어지면서 일을 잘해서 승진했는데, 왜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지..?
그래서 어떤 직원에게 리더십은 매력적인 기회가 아니라 고난도의 스트레스 과목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시간표에 들어 있는 0학점 필수(P) 과목처럼 말입니다.
리더는 조직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입니다.
위에서는 성과를 기준보다 강하게 요구하고, 아래에서는 나약한 팀을 보호하고 이끌어야 합니다.
이 구조가 리더 역할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듭니다. (물론 몇몇 이슈를 해결한 조직에서는 리더의 조건이 더 매력적일 수 있으나 그 저울의 무게는 언제든 쉽게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직 관련 연구에서는 하나의 현상을 보게 됩니다.
“의식적 비관리 선택(Conscious Unbossing)”
즉, 구성원들이 의도적으로 리더가 되지 않겠다는 선택입니다. (No)
그 배경에는 새로운 가치 기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직급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가치의 기준으로 일을 하고 계신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일의 의미와 전문성 (★★★★☆)
조직 내 업무 자율성 (★★★☆☆)
워라벨 (★★★☆☆)
전문가로서의 커리어 확장 (★★★★☆)
구성원에게 리더라는 직책은 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기 보다는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보이게 됩니다.

“앞으로 누가 우리 조직의 리더가 될 것인가.”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리더십 구조를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리더 트랙과 전문가 트랙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리더가 되지 않더라도 성장과 인정받을 수 있는 루트가 존재합니다.
또한 리더십을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로 바라보는 조직도 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리더가 달라지기도 하고,
리더가 다시 실무자로 돌아왔다가 필요할 때 다시 리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이 변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직원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한 세대 변화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지금 기업이 고민해야 할 것은 리더의 숫자가 아닙니다.
HR은 조직 안에서 실제로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 조직인지 다시 검토하고 적용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리더를 더 많이 만드는 것보다
리더가 되고 싶은 조직을 만드는 것 여기서 부터 시작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