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들끼리 모이면 “시대가 참 빨리 변한다.”,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인사관리 분야에서 경험과 직관은 오랜 기간동안 채용, 배치, 평가, 보상, 승진, 퇴직 등 주요 영역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수평적으로 변화하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장기근속 문화가 흩어지는 등 과거의 성공 방식이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직관적 의사결정의 특징과 한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여 일관성이 부족하다
먼저 직관적 의사결정의 주요 한계점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면접 시 어떤 지원자는 "열정적이고 의지가 높음"으로 평가한 반면, 비슷한 행동을 보인 다른 지원자는 "과도하게 적극적이며 조직문화 융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듯이 동일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개인의 경험, 성향 및 의사결정 당시의 환경적 요인에 따라 각각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인사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채용, 승진, 평가 등의 영역에서는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주로 주관적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은 일관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담당자의 주관과 환경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면 조직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결국 인사관리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조직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과거 경험에 의존하여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낮다
직관적 의사결정은 과거의 경험과 조직 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기업 업력이 길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업력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거나 근로자의 입∙퇴사가 빈번하게 이뤄지거나 외부환경 변화(예, 물류비, 재료비, 환율 등)에 따른 영향이 큰 경우 직관적 의사결정의 한계를 노출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에 있어서는 그 최적의 시기가 존재한다고 본다. 그 시기를 놓칠 경우 기업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이는 인사관리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에서 개발자 인건비가 급격히 오르고 이들의 수요가 급증하였을 때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적절한 보상조정 시기를 놓쳤다면 핵심 인재의 대규모 이탈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3.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여 경영진과 조직 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직관적 의사결정의 결정적 한계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인사 담당자라 할지라도 "제 경험에 따르면.." 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제안은 데이터로 무장한 타 부서의 요청에 비해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고 특히 T/O와 예산배분이 결정되는 중요한 자리라면 인사부서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흔히들 “기업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인재개발원의 인력과 비용을 축소한다.” 라고 한다. 이는 인사부서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연말 성과 결과 보고 시즌에 마케팅부서는 ROI 분석을, 생산부서는 원가 절감 효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반면, 인사부서는 "직원 만족도 향상"이라는 모호한 기대효과만 제시하고 "비용 대비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세요" 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인사제도의 운영에 있어 지원과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직관적 의사결정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소중한 자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한계점은 빠르게 변화화는 환경에서 직관과 경험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인사부서가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직관이라는 전통적 강점에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덧붙여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경영진과 조직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경험과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 DDDM)은 이를 보완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인사 담당자의 직관이나 경험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을 따르는 것이 아닌 데이터의 수집과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의미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인사관리의 지원적 기능의 영역을 넘어 조직의 성과와 연계된 전략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계속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갖는 핵심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살펴보자.
1.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핵심 원리
(1)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의 흐름을 읽는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첫번째 원리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하나의 데이터는 과거의 단편적인 사실에 불과하지만 축적된 데이터는 우리 회사에서 발생한 패턴을 말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서별 근로시간 데이터는 일 혹은 월을 기준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데 이 데이터가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관리된다면 계절별 근로시간 변화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거나 특정 시기에 연장근로가 집중되거나 아무런 패턴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패턴을 확인하여 업무량이 증가하는 시기를 예측하고 인력 배치나 업무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가는 과정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위한 밑 그림을 그리는 단계이다. 이를 통해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는 일이 몰릴 때 많고 몰리고 쉴 때 쉰다.” 라는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3월과 9월에 연장근로가 연평균 대비 15% 이상 증가하는 바, 근로자들의 주말 특근과 평일 야간근로 시간 확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와 같은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2) 직관이 아니라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두번째 원리는 근거에 기반한 정량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은 경영진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인상률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동기부여의 증진과 핵심인재의 이직을 예방하기 위해 임금인상이 필요합니다.” 라는 주장 보다 “우리 회사의 인당 인건비가 경쟁사 대비 약 5% 낮고, HCROI (인적자원투자수익률)이 전년 대비 8% 증가하였으며,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이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최소 3% 이상의 임금인상이 필요합니다.” 라는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갖는다.
(3) 단순한 현상 분석을 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세 번째 원리는 충분한 데이터와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잎으로의 패턴과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 단계에서는 충분한 데이터와 이를 축적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간 매출액 증가율의 데이터와 노동생산성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다면 매출액과 노동생산성의 관계를 밝혀 “매출액의 5% 를 상승시키려면 노동생산성은 얼마나 증가해야 하는가?” 와 같은 분석적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고 이는 기업이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2.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HR에 주는 장점
(1)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직관이나 경험에 바탕을 둔 판단을 줄임과 동시에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경영진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서 객관적 근거의 활용은 우리에게 아주 매력적인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중간관리자의 리더십 교육 혹은 대리/과장 대상 직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면 곧바로 우리 회사의 연령별 인력구조와 직위별 비율을 분석해볼 것이다. 분석결과 30대, 40대의 비중이 50대 이상 비중보다 적고 회사의 평균연령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라면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중간관리자 육성을 지금 준비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중요한 무형자산인 숙련도, 경험, 노하우의 상실이 임박한 위기로 다가올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2)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경영진의 판단이나 인사 담당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인원규모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대비 매출액, 노동생산성, 노동소득분배율과 같은 지표들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 기업경기 변동에 따라 인원규모를 조정해야 할 때도 일관적인 정책의 수립이 가능할 수 있다. 나아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정책이 일관된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인사관리가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 인사관리가 관리 및 지원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기업의 성과와 연결된 전략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만일 전략과의 연계(Align)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평가가 전략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을까? 기존의 평가는 기본급 인상률 혹은 성과급 지급률을 판단하기 위한 평가로 활용할 수도, 승진 대상자의 선별로 활용되어 운영을 위한 운영, 기능을 위한 기능일 뿐 회사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만일 조직의 각 기능을 본원적 활동과 지원 활동으로 구분하여 본원적 활동은 매출액 증가라는 전략을, 지원 활동은 영업이익 관리라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한 후 이 전략의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면 평가제도는 전략의 달성 여부를 관리하는 도구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과정은 직관과 경험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 방식을 완전히 대체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완하는 도구로 보아야 한다. 데이터 활용은 인사업무를 지원 역할에서 전략적 의사결정 테이블의 중심에 앉을 수 있게 하며 조직의 성과와 비즈니스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핵심 기능으로 격상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