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alytics을 활용한다는 의미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적 개념이 아닌 데이터 중심의 사고방식의 확립과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변화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 중심의 사고방식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일정한 패턴을 읽고 가설을 도출하거나 문제를 정의하며, 현업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실행가능한 전략을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데이터 중심 사고방식을 확립하기 위해 조직이 사전에 갖추어야 할 핵심 요인들을 살펴보자.
1. 데이터보다 중요한 것은 해석과 실행
인원현황, 근로시간, 급여, 평가결과, 입∙퇴사자 명부 등을 가지고 패턴을 파악하고 상관관계를 분석한다고 가정해보자. 퇴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파악하기 위해 퇴사율을 종속변수로 회사와 집과의 거리, 급여수준, 연장근로시간, 소속 팀원 수, 소속 팀장 근속년수를 독립변수로 놓고 변수별 인과관계를 분석해 결정계수(R²)를 도출하였을 때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1] 독립변수(퇴사율)와 종속변수간 설명 예시
위 표는 퇴사율(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독립변수)과 그 관계를 나타낸 결정계수(R²) 값을 보여준다. 결정계수(R²)는 해당 독립변수가 퇴사율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해당 변수와 퇴사율 간의 설명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인사 실무자가 위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를 하고자 하면 결정계수(R²)의 순서대로 퇴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급여수준(0.78)>연장근로시간(0.76)>팀장 근속년수(0.66)>회사와 집과의 거리(0.35)>팀원 수(0.15)” 순서가 될 것인데, 급여수준과 연장근로시간 간의 0.02의 차이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급여수준이 퇴사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니 급여를 올리자" 라는 직관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이는 데이터의 맹목적 수용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조직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으며, 어떤 실행 방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다.
2. 조직 내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중심 사고방식을 조직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이다. 인사 실무자로서 아마 가장 많은 저항과 공격을 받을 부분도 이 부분일 것이다. 필자가 과거 기업 재직시절 데이터 보고 시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People Analytics의 활용은 인사부서 전용이 아니고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도구이므로 데이터 분석 뿐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퇴사율 분석 사례로 예를 들면 "회귀분석 결과 퇴사율에 대한 각 변수의 결정계수(R²)는 급여수준이 0.78, 연장근로시간이 0.76, 팀장 근속년수가 0.66, 회사와 집과의 거리가 0.35, 팀원 수가 0.15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급여수준이 퇴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라고 보고를 하는 것과
"우리 회사의 퇴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급여수준과 연장근로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두 요소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라고 보고를 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People Analytics을 활용할 때 자주 빠질 수 있는 함정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자신과 같은 수준의 데이터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 이다. 결정계수, 상관관계, 회귀분석과 같은 익숙치 않은 용어를 주로 사용하거나 복잡한 분석 모델을 그대로 전달하면 오히려 청중의 이해도와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People Analytics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 HR 데이터의 개념 정리와 일관된 기준 마련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일관된 개념과 해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같은 데이터라도 부서마다 해석이 다르면 분석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퇴사율 분석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정계수(R²) 분석 결과 급여수준(0.78)과이 퇴사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때 “급여수준”이 기본급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성과급과 복리후생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결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팀장 근속년수(0.66)가 퇴사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근속년수"가 현 직급에서의 근속기간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회사 전체 근무 기간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도출되는 인사이트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도록 조직 내에서 개념을 정리하고 표준화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첫 걸음은 모두가 동일한 언어로 데이터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4. 데이터 기반 HR 도입 과정에서의 저항 극복
데이터 중심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기존 방식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며 강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들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기존의 직관적 의사결정 방식과 비교하여 복잡하거나 불필요한 과정으로 치부할 수 있다. 또한 통계적 접근은 가정을 포함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퇴사율 분석 결과를 경영진에게 제시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
“급여수준이 낮으면 퇴사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한 거 아닐까? 굳이 통계 분석을 하는 이유가 뭐야?”
“분석한 데이터는 지난 3년을 기준으로 분석했는데, 이것 만으로 급여수준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확신할 수 있니?, 그럼 급여가 낮은 직원들은 다 그만둔다는 소리인가?”
이러한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석의 가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성과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퇴사율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부서나 직군에 대해 시범적으로 급여나 임금체계를 변경하고 그 결과 퇴사율이 실제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거나, 팀장 근속년수(0.66)가 퇴사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활용하여 신임 팀장에 대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해당 팀의 퇴사율이 감소했다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면 데이터 기반 접근법에 대한 조직 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사 담당자는 데이터 기반 사고방식을 조직 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저항을 넘어설 준비를 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할 때는 항상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하며 데이터가 제시하는 방향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데이터 중심 사고방식은 조직 의사결정 문화를 변화시키는 어려운 과정이며 데이터를 단순한 숫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실제 의사결정과 실행에 연결해야 한다. 따라서 인사 담당자는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이터 리더(Data Leader)”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든든한 지원 아래 조직 전체가 데이터 중심 문화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인사관리(HRM) 업무가 조직에서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하여는 인재를 선발하고, 적절한 직무에 배치하고 성과를 관리하고 선별하며,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퇴직 업무를 수행하는 전통적인 기능적 역할에서 벗어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여 조직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의 역할로 변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사 실무자는 People Analytics을 활용하여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경영진 및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
① HR은 데이터 해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사부서는 다루고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5년간 3년 미만 근속년수의 근로자의 이직률이 약 20% 를 나타나고, 인당 복리후생비가 꾸준히 상승한다고 가정해보자. 인사 담당자의 데이터 해석 역량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매우 다를 것이다. 이를 분석해보면 1년 미만, 1년이상 3년 미면, 3년 이상 5년 미만 등 연차별 이직율을 구분함과 동시에 전체 이직율과 비교하여 3년 미만 근로자의 이직률이 전체 이직률 평균보다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인당 복리후생비의 증가율을 함께 보여주면서 저 연차 근로자의 높은 이직에도 불구하고 복리후생비의 상승은 고 연차에게 복리후생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저 연차 직원의 이직은 복리후생의 이슈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해석을 시도해보아야 한다. 이처럼 인사부서는 데이터를 통해 조직의 현재 상황을 데이터로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적자원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이터 해석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② HR은 경영진과 조직을 연결하는 의사결정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People Analytics의 활용이 데이터 분석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의 전략수립에 기여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는 데이터의 의미를 해석하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5년간 근속년수 3년 미만 근로자의 이직률이 약 20%를 나타내고 인당 복리후생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인사 담당자는 이직률과 인당 복리후생비 상승률의 수치만 보고하는 그치는 것이 아니라 "3년 미만 근로자의 이직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고, 인당 복리후생비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 연차 직원의 이직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복리후생 혜택이 고 연차 직원에게 집중되어 있어 저 연차 직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따라서 연간 복리후생비의 집행 실적과 대상자를 분석하고, 복리후생비가 저 연차 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복리후생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습니다.” 라고 보고 한다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보다 보탬이 될 것이다.
③ HR은 분석 결과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연결하는 실행 주체가 되어야 한다.
People Analytics의 활용은 궁극적으로 인사부서가 직접 실행하고 조직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과 연계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수립되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들어 지난 5년간 3년 미만 근속년수 근로자의 이직률이 약 20%로 높게 나타나고 인당 복리후생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인사 담당자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복리후생비 지출 구조를 분석하여 연차별 혜택 분포의 불균형을 찾아낸 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복리후생 체계의 재설계를 제안할 수 있다. 이때 단순히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생애주기와 경력 단계에 맞는 맞춤형 복리후생 패키지를 구성하여 각 연차별 직원들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처럼 인사관리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데이터 해석자, 의사결정 지원자 그리고 실행 주체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조직 내 인사관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인적자원관리가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줄 수 있다. People Analytics의 활용은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인적자원관리(HRM)는 조직의 전략적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