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2026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업무와 일상을 함께 정리할 수 있는 도구로 PDCA 프레임워크를 다시 꺼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입니다.
PDCA는 Plan(계획)–Do(실행)–Check(점검)–Act(개선)의 네 단계로 구성된 프레임워크입니다. 이름과 구조는 익숙하지만, 과연 PDCA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완벽한 계획일까요, 아니면 오차 없는 결과일까요?
PDCA의 본질은 그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작게 실행하고, 점검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흐름’에 있습니다. 한 번에 완성하려는 구조가 아니라, 실행과 점검을 반복하며 점점 나아지는 과정 자체가 PDCA의 핵심입니다.
PDCA는 월터 슈하트(Walter Shewhart)가 처음 제안하고, 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이 체계화해 ‘데밍 사이클’로도 불립니다. 관찰–가설–실험–검증–개선이라는 과학적 사고를 경영에 적용한 이 프레임워크에서 데밍이 특히 강조한 것은 한 번의 개선이 아닌 지속적인 반복이었습니다. 이 사고는 오늘날의 애자일(Agile) 방식과도 맞닿아 있으며, 업무뿐 아니라 일상 계획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방법은 표준으로 남기고, 실패한 시도는 다음 사이클의 재도전으로 연결하는 것, 이것이 PDCA의 출발점입니다.
연말은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고 다음 해의 목표를 설정하는 자연스러운 전환점입니다. 이미 2026년 목표를 세운 분들도 많겠지만, 목표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연말에 계획을 정리해 두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준비된 계획은 첫 달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출발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잘 되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었고, 어떤 지점에서 흐름이 막혔는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2026년을 더욱 나은 한해로 만들어줄 자산이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PDCA’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다른 프레임워크와 결합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SO 9001을 비롯한 주요 국제 품질경영 시스템 역시 PDCA 구조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으며, 인증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일수록 PDCA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 요건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도 PDCA를 유지하는 이유는 이것이 유행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조직이 학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달라져도, 흐름은 여전히 PDCA 안에 있습니다. (의심하지 말고 익혀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 ^^)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단계가 바로 Plan입니다.
Plan 단계에는 목표 설정, 전략 수립, 자원 배분, 우선순위 검토 등 많은 요소가 포함됩니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히 정리하려다 보면 오히려 출발 자체가 늦어지기 쉽습니다.
“목표를 잘못 세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 끝에 실행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정교한 설계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면 조정 가능한 범위에서 목표를 세우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계획이 없으면 실행은 방향을 잃기 쉽기 때문에, 최소한의 근거 자료와 기대 효과에 대한 고민은 필요합니다. 다만 과제의 범위가 크지 않다면 계획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작게 설정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실행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단계의 실패나 변경은 낭비가 아니라 값진 데이터입니다.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미리 아꼈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직선의 길로 결승골에 도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Do 단계는 Plan에서 세운 가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입니다. 목적은 단순한 실행이 아니라, 계획이 현실에서도 유효한지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기보다는 작은 규모의 파일럿 실행이 효과적입니다. 제한된 범위에서 실행하면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를 줄이고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실행 과정에서는 절차와 매뉴얼을 정리하고, 가능한 한 정해진 방식에 따라 수행합니다. 동시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변화는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또한 실행 주체가 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도구, 장비 등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일정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으면 중간에 혼선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Do 단계에서는 순서와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Check 단계는 흔히 성과 평가로 오해되지만, 본질은 계획과 실행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Plan에서 설정한 목표와 기준을 바탕으로 실제 결과를 비교하고, 그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의 흐름입니다. 계획이 현실과 맞지 않았는지, 실행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는지, 혹은 환경 변화가 영향을 주었는지를 차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Check의 목적은 판단이나 책임이 아니라,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기 위한 이해에 있습니다.
관리자라면 여기서 한 가지 원칙을 더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구조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의 역량이나 태도에만 원인을 두기 시작하면, 개선을 위한 시야보다 통제를 위한 선입견이 앞서게 됩니다.
Act 단계는 Check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음 계획에 반영하는 단계입니다. 잘 작동한 방식은 표준으로 남기고, 어긋난 부분은 수정하거나 과감히 중단합니다. 이때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방향이 맞다면 방법을 조정하고, 가설이 유효하지 않다면 새로운 접근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Act까지 마무리되면 PDCA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Plan으로 이어집니다. 이 반복 속에서 개인과 조직의 실행력은 점점 정교해지고, 흐름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빠르게 실패를 경험하고, 자주 학습을 하며, 더 나은 방안으로 반복한다”
PDCA는 작게 계획하고, 실행하고, 점검하고, 개선하는 이 반복이 쌓일수록 우리는 일과 일상에서 더 빠르게 균형을 찾고,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갖게 됩니다. 처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완벽한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사이클로 흐름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전기장판 위에서 의미없는 숏츠를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 연말에 너 다은 2026년을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PDCA를 다시 꺼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