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SK 아카데미 권석균 Research Fellow입니다. 벌써 2026년도 두 달이 지났네요. 오늘은 세번째 글로 Skill 기반 HR에 대한 작은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사실 저는 Skill 기반 HR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전인 2021년과 2023년에 두 차례 관련 연구를 했었습니다. 첫번째 연구는 HR 구루와 미래학자들이 제안하는 HR의 변화 방향성이었고, 두번째 연구는 이 방향을 한발 앞서 추진중인 기업들에 대한 분석이었는데요, IBM, Unilever를 비롯해서 일본의 Hitachi와 프랑스의 TotalEnergies등을 들여다봤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이 뒤이어 Skill 기반 HR이라는 용어로 정리되더군요. 2024년 이후 주요 HR 컨퍼런스들에서 이 주제가 화두가 되는걸 보면서 조금만 늦게 연구를 했으면 수월했겠다고 쓴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관련 자료들이 많은데요, 심지어 제가 참여중인 CEO 대상의 어느 인사이트 플랫폼에서는 이제 Skill 기반 HR은 식상하다고까지 말씀하시네요.
그럼에도 제가 이 주제를 꺼내는 것은 Skill 기반 HR로의 전환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했던 품은 많이 들지만 효과는 애매했던 프로젝트들 이를 테면 직무분석이나 역량체계와 겹쳐보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다만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현장의 프로젝트를 보면서 느낀 소감 정도인데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단상(斷想)과 사색(思索) 사이로 지었습니다. AI는 단상은 깊은 탐구나 논리적 전개보다는 아이디어에 가깝고, 사색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결론이나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네요. 제가 드리는 말씀은 바로 둘 간의 사이입니다. 가볍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Skill 기반 HR에 대한 Challenge
많이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Skill 기반 HR의 개요부터 정리해볼까요? ‘앞으로는 직무(Job)를 구성하는 세부 과업(Task)들이 재조합 될 것이다. 따라서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를 위해서는 Task별로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조직의 경계를 넘은 이합집산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Task를 잘 수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Skill을 기준으로 교육(Up/Reskilling)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Skill을 적극 학습한 사람에게는 승진이나 보상에 편익을 제공하자’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HR 리더들도 원론적으로는 이 방향에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변화 장면에 들어가면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제가 경험한 몇 가지만 말씀드려볼까요? 우선 Skill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지금까지 강조해왔던 역량과는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개념 잡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둘째, Skill 학습을 더 많이 한 사람에게 평가/승진상의 편익을 주는게 맞냐는 것도 Issue이죠. 동서양의 기업을 막론하고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쏠리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일을 많이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Up/Reskilling을 못하는 사람에게 평가를 박하게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죠. 그럼 무엇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까요? 다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세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립니다.
단상과 사색 사이 1. Skill 단위는 수요자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을까?
Skill 기반 HR의 출발점은 뭐니뭐니해도 Skill에 대한 정의입니다. 기업들은 보통 이렇게 접근하는듯합니다. 우선 특정 사업부를 정하죠. 그리고 그 사업부의 경쟁사인 해외 선진 기업들의 수개년도 채용 공고를 분석합니다. 그들의 채용 공고에는 필수 Skill(Essential/Required)과 우대 Skill(Preferred/Nice to Have)이 있는데요, 이를 분석해서 해당 사업부에서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Skill 체계를 만들죠.
이 접근은 지극히 논리적입니다. 다만 결과물 즉 Skill 단위를 보면 경영진에게도 구성원들에게도 어필이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Skill이 구체적인 전문 지식 차원으로 정의되면 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강조되는 메타역량 이를 테면 문제해결력, 학습민첩성, 분석적 사고 등으로 나온다고 가정해보죠. A라는 사람은 문제해결력은 Level 2이고 학습민첩성은 Level 3라고 진단하게 되겠죠.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체계가 경영진이 사람을 찾는데 도움이 될까요? 보통 그분들은 ‘기술 기업의 PMI를 잘 하는 사람 없어?’라고 묻지 ‘기술 기업의 PMI를 잘 하기 위해 분석적 사고 수준이 높고, 기술 기업 등 새로운 대상에 대한 학습민첩성이 높은 사람이 누구야?’라고 묻지는 않습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도 평생 직업 시대에 마켓에서 몸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Skill에 관심이 있지 나의 분석적 사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궁금하지 않을거구요.
그렇다면 Skill을 사업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몇 가지 CBI(Critical Biz. Issue)만을 대상으로 정의해 보는 것이 어떠실까요?
단상과 사색 사이 2. Skill 기반 HR에서 최고의 동기부여 방안은?
한 회사는 Skill을 3개의 Level로 나누어 교육 과정을 짰습니다. 각 과정을 마칠 때마다 Test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해당 수준을 인정한다는 Badge를 부여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심화 교육인 Level 3 이수자에 대한 처리인데요. 저는 이 사람이 심화 교육을 잘 통과한 것만으로 별도의 포상을 하는 것이 맞는지, 사내 전문가로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이슈로 번지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Skill 기반 HR에서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최고의 방안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리 교육을 잘 만들어도 실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실제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어느 구성원이 특정 Skill에 대한 교육을 열심히 듣는 이유는 그 일을 경험해서 살아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학습에 대한 포상, 보상 여부는 부수적인 조건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번째 내부 잡마켓(Job Market)의 활성화입니다. 만약 그룹사라면 회사간 경계를 트면 더 효과적이겠죠. 예를 들어 남미 시장 개척이라고 할 때 한 회사안에서는 그 일을 할 기회가 몇 번 없겠지만 여러 회사에 열어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교육의 의미를 일의 선후에 연계해서 부여합니다. 기본 교육은 내부 공모에 지원하기 전에 그 일에 필요한 기본 개념과 접근을 알고 있다는 표시로, 심화 교육은 일 만으로는 얻기 힘든 내용을 단기간에 익혔다는 표시로 가져가기를 제언드립니다.
공부한 내용을 써먹을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공부만 하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무술에 열광한 적이 있는데요, 존경하는 브루스 리의 말씀에 빗대자면 ‘Job Market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교육은 물에 들어가지 않는 수영 연습이자, 스파링 없는 복싱 연습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단상과 사색 사이 3. Skill 기반 HR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이해
Skill 기반 HR의 취지는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잘 하는지 파악하자는데에 있습니다. 즉 사람에 대한 Data 관리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데, 이 부분은 의외로 간과되는 듯합니다.
Skill 기반 HR이 나오게 된 배경은 CEO의 고민이었습니다. CEO가 보기에 어디에 Assign할지 애매한 일들이 늘어납니다. 직무 이름이나 조직 이름만으로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주었는데 원하던 모습이 아닙니다. 일이 잘 될 것 같으면 서로 자기가 했다고 합니다만, 딱 봐서 잘 모르겠다 싶은 것은 피하는 것이죠. 이때 CEO들이 생각한 것이 바로 ‘우리 회사의 사람별로 무엇을 잘하는지 안다면 이런 문제는 줄어들 수 있겠다. 그러니 직무명이나 조직명이라는 간판은 떼고 개개인의 구성원별로 무엇을 잘 하는지 매칭시키자’였습니다.
회원분들께서 기억하셨으면 하는 Skill 기반 HR의 오의(奧義)는 일을 줄 때 직무명이나 조직명 같은 필터를 제거하고, 임직원 개개인을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갑자기 ‘오의’라는 무협 용어를 쓴 것은 그만큼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임직원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커리어를 목표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ICT 기업 I사는 최근 임직원들의 정보 관리 항목을 새로 설정하고 있는데요. 취지(Purpose), 경험(Experience), 학습(Learning), 스킬(Skill) 등의 4가지를 담습니다. 취지는 이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커리어 목표이구요, 경험란에는 어떤 사업에서 어떤 직무나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합니다. 이때 기여 사항에 대한 상사와 동료들의 의견까지 축적하죠. 학습은 I사가 강조 중인 AI/Cloud 관련 학습 내역과 결과를 담고, 스킬은 학습과 경험을 종합한 결과, 임직원이 어떤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 내역을 말합니다.
몇 년도에 어느 부서에 있었다는 개인신상 카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입니다. 지금 몸담고 계신 회사의 인사카드는 어떠신지요?
이상으로 Skill 기반 HR에 대한 작은 생각들을 공유드렸습니다. 물론 우리 HR 담당자들께서는 저보다 현장에서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시리라 믿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드리고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