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사람 몇 명이 조직을 완벽하게 바꾸지 못한다. 모두가 ‘좋은 수준’일 때 비로소 강한 조직이 된다.”
많은 조직이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한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면접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을 찾는다. 이건 모든 조직의 당연한 수요이고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은 대기업 대비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객관적 리소스와 환경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생각해볼만 한 것은 "정말 우리는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가?" 이다.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가설적 기반에는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뛰어난 인재가 없기 때문이고 그 사람만 있으면 조직의 모든 문제가 아름답게 해결될 수 있을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정말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이고 그걸 누가할 수 있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의 뛰어난 사람이 필요한가?"
한두 명의 뛰어난 인재는 높은 확률로 팀의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인재 밀도의 평균 수준이 낮으면, 평균 속도가 조직의 한계가 된다. 탁월한 한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실행이 느리고 기준이 낮은 환경에서는 결국 지쳐 나간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를 “인재 밀도(talent density)”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좋은 사람이 몇 명 있느냐보다, 모든 사람이 좋은 수준의 기준을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팀에서 2명은 매우 뛰어나고, 8명은 평범하거나 기준 이하라면, 결과적으로 그 팀은 '중간' 이하의 퍼포먼스를 낼 가능성이 높다. 뛰어난 소수가 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을뿐더러 실무 전달 속도, 품질, 커뮤니케이션 모두 평균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이다.
즉 인재 밀도는 누가 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행 가능한 인재'인가로 측정된다.
저성과자는 반드시 어디에나 있다. 저성과자는 조직의 평균 인재밀도 대비 상대적 저성과자 일수도 있고 절대적 기준의 저성과자일수도 있다. 문제는 그들을 고치지 못하거나, 고치더라도 너무나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이후 라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해 조직의 기준이 무너지는 데 있다. 한 명의 저성과자가 팀 전체의 기준을 낮춘다. 그것이 문화다.
“조직에서 저성과자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없기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성과가 낮은 사람을 그대로 두는 문화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불이익을 준다. 성과는 ‘기여’로 보상받지 않고, ‘관계’나 ‘존속’으로 유지된다는 인식이 퍼진다. 예컨대, 한 프로젝트에서 분명히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낸 구성원이 있는데, 어떤 리더도 그것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얘기는 리더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고 회피하게 된다. 이후 그 구성원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다른 팀원들은 “그 정도 해도 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학습한다. 이 순간부터 성과 기준은 사라진다.
이때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인재밀도 기준의 질적 붕괴다. 팀은 더 이상 성과 기준이 아니라, 타협과 회피의 기준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Talent Density는 좋은 사람을 더 뽑는 게 아니라, 밀도의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많은 조직이 평가와 보상을 설계하면서도 ‘평균값의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의 평균은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들에게는 평균을 높이는 행위에 대한 기대 보상이 없으며 아무런 보상없이 책임과 힘듬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채택한 일하는 방식, 리더십 스타일, 협업 구조, 성과 관리 시스템 등은 모두 다음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조직의 평균 퍼포먼스는 지금 어떤 수준인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판단하고 측정하는가?
우리는 기준 이하의 성과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며 즉시 개입하는가?
평균 이상의 기여는 어떻게 발견되고 보상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마케터들의 콘텐츠 제작 품질이 고르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내부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평균이 무너지는 것이다. Talent Density는 평균을 설계하고 판단하며 피드백하는 일이다.
새로운 인재를 잘 뽑는 것보다, 뽑은 사람이 잘 성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화 기간, 피드백 시스템, 기대 기준, 협업 매커니즘 등은 인재 밀도를 결정짓는 구조다.
실제 많은 스타트업에서 “좋은 사람을 채용했지만 얼마 못 버티고 나갔다”는 일이 반복된다. 뛰어난 인재를 뽑았음에도 이들이 새로운 조직의 적응에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재화되지 않은 구조 때문이다.
적합성이 높은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새로운 지식, 관계, 스타일, 구조를 학습하고 내재화 하는 기간은 필수적임에도 이들의 이탈을 채용의 실패 혹은 역량의 부족으로만 판단한다면 조직은 개선의 여지가 없어진다. 체계화된 조직 학습 구조 뿐만 아니라 정서적 정착을 지원할 멘토가 없거나 기대 역할과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고,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모호한 곳에서 좋은 인재는 빠르게 성과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래 머물 수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진행하는 연간단위 평가는 성과에 대한 후행의 판단이기 때문에 뒤늦은 판단일 수 있다. 조직은 기준을 일상에서 유지하고 강화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기대치와 피드백은 연간 평가에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닌 매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 협업의 모든 과정과 시스템에 녹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스타트업은 슬랙 봇을 통해 매달 ‘성과 리뷰 → 리더 피드백 -> 목표의 재조정과 조율' 루프를 자동화했다. 리뷰 주기는 짧고, 내용은 간결하지만, 이 구조 덕분에 실시간 성과 기준에 대한 판단과 조율, 피드백이 계속 강화되었다.
1년에 한번 연간 평가를 하던 피드백 사이클이 매주 이루어진다는 관점에서는 조직과 개인의 성과 향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는 평가의 주기에 있어서 얼마나 자주 하느냐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연간단위 평가 시스템을 분기 단위(혹은 월간 단위)로 바꾸더라도 명확한 목표와 기대치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필요한 리소스만 발생시키고 혼선만 만들 수 있다.
고성과자가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돈’이 아니라, 무너진 기준이다. 무기력한 팀, 회피하는 문화, 실행 없는 피드백이 고성과자를 떠나게 한다. 고성과자는 일에 대한 몰입과 성장감 자체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 Why High and Low Performers Leave and What They Find(2007, Cornell University) 고성과자일수록 이직 사유로 “보상”과 함께 “승진·성장 기회(advancement opportunity)”의 중요도를 더 높게 응답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판단함.
넷플릭스는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 “탁월한 사람은 평균적인 사람과 일하는 것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 탁월함은 탁월함이 작동하는 구조를 원한다.
많은 조직이 인재 확보를 위해 경쟁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일의 기준이 모호하고, 성과에 대한 기대가 흐릿하며, 피드백과 리더십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실력은 환경의 함수다. 한 사람이 자신의 업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는 구조에 있어야만 실력은 유지되고 강화된다. 반대로, 아무리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일의 우선순위가 혼재되고, 성과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으며, 동료와의 협업이 피로한 환경에서는 금세 관망적이고 회피적인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기주도적인 사람”을 원하면서도, 모든 결정이 리더에게 몰리는 구조에서는 그 누구도 주도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기대 역할과 권한, 목표가 명확하게 설계된 환경에서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움직일 수 있고, 피드백을 통해 자기 인식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Talent Density는 단순히 '좋은 사람을 많이 두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의 문제다. 결국, 조직이 진정으로 밀도를 높이고 싶다면, 인재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재가 '유지되고 강화되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구조다. 모든 조직은 말한다. “우리는 좋은 사람과 뛰어난 인재를 원합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좋은 구조 안에서만 그 실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해도 반응이 없다면, 제기하지 않는 문화가 된다.
실행을 해도 피드백이 없다면, 관망하는 문화가 된다.
기준 이하를 방치하면, 조직의 성과 평균 기준이 하향 이동한다.
Talent Density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장기적인 필수 생존 조건이다. 조직은 평균값의 설계와 전략에서 치밀해야 생존할 수 있다.
조직의 실력은 최고가 아니라 평균이 결정한다
Talent Density는 채용이 아니라 구조 설계의 문제다
저성과자 관리보다, 기준을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설계가 중요하다
성과가 아니라 밀도를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