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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대하는 일본 기업들의 자세

'방학'을 대하는 일본 기업들의 자세

맞벌이 부부들의 최대 고민인 '방학 중 돌봄 공백'을 위해 일본 기업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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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손책임Aug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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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방학, 초1/초4의 벽을 허물어라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힘든 시즌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방학’ 기간을 고를 것이다. 특히, 방학이 1주일 남짓으로 길지 않았던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을 지나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3주를 훌쩍 넘어가는 방학으로 인해 돌봄 공백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초1의 벽’, ‘초4의 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맞벌이 부부 중 1명(주로 엄마쪽)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시기를 가리킨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가 기관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초등학교 1학년이 첫 위기, 학교의 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초등학교 4학년(한국의 경우 3학년)이 될 때 맞벌이를 포기하는 부모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방학을 앞두고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무 10년~15년차 정도의 아까운 인재들이 방학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회사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방학 기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구성원들이 돌봄이 아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일본의 기업들이 도입한 제도가 있다. 방학 기간의 돌봄 지원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데, ‘사내 돌봄 교실’과 ‘동반 출근’ 제도이다. 

사내 돌봄 교실

‘사내 돌봄 교실’의 경우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출근하여 부모는 사무실로 가서 업무를 하고, 아이는 사내의 돌봄 교실에 가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별도의 교사들이 준비한 학습 프로그램 또는 각 회사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의 근무시간 동안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점심 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친구들 또는 부모님들과 만나 식사를 함께 할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해당 기간 동안 구내식당에서 어린이용 메뉴를 제공하고, 학부모들과 별도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 친화적인 제도로 유명한 이토츄 상사의 경우, 방학 기간 동안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사내 돌봄 교실을 진행한다. 첫날에는 ‘나의 첫 명함 교환’이라고 해서 이토츄 CEO가 교육장에 가서 아이들과 명함을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상사’라는 비즈니스의 특색을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는 ESG 관련 만들기 활동, 직장 체험, 운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구 디자인 업체인 코쿠요에서는 ‘Life Based Working’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의 단계에 맞추어 걱정 없이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사내 돌봄 교실을 도입했다. 오전 8시 20분에 부모와 함께 출근하여 오전에는 학습 시간을 가지고, 점심 이후에는 영어, 과학실습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오후 6시 30분에 귀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회사 안에서 지도를 받아 엄마, 아빠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 보거나, 회사 직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는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내 돌봄 교실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았고, 아이들도 집에 가기 싫다고 할 정도로 재미있게 참여한다고 한다. 부모들의 경우 회사에 함께 출근하여 자녀들이 유익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회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에 만족하였고, 특히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아이가 함께 한다는 것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동반 출근

사내 돌봄 교실의 경우 별도의 공간에서 별도의 인력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만족도가 높지만 준비와 운영에 비용/인력/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사내 돌봄 교실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 기간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이 선택한 방식이 바로 동반 출근 제도이다.

동반 출근은 아이와 함께 회사에 출근하되, 별도의 회의실이나 고객 응대용 카페 공간 등을 활용하여 부모는 업무를 하고, 아이는 학습/독서 등 개별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이 일반 사무 공간에 들어가면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공간에 분리는 시켜두되, 동반 출근한 부모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회의나 보고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서로의 아이들을 봐주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함께 공부를 하는 등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동반 출근은 옆에 아이가 있다 보니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는 카페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 안전/보안의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당장 맡길 곳이 없거나 아이 식사 때문에 고민하던 부모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휴게 공간이나 회의 공간만 따로 마련해주면 바로 시행할 수 있어서 기업들이 부담 없이 도입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방학’이 고통이 아닌 ‘새로운 직원 경험’이 될 수 있게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즐거운 시기이지만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고통과 위기의 시간으로 다가오곤 한다. 이러한 위기를 ‘사내 돌봄 교실’ 또는 ‘동반 출근’이라는 제도를 통해 해소해 줄 수 있다면, 새로운 직원 경험을 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방학이 더 이상 고난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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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손책임
#일본HR #HRDer #워킹맘
교육학을 전공하고, 회사에서는 직원 교육을 집에서는 자녀 교육을 하느라 고군분투 중인 워킹맘입니다. 일본에 살았던 경험을 살려, 일본 HR 트렌드를 한국에 소개하는 글을 취미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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