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 Analytics 담당자에게 가끔 이런 질문이 온다.
"PA는 왜 하는 건가요?"
경영진을 위한 의사결정 도구? HR의 업무 효율화 수단? 아니면 직원 커리어에 도움?
정답은 셋 다다. 그리고 셋이 연결되지 않으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을 읽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감지하고, 자원을 어디에 써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PA가 없는 조직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이렇게 돌아간다.
“걔 괜찮냐?” (참고로 나는 HR이 직원을 걔, 얘들 이런 표현 쓰는 걸 극혐한다.)
"요즘 A팀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 같던데."
"B본부 이직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 거야?"
"올해 채용 잘 됐어?"
느낌과 소문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느낌이 틀렸을 때 조직은 이미 꽤 망가져 있다.
PA가 잘 작동하는 조직에서 경영진은 다르게 움직인다. A팀의 몰입도가 3개월 연속 하락 중이라는 데이터를 보고, B본부의 이직자 패턴이 입사 2년차 고성과자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올해 채용 목표 대비 실적과 질적 수준을 숫자로 검토한다.
감이 아닌 근거로 움직이는 조직. 그게 경영진이 PA에게 원하는 것이다.
HR 담당자는 매일 같은 질문을 받는다.
"현재 headcount가 몇 명이에요?정규 계약 나눠서요"
"이번 달 이직률은요?"
"이 직급 평균 재직기간이 어떻게 돼요?"
PA가 없는 조직에서 이 질문들은 매번 다른 답이 나온다. 누가 뽑느냐에 따라,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심지어 어느 시스템에서 꺼내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숫자를 맞추는 데 하루가 걸린다.
PA가 잘 작동하는 조직에서 HR은 다르다. 같은 질문에 언제나 같은 기준으로 같은 답이 나온다. 데이터를 뽑는 데 하루를 쓰는 대신,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데 하루를 쓴다.
효율이 아니라 신뢰다.
PA가 HR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속도가 아니라, 데이터를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많은 조직이 이 부분을 놓친다.
경영진과 HR을 위한 PA는 열심히 만들면서, 정작 데이터의 주인공인 직원은 PA의 존재조차 모른다.
아니, 존재를 알더라도 이렇게 느낀다.
"회사가 우리를 감시하는 건가?"
이 인식이 생기는 순간 데이터 품질은 떨어진다. 설문에 성의 없이 답하고, 자기 정보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고,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직원이 PA에게 원하는 건 사실 단순하다.
"나는 이 조직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내 커리어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내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데이터가 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 이력, 내가 진행한 과업들, 내가 쌓은 스킬, 내 성과가 조직 안에서 어떤 위치인지 이런 정보가 직원에게도 투명하게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직원은 PA를 감시 도구가 아닌 성장 도구로 인식한다.
직원들이 왕년에 잘했던 기록, 경력직이 다른 조직에서 성과를 낸 기록 이러한 것들이 암묵지가 아닌 데이터로 축적되고 일에 활용 될 때 비로소 경영진과 HR도 원하는 PA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스킬기반 인사관리가 굉장히 핫 한데 이것도 결국 직원이 자신의 과업(Task)를 잘 기록하고 자신의 스킬 수준을 잘 관리할 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외부 링크드인에서 자신의 스킬을 라밸링하고 그 스킬을 인증하기 위해 이런 저런 자랑거리?를 올리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은 직원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왜 그럴까? 내부에 쌓을 공간도 없을 뿐더러 해도 별 도움이 안되서 그렇다.
결국 직원이 링크드인이나 리멤버 프로필처럼 자신의 데이터가 사내에서 어떻게 쌓여 있는지를 확인하고 본인을 위해 더 쌓아야 할 데이터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본인에게 기록 되었을 때 승진이든, 발탁이든, 보상이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든 어떤 이득이 생길 수 있는지? 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데이터의 질이 달라진다.
즉, People Data의 원천은 직원이다
많은 조직의 PA가 반쪽 짜리로 끝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영진을 위한 대시보드는 만들었다. HR의 업무 자동화도 됐다. 그런데 직원은 여전히 PA가 뭔지 모른다.
혹은 알아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로 느낀다.
이 구조에서 데이터는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경영진이 보고, HR이 관리하고, 직원은 그저 데이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선순환하는 조직은 다르다.
경영진이 데이터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HR이 그 결정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직원이 그 결과로 더 나은 경력을 쌓는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다시 양질의 데이터로 쌓인다.
직원이 PA의 수혜자가 될 때, 비로소 데이터는 살아있는 자산이 된다.
PA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도구도 맞고, HR의 효율화 수단도 맞고, 직원의 성장 도구도 맞다.
하지만 셋 중 하나만 충족하는 PA는 오래가지 못한다.
경영진만 보는 대시보드는 직원의 신뢰를 잃고,
HR만 쓰는 자동화는 현장과 멀어지고,
직원만을 위한 시스템은 경영 의사결정과 연결되지 않는다.
세 시선이 하나의 데이터 위에서 각자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때 PA는 비로소 조직의 언어가 된다.
"PA는 경영진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HR을 통해 실행되고, 직원이 믿을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