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리더가 조직의 속도에 대해 고민합니다. "왜 이렇게 느릴까?", "왜 나만 애가 타고 있을까?" 많은 리더들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때로는 이런 고민들을 구성원의 역량이나 태도 문제로 귀결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의 속도를 개개인의 역량과 태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들의 '평균적인 업무 속도'가 다른 조직은 시스템과 문화가 다릅니다. 개인기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남다릅니다.
일의 '평균 속도'가 빠른 조직은 이슈의 본질을 찾는 질문부터 빠르게 합니다. 답을 찾을 때는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에 '일단 빨리 해보고'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속도감 자체가 다른 조직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도대체 무엇이 빠를까요? 그리고 왜 빠를까요?
느린 조직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논의하는 데 오랜 시간을 씁니다. 회의는 길어지고, 논점은 흩어집니다. 반면, 빠른 조직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기 위해 우리가 봐야 할 핵심 지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개발한 기능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막연한 문제 앞에서 업무 속도가 빠른 조직은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할지부터 생각합니다. '출시 후 7일간 기능 사용률', '기능 미사용자의 이탈률' 등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데이터 지표에 대해 빠르게 논의하고 합의합니다. 이는 문제의 본질에 신속하게 접근하게 하고, 이후의 모든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봐야 할 데이터가 정해지면, 그들은 즉시 움직입니다. 핵심 데이터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쌓여 있는지 파악하고, 분석 가능한 형태로 신속하게 가공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종종 간과되기 쉽지만, 초기 업무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요청과 승인 절차가 복잡하면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일의 속도가 빠른 조직은 평소 데이터 거버넌스가 잘 잡혀있어,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데 허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모으고, 핵심 지표를 빠르게 검증합니다. 이를 통해 가설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즉각적으로 판단합니다.
일의 속도가 느린 조직에서는 담당자가 오랜 시간 홀로 끙끙 앓다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물을 리더에게 보고합니다. 만약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그동안의 시간은 모두 매몰 비용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일의 속도가 빠른 조직은 이 사이클을 극도로 압축시킵니다. 문제 정의, 데이터 검증 등 이슈 해결의 매 단계에서 진행 상황을 리더, 동료와 수시로 공유합니다. 이는 보고를 위한 보고가 아닙니다. '함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입니다. "데이터를 보니 이런 오류가 있는데, 가설을 수정해야 할까요?", "이 방향이 맞는지 10분만 빠르게 체크하시죠." 이런 짧고 빈번한 공유와 피드백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막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극적으로 높여줍니다.
일의 속도가 남다른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에 대한 ‘감(Sense)’이 조직 전반에 공유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리더의 독촉이 없어도 '가설 검증 단계까지는 최대한 신속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도출할 때는 최대한 넓고 깊게'와 같이, 속도가 빠른 조직은 언제 속도를 낼지, 언제 깊이를 더해야 할지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왜 빨리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합니다. 조직의 목표가 명확하고, 각자 자신의 일이 그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을 때, 비로소 자발적인 속도가 붙습니다.
속도의 중심에는 결국 데이터가 있습니다. 빠른 업무 사이클은 구성원의 데이터 역량이 뒷받침될 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파이썬(Python) 또는 다양한 노코드(No-code) 프로그램을 활용해 필요한 외부 데이터를 신속하게 수집하는 구성원과 그 데이터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해석하고 검증하며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협업할 수 있다면 일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의사결정하는 문화가 기본적인 훈련처럼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데이터를 가져와서 이야기합시다'가 자연스러운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속도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느린 조직은 일을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A가 끝나야 B를 시작하고, B가 끝나야 C를 시작합니다. 중간에 병목이 생기면 전체가 멈춥니다. 하지만 빠른 조직은 ‘동시 병행’에 능숙합니다. MS Teams나 SharePoint 같은 협업 툴에 모든 데이터와 문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여러 사람이 동시에 진척 상황을 보고 함께 작업합니다. 더 나아가, 퇴근 전 항상 '내일 각자 무엇을 할지' 논의하며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결과 보고서의 목차를 잡고, 디자인 팀과 시각화 방향을 논의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업무의 병렬화는 절대적인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속도는 구성원을 지치게 만드는 '독촉'이 아닙니다. 함께 효율을 지향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쾌속'의 경험입니다. 조직 전체의 평균적인 일의 속도는 탁월한 개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의 속도가 남다른 조직은 빠르게 질문하고 데이터로 검증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역량과 공유된 감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울러, 업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감각, 업무 방식, 업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지금 우리 조직의 속도는 어디에서 정체되어 있습니까? 혹시 리더 혼자 애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 조직의 ‘평균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 바로 구성원들과 함께 속도의 실체와 속도의 동력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