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 한 병 더 먹을게요.”
바쁜 가게 주인을 대신해 최인사 팀장이 빨간 뚜껑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팀장님, 술은 홀수로 마셔야 한다면서요? 그거 6병째거든요.”
예이수 선임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인당 3병이니까. 홀수잖아요. 좀 전에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팀원들과 워노원 하실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진행하시는지 여쭤봤어요. 답하실 차례에요.”
“음. 마음가짐이라...그야 뭐, 팀원별 역량과 각 상황에 따라서 코칭, 멘토링, 상담, 컨설팅, 티칭 기법을 적절히 활용해서 목표달성을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생각 뿐이죠.
우리 모두 같은 팀, 같은 편이니까요.”
소주 2.5병을 마신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정확한 발음으로 최인사 팀장이 조곤조곤 말했다.
“팀장님 오늘 저를 여러 번 놀라게 하시네요.”
반쯤 남은 소주잔을 털어 넣으며, 예이수 선임이 말을 이어갔다.
“팀장님과 워노원을 통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은 적도 있고, 알려주신 몇몇 팁과 노하우를 통해 목표달성에 도움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한번도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거든요.”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요? 지금도 그래요?”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최팀장이 물었다.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 시간까지 대작하지는 않죠.. 근데, 워노원 할 때의 팀장님은 확실히 저와 다른 편으로 느껴져요.
팀장님은 도와주려고 하시는 말들인지 몰라도, 질문과 피드백 하나하나가 저의 책임을 지적하고, 묻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더라고요.
상황에 따라서는 억울함에 공격적이 되기도 하고, 위축되어 있을 때는 그냥 모든 게 담당자인 내 잘못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다 식은 찌개 국물을 떠먹으며, 남의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말하는 예이수 선임이었다.
“긍정의 아이콘, 예 선임님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다른 분들은 말할 것도 없겠네요. 도움이 되는 코칭과 의미있는 피드백을 주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독이 되었네.”
“리더로서 반드시 뭔가를 줘야겠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으시면 어떨까요? 팀장님이 회사와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워노원의 순간도 마찬가지일거구요. 근데 이거 아세요? 어떤 때는 그냥 같은 편에 서서 제 말을 조용히 들어주시는 것이 그 어떤 해답보다 도움이 될 때가 있거든요.”
“솔직한 얘기 고마워요. 팀장으로서 팀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이나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피드백 관련해서 테니스 코트에 빗대어 작성된 인상적인 글을 인터넷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 최인사 팀장이 인터넷에서 봤던 글
아래 그림에 테니스 코트 Ⓐ라는 곳에 피드백을 '받으러' 온 담당자(회색)가 서 있습니다.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주고 있는' 당신(리더)은 보통 코트의 위치 ①,②,③ 중 어디에 서서 피드백을 '주고' 있나요? | |
![]() | * 핵심 메시지 요약 피드백을 할 때 대부분의 리더가 구성원의 반대편인 ①에 위치하게 되는데, ①은 리더가 서 있을 자리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장애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을 자리임 내용을 떠나서 구성원이 너무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모습, 또는 너무 수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리더가 ①에 위치해 있을 확률이 높음 리더는 구성원의 반대 편 또는 심판의 위치가 아니라, 구성원과 같은 쪽 코트인 ③에 서야 함 |
※ 출처. 유성현, "피드백 포기 선언? 두려움을 알면 빛이 보인다", HR블레틴 | |
“팀장님, 우리회사 성과관리 매뉴얼에 보면 1on1 3가지만 조심해도, 중간 이상은 한다는 메시지도 있었어요.
팀장님이 갖고 계셨던 문제는 답정너일 때, 1on1은 실패한다에 해당되는 것 같아요.
팀장님처럼 책임감 넘치고, 전문성이 높은 리더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쉽죠.
그 외 2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팀장님한테는 해당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예 선임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답답함이 많이 해소됐어요. 앞으로 내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감이 잡혔거든요.
마치 좋은 워노원이 끝나고 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팀장이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잔을 비웠다.
“다행이네요. 정답이 저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 게 도움이 되셨나 봐요.”
“정신이 리셋된 느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한 병씩만 더 먹고 일어납시다..."
그렇게 7병째와 8병째 소주가 동시에 테이블에 놓여졌고, 결국은 두 자리 소수에 이르러서야 술자리가 끝이 났다.
그날 이후 최팀장의 술자리 멘트는 홀수로 먹어야 한다에서 소수로 먹어야 한다로 바뀌게 되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