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OKR 고군분투기5 - 번외편 (평가등급 폐지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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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OKR 고군분투기5 - 번외편 (평가등급 폐지 후편)

"인사평가는 피평가자가 아니라, 평가자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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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 추가Sep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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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김경영 대표는 최인사 팀장의 질문이 단순한 반문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정규분포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군요."

"맞습니다. 대표님. 키나 몸무게, IQ 같은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평균을 중심으로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이룹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과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가정하고, S등급 5%, A등급 15%, B등급 60%, C등급 20%과 같은 강제배분 곡선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아니라는 거죠?"

"O'Boyle과 Aguinis라는 학자들이 633개 표본, 다양한 직무의 근로자 성과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학술논문, 엔터테인먼트, 정치, 스포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 성과는 정규분포가 아니라 소수의 최상위 성과자가 전체 성과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멱함수(power law) 분포, 즉 파레토 분포에 가까웠습니다."

최팀장이 태블릿을 켜서 곡선 하나를 보여주었다. 왼쪽 끝에 뾰족하게 솟은 소수의 점들과, 나머지 대다수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긴 꼬리 모양이었다.

"쉽게 말씀드리면, 사업부별 진짜 압도적인 임팩트를 내는 사람은 한두 명이고, 나머지는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촘촘하게 몰려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긴 꼬리 구간에 있는 사람들을 억지로 S, A, B, C로 잘게 쪼개서 줄을 세우고 있는 거죠. 실제로는 의미 있는 차이가 크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요."

"흥미롭긴 한데… 그렇다고 등급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결론까지 가긴 어렵지 않나요? 최상위권만이라도 가려낼 수 있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제가 정작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두 번째 연구가 더 치명적입니다.

Scullen, Mount, Goff라는 학자들이 다면평가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한 사람의 평가 점수 편차 중에서 '피평가자가 실제로 얼마나 잘했는가'로 설명되는 비중은 채 20%가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누가 평가했는가', 즉 평가자 개인의 후한 정도, 엄격한 정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채점 습관으로 설명되는 비중이 훨씬 컸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등급을 매길 때, 사실은 그 직원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평가자의 성향을 측정하고 있었다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마커스 버킹엄과 애슐리 구달이 이 현상을 '특이한 평가자 효과(idiosyncratic rater effect)'라고 이름 붙였는데, 같은 직원이라도 평가자가 바뀌면 등급이 크게 출렁이는 반면, 같은 평가자는 전혀 다른 직무의 여러 직원에게도 비슷한 패턴으로 점수를 준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신뢰해 온 평가등급이라는 숫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누가 매겼는가'에 오염되어 있는 셈입니다."

김대표는 팔짱을 낀 채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럼 최팀장 생각에는 답이 뭡니까. 등급도 없애고, 그렇다고 완벽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최팀장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대안은 없지만, 방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숫자에 모든 걸 압축하려는 시도를 내려놓고, 여러 명의 시선과 여러 시점의 기록을 겹쳐 보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한 사람의 평가자가 아니라 함께 일한 동료, 프로젝트 리더, 고객까지 포함한 다양한 관점의 데이터를 축적하면, 개별 평가자의 편향은 서로 상쇄되고 그 사람의 진짜 기여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보상 시점에 한 번에 몰아서 보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체크인과 피드백을 통해 실시간으로 쌓아가야 합니다.

경영진과 리더가 등급이라는 방패 뒤에 숨지 않고, 진정한 피드백과 다양한 근거 데이터로 구성원과 마주할 때 비로소 OKR은 일하는 방식으로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자,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여전히 텐저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봉 인상률, 성과급 지급률, 승진자 선장은 무슨 기준으로 실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요?

“각각의 목적을 고려해서, 평가자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는 질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회사 연봉 산정의 기준은 시장가치입니다. 해당 포지션의 결원 시 대체 인력의 예상 연봉과 해당 직원이 동일 직무로 이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예상 연봉 수준이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Compa Ratio가 연봉인상률보다 더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인상률에만 집중하면 입사할 때 연봉협상을 얼마나 잘 했는지 여부가 개인의 보상수준에 결정적인 팩터가 됩니다. Compa Ratio 점검을 통해 기대수준의 몸값을 수행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성과급은 단기 성과급과 장기성과급에 따라 연봉과는 또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단기 성과급은 시장가치보다는 지난 1년간 조직성과에 대한 기여와 역할에 따른 보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장기 성과급은 당장의 기여보다도, 핵심사업과 미래사업의 성공에 꼭 필요한 스킬, 노하우를 보유한 대체가 어려운 인재 선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장기 리텐션과 연동시킨 주식보상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승진은 피터의 법칙에 따라…”

이후로도 최팀장과 김대표의 토론은 30여 분간 더 이어졌다.

"좋아요. 최팀장님의 확신과 진정성에 대해 잘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등급 폐지안으로 가봅시다.

다음주 사업부장 회의에서 브리핑 준비하세요.”

김대표가 약간은 질렸다는듯 옅은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집무실을 나서는 최팀장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등급이라는 익숙한 잣대를 내려놓는 순간, 조직은 비로소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나아질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애초에 OKR과 성과관리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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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시니어 실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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