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리더십은 사람을 탓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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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리더십은 사람을 탓하는 일이다

HRBP코칭리더십시니어리더임원CEO
이빗
데이빗Jun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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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일을 누가 이렇게 처리했습니까?”

문제가 생긴 회의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일정이 밀렸을 때, 고객 컴플레인이 들어왔을 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많은 조직은 가장 먼저 ‘원인’보다 ‘사람’을 찾는다.

누가 보고를 늦췄는지, 누가 검토를 빠뜨렸는지,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는지를 추적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이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이 가장 빠르고, 가장 분명해 보이며, 무엇보다 가장 쉬운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리더십을 어려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구성원을 동기부여해야 하며, 성과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직 안에서 가장 흔하게 목격되는 리더십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가 생겼을 때 복잡한 구조를 들여다보기보다, 한 사람의 실수로 정리해버리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강해 보인다. 기준이 높아 보이고,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처리하는 방식일 뿐이다.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봐야 하고, 협업 구조를 점검해야 하며,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방식까지 살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문화의 문제를 인정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사람 한 명을 지목하는 것은 쉽다. 회의는 빨리 끝나고, 책임도 분명해진다. 리더는 즉각적으로 무언가 조치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끝난 문제는 대개 다시 돌아온다. 사람은 바뀌어도 시스템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 제조기업에서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생산라인의 품질 불량률이 갑자기 높아지자 경영진은 즉시 생산관리자를 질책했다. 담당자는 낮은 평가를 받았고,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위축됐다. 누구도 먼저 의견을 내려 하지 않았고, 문제 징후가 보여도 괜히 책임이 돌아올까 봐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늘었다. 하지만 몇 달 뒤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뒤늦게 설비와 공정을 함께 점검해보니 원인은 관리자의 역량 부족이 아니었다. 노후화된 설비, 미흡한 예방정비, 무리한 생산 일정, 숙련인력 공백이 동시에 겹쳐 있었다. 사람을 바꿨지만 구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사무직 조직에서도 다르지 않다. 영업팀이 중요한 제안서를 놓쳤을 때 누군가의 실수로 끝내면 속은 시원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검토 권한은 여러 팀에 흩어져 있고, 마감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최종 승인자는 바쁜 일정으로 피드백이 늦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누가 맡아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조직은 종종 “이번엔 누구 잘못인가”를 묻는 데 익숙하다. 그 질문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다음 실수를 더 조용하게 만들 뿐이다.

IT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블레임리스 포스트모템’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코드를 잘못 수정했는가”부터 찾는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위험 신호를 숨기게 된다. 반대로 “왜 이런 장애가 운영 환경에서 현실이 되었는가”를 묻는 조직에서는 로그, 프로세스, 검토 체계, 배포 구조가 함께 논의된다. 개인은 방어하지 않고, 조직은 학습한다. 그 차이가 쌓이면 실수의 빈도보다 회복의 속도, 문제 발견의 정확도, 그리고 장기적인 신뢰 수준에서 큰 격차가 생긴다.

결국 좋은 조직은 문제가 없는 조직이 아니다. 문제를 빨리 발견하고, 안전하게 공유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습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늘 리더의 첫마디에 있다.

“누가 잘못했나?”

이 질문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설명하고 방어하게 만든다. 반면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이 질문은 시선을 사람에서 구조로 옮긴다. 일정은 적절했는지, 역할은 명확했는지, 검토 과정은 충분했는지, 경고 신호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지를 보게 한다. 질문이 달라지면 조직의 태도도 달라진다.

많은 리더는 자신이 가장 일을 잘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구성원의 실수를 보면 쉽게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저렇게 안 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리더의 역할은 가장 유능한 실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만 기대는 조직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흔들린다. 반면 시스템이 받쳐주는 조직은 사람이 바뀌어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책임을 없애자는 뜻은 아니다. 반복적인 태만, 고의적인 규정 위반, 기본적인 신뢰를 깨는 행동은 분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다만 대부분의 조직 문제는 한 사람의 무능보다 허술한 구조, 불명확한 역할, 비현실적인 일정,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뛰어난 리더는 사람을 탓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본다.

구성원은 리더가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무엇을 반복하는지를 더 정확히 기억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책임자부터 찾는 리더 아래에서는 침묵이 자란다. 반대로 원인을 함께 찾는 리더 아래에서는 보고가 빨라지고, 개선이 쌓이고, 신뢰가 생긴다.

가장 쉬운 리더십은 사람을 탓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가치 있는 리더십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팀에 문제가 생겼다면 먼저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책임자를 찾고 있는가, 아니면 원인을 찾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고, 결국 리더십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빗
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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