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관리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갈등관리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 미처 전하지 못한 못다 핀 꽃 한 송이
조직문화코칭리더십리더임원CEO
혜담
코치혜담Oct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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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관리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 미처 전하지 못한 못다 핀 꽃 한 송이

갈등은 언제 시작될까요? 많은 사람들은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을 떠올립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이메일의 문장이 거칠어지고, 오래된 관계에 금이 가는 장면을 갈등의 시작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갈등은 목소리가 커질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사라질 때 시작됩니다.

한 기업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영업을 맡은 파트장과 생산을 맡은 파트장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였습니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팀은 고객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생산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고, 생산팀은 품질 검증에 필요한 시간이 있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회의는 별다른 문제 없이 끝났습니다. 누구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오히려 웃으며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아마 많은 리더들은 이 장면을 보며 "잘 끝났네"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글라슬(Friedrich Glasl)의 갈등 단계 이론에 비추어 보면, 바로 이 순간이 1단계, 갈등의 시작입니다. 아직은 단순한 의견 차이에 불과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본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결국 함께 이루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대부분의 갈등은 여기서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바쁘다는 이유로 이 질문을 건너뜁니다. 시간이 지나 두 파트장은 같은 주제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번에는 각자의 논리가 옳다는 근거를 하나씩 쌓아 올렸습니다. 영업은 고객을 말했고, 생산은 품질을 말했습니다. 대화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대화가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려는 대화였습니다. 글라슬의 2단계입니다. 이 지점까지도 관계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팀장은 두 사람 모두 각자의 KPI를 책임지는 리더라는 이유로 한 걸음 물러서 있었습니다. "둘 다 성숙한 사람들이니 알아서 풀겠지." 그 믿음은 분명 존중이었지만, 동시에 방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두 파트장은 더 이상 마주 앉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회의에서는 조용했고, 그 대신 메일이 길어졌습니다. 참조자가 하나둘 늘어났고, 보고는 상대를 우회해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움직이는 단계, 글라슬이 말한 3단계입니다. 저는 바로 이 순간을 갈등관리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까지는 팀장의 손으로도 충분히 관계의 물꼬를 다시 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이 침묵을 평화로 착각합니다. 침묵은 갈등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대화가 멈췄다는 신호인데도 말입니다.

그 골든타임을 지나치자,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에게 문제를 말하지 않고 각자 자기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업팀 회의실에서는 "생산팀은 원래 저렇잖아요"라는 말이, 생산팀 회의실에서는 "영업은 늘 자기들 일정만 생각하죠"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습니다. 그렇게 갈등은 두 사람 사이를 떠나 조직의 지형 위로 내려앉았고, '우리 팀'과 '저쪽 팀'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그어졌습니다. 글라슬은 이를 4단계, 동맹과 편 가르기라 부릅니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이미지입니다. 상대가 오늘 무엇을 했는지보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굳어진 인상이 판단을 앞지르고, 그 이미지는 새로운 사실마저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 버립니다.

이 무렵 임원이 개입했습니다. 두 사람을 불러 각자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미 서로는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해석은 어느새 사실이 되어 있었고, 상대의 의도까지 단정하고 있었습니다. 늦었던 것입니다. 갈등은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가 스스로 만들어 낸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라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단계에서 임원의 자리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자리가 될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한 두 팀에게, 우리가 본래 같은 목적과 같은 맥락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이어 주는 자리여야 합니다.

만약 그 연결마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갈등은 머지않아 일에서 사람으로 옮겨 갑니다. 5단계, 체면 손상입니다. 회의 중에는 "그 아이디어는 별로입니다"라고 말하던 사람이, 문을 나서면 "그 사람은 원래 책임감이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비판의 과녁이 행동에서 존재로 옮겨 가는 순간 신뢰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함께 잘해냈던 기억은 흐려진 채 상처받은 장면만 또렷이 남습니다. 이때 임원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재는 저울이 아니라, 사람과 행동을 다시 떼어 놓는 질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그 질문의 틈마저 닫히면, 갈등은 힘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KPI는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그 예산은 승인할 수 없습니다." "대표님께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6단계, 위협 전략입니다. 설득은 사라지고 압박만 남은 조직에서 사람들은 점점 말을 아끼고, 성과는 소리 없이 가라앉습니다. 임원은 이제 조정자를 넘어 조직의 질서를 회복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갈등의 뿌리를 캐기 전에, 협력이 다시 가능하도록 모두가 지켜야 할 공통의 원칙과 규범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내려서면,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가 함께 무너지기를 바라기 시작합니다. 영업은 생산이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무리한 일정을 밀어붙이고, 생산은 고객의 불만이 쌓일 것을 알면서도 손을 놓아 버립니다. "나만 힘들 수는 없지, 저쪽도 힘들어야지." 7단계, 제한적 파괴입니다. 조직의 성과보다 상대를 이기는 일이 더 중요해진 이 지점부터는 임원 혼자 감당하기 어렵고, HR과 조직개발(OD)의 공식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갈등이 멈추지 않으면 그것은 조직 전체로 번져 8단계, 분열에 이릅니다. 사람들은 특정 팀과 일하기를 꺼리고, 회의는 형식만 남은 의례가 되며, 가장 먼저 떠나는 것은 대개 가장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조직은 서로 닿지 않는 작은 섬들로 흩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9단계, 함께 무너짐에 이르면 더 이상 승자는 남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는 좌초하고 고객은 떠나며, 상대를 무너뜨리려던 모든 시도는 끝내 자기 자신과 조직 전체를 함께 무너뜨립니다. 글라슬은 이를 Lose-Lose라 말합니다.

이 아홉 개의 계단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갈등관리의 골든타임은 갈등이 커진 뒤가 아니라, 갈등이 아직 말이 될 수 있을 때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말을 멈추고, 메일로만 소통하고, 회의에서 조용해지기 시작하는 그 무렵 말입니다. 갈등이 가장 작을 때는 언제나 가장 잘 보이지 않을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분명합니다. 팀장은 갈등을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아직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 끊어지려는 대화를 이어 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임원은 판사가 아니라, 피터 호킨스(Peter Hawkins)의 말처럼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누가 잘못했는가?"보다 "우리 조직에서는 왜 이런 대화가 사라졌는가?"를 묻는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HR은 갈등을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이 자라지 않는 토양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AI 시대에는 이 골든타임이 더욱 짧아질지도 모릅니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잇고 의사결정을 정교하게 돕지만, 침묵의 의미는 읽지 못합니다. 회의에서 누군가 입을 다무는 이유를 헤아리지 못하고, 관계 속에서 조용히 자라는 서운함을 알아보지 못하며, 모호함이 갈등으로 굳어 가는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갈등이 아직 꽃봉오리일 때 그것을 발견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저는 갈등이 꽃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활짝 피어난 뒤에는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정원사는 꽃이 피기 전, 작은 봉오리를 먼저 알아봅니다. 갈등도 그렇습니다. 폭발한 갈등을 수습하는 리더보다, 아직 말하지 못한 감정과 침묵이라는 작은 봉오리를 먼저 발견하는 리더가 더 건강한 조직을 만듭니다.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지 않습니다. 침묵으로 시작해 해석으로 자라고, 편 가르기로 번지며, 끝내 조직 전체를 흔듭니다.

갈등관리의 골든타임은 갈등이 커졌을 때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에게 말을 멈추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좋은 리더는 시든 꽃을 치우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피지 못한 꽃 한 송이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두 글이 겹치던 4단계와 결론부는 하나로 합치고, 사례 속 임원의 늦은 개입을 4단계 서술에 녹여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이었습니다. 5~9단계는 "만약 방치된다면"의 흐름으로 압축해 사례의 긴장을 이어 가게 했습니다. Word 파일로 정리가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혜담
코치혜담
Conerstone Coaching Lab
삼성전자, GE, SKT, 피에스앤마케팅과 같은 회사에서 리더십, 조직개발,코치육성,마케팅영업교육과 같은 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한국형리더십코칭을말라하다(2023)외 ESG2050(2023등의 공저자이자 경영, HR컬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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