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리더는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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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리더는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까

온유한 리더는 약한 리더가 아닙니다. 가장 강한 순간에도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리더입니다.
리더십리더임원CEO
ce
GraceSep 21, 2026
2817

“친절하게 대하면 호구가 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배려했다가 그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따뜻하게 말하면 만만하게 보일 것 같고, 한 번 양보하면 계속 물러서야 할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반복되는 경험으로 이 말이 진리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친절해서 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친절하지 않았더라도 나를 함부로 대했을 이상한(?) 사람을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 해외여행을 앞두고 면세점에 들렀습니다. 편하게 이동하려고 화장하지 않은 얼굴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돋보기안경을 쓴 차림이었습니다. 지도교수님께 선물할 양주를 사기 위해 고급 양주 코너에 들어갔습니다.

직원이 물었습니다.

“어떤 양주를 찾으시나요?”

문장만 보면 친절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보는 눈빛을 보는 순간, 그 말은 전혀 다르게 들렸습니다.

‘당신이 이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인가요?’

직원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눈빛과 표정은 말보다 먼저 무시하는 태도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양주를 사고 싶었던 마음까지 사라졌습니다.

똑같은 문장도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말투에 따라 관심이 되기도 하고 무시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 같은 문장을 여러 상황으로 바꾸어 연기하는 영상이 유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밥 먹었어?”라는 말은 따뜻한 관심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표정이나 비꼬는 말투가 더해지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이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이론이 앨버트 메러비안의 7·38·55 법칙입니다. 감정이나 호감과 관련된 말에서 언어와 비언어 신호가 서로 어긋날 때, 상대가 받는 인상에는 말의 내용이 7%, 목소리의 어조가 38%, 얼굴 표정이 55%의 비중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 비율을 “모든 의사소통에서 말의 내용은 7%밖에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원래 연구는 감정과 태도, 특히 호감과 비호감을 표현하는 짧은 메시지에서 말과 목소리, 얼굴 표정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사실이나 지식, 복잡한 업무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대화에 그대로 적용되는 공식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이론이 리더에게 주는 통찰은 분명합니다.

사람은 리더가 무슨 말을 했는지만 듣지 않습니다. 그 말을 어떤 태도로 했는지 함께 읽습니다.

리더가 “편하게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하면서 표정을 굳히고 있다면 구성원은 말보다 표정을 믿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한 뒤 실제 실수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책한다면, 구성원은 다시는 그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리더의 메시지는 내용과 태도가 일치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언제나 부드럽고 친절하기만 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든 요청을 받아주고, 갈등이 싫어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지 않으며,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어려운 결정을 미루는 리더는 친절할 수는 있어도 좋은 리더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방치하면 성실한 사람이 피해를 봅니다.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피하면 구성원은 자신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기준 없는 친절은 때로 불공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선 <온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유>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조용하고 착하며 잘 참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온유는 무기력하거나 기가 죽은 상태와 다릅니다.

온유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길들여진 힘입니다.

야생마는 길들여진 뒤에도 힘을 잃지 않습니다. 다만 그 힘을 언제 사용하고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달려야 할 때는 온몸으로 달리지만 고삐가 당겨지면 멈춥니다.

온유한 사람도 그렇습니다.

말할 힘이 있지만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화를 낼 수 있지만 분노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권한이 있지만 자신을 과시하는 데 사용하지 않습니다.
잘못을 바로잡되 사람의 존엄까지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온유는 힘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힘과 충동을 다스릴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성경을 보면 이집트 왕자 모세를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온유한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누나 미리암과 형 아론이 모세를 비방했지만, 최고 권력을 가진 모세가 직접 보복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리암에게 벌이 내려지자 모세는 하나님께 치료를 간구합니다.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위해 간구하는 것은 약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감정대로 되받아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멈출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리더에게도 이런 힘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불편한 표정 하나와 차가운 말투 한마디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구성원은 그러한 장면을 통해 이 조직에서 무엇을 말해도 되고 무엇을 숨겨야 하는지 학습합니다.

반대 의견을 말해도 되는지,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해도 되는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도 되는지를 리더의 태도에서 판단합니다.

그래서 리더에게 온유함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권한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온유한 리더는 사람에게 친절하되 기준에는 단호합니다. 실수에는 배움의 기회를 주되 반복되는 무책임은 방치하지 않습니다. 다른 의견은 존중하지만 인격적인 공격은 멈추게 합니다. 구성원의 상황을 이해하되 구성원이 져야 할 책임까지 대신 지지는 않습니다.

친절하되 휘둘리지 않습니다.
단호하되 모욕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말을 듣되 기준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온유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이 아닙니다.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절제입니다.

리더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화가 나는 순간이 아니라, 화가 난 상태에서 자신의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평가에 불이익을 주며, 상대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온유한 리더는 그 힘을 가지고도 감정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실을 먼저 확인하고, 상대의 설명을 들으며, 문제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만큼만 사용합니다.

좋은 리더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슨 말을 언제, 어떤 태도로 해야 상대가 무너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말의 내용이 옳은지만 확인하지 않고, 그 옳은 말이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전달되는지도 돌아봅니다.

친절하면 정말 호구가 될까요?

친절과 자기 포기는 다릅니다. 배려와 복종도 다릅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과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전혀 다른 일입니다.

온유한 사람은 상대를 존중하면서 자신도 존중합니다.

따뜻하게 말하면서도 “그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도움을 주면서도 “이 부분은 당신이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경계를 세웁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감추는 대신, 사람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진실을 말합니다.

결국 리더의 온유함은 부드러운 말투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서 드러납니다.

구성원이 실수했을 때, 자신의 의견에 반대했을 때,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자신의 자존심이 상했을 때 비로소 리더의 온유함이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리더가 평온할 때 건넨 친절보다, 화를 낼 수 있었지만 절제한 순간을 오래 기억합니다. 몰아세울 수 있었지만 먼저 사정을 물었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사람의 존엄은 지켜주었던 태도를 기억합니다.

온유한 리더는 약한 리더가 아닙니다. 가장 강한 순간에도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리더입니다.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누르지 않고, 친절을 베풀면서도 기준과 경계를 지키는 사람.

저는 그런 리더가 진정으로 강한 리더라고 생각하며, 그런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ce
Grace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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