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님이 무슨 생각인지 아세요?
구성원에게 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은 대개 리더가 없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 나오는 팀은 이미 일보다
해석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팀일 겁니다.
얼마 전 SNS에서 이런 문구를 봤습니다.
모든 계획을 설명하려 하지 마라.
강한 자는 떠들어서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
조용히 준비하고 조용히 커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로 압도한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의 책 어디에도 이 문장은 없습니다.
누가 썼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이런 문구가 마키아벨리의 이름을 빌려
퍼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리더를 원한다는 뜻이거나
이런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처세로 읽으면 이 문구는 나쁘지 않습니다.
말을 아끼고 준비하고 결과로 보여주는 것
문제는 이것이 리더의 자리로 옮겨질 때입니다.
결과로 압도하는 리더 아래에서 조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이 글은 그 비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저도 인정합니다 이 문구가 리더에게 매력적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계획을 설명하지 않으면 계획이 틀렸을 때 그것을 지적할 사람도 없습니다.
과정을 열지 않으면 과정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사람들은 결과만 기억합니다.
그 사이의 침묵은 준비로 해석되고 리더는 강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특히 새로 리더가 된 사람에게 이 방식은 안전해 보입니다.
아직 자기 판단에 확신이 없는데 그 판단을 미리 열면 흔들리는 것이 드러납니다.
차라리 조용히 하다가 결과로 말하자.
저도 팀장이 됐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설명하는 것보다 결과를 내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이 믿음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는 계산되지 않은 비용이 있습니다.
그 비용은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이 치르기 때문에 리더에게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리더가 계획을 설명하지 않을 때 구성원이 하는 일은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추측하는 것입니다.
팀장이 오늘 회의에서 왜 그 안건을 넘겼는지,
지난주와 다른 말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저 지시가 위에서 내려온 것인지 팀장의 생각인지,
이런 질문에 답이 없으면 구성원은 답을 만들어냅니다.
점심시간에 만들고 메신저에서 만들고 퇴근길에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답은 대개 사실보다 나쁩니다.
사람은 정보가 없을 때 최악을 가정하는 쪽으로 기울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눈치라고 부릅니다 눈치가 많은 조직은 일이 느립니다.
리더의 의도를 확인하는 데 한 번, 그 의도에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데 한 번,
일 하나에 두 번의 확인이 붙습니다.
그리고 확인이 어려우면 아예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과로 압도하는 리더 아래에서 구성원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움직였다가 리더의 결과와 다른 방향이었을 때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보여주는 리더에게서 구성원이 배울 수 있는 것은 결과 뿐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결과에 이르는 판단입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버렸는지,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바꿨는지, 왜 그때 기다렸는지,
이것이 열리지 않으면 구성원은 리더 곁에서 몇 년을 일해도 리더처럼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과로 압도하는 리더 아래에서는 후계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실행자는 나옵니다 리더의 결정을 받아서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은 길러집니다.
그러나 리더가 없을 때 리더처럼 결정할 사람은 길러지지 않습니다.
조직은 점점 리더 한 사람에게 묶입니다.
리더는 그것을 자기 존재감으로 느끼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위험입니다.
결과로 압도하는 리더가 떠나면 결과도 같이 떠납니다.
저는 뛰어난 성과를 내던 팀장이 이동한 뒤 그 팀이 무너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팀원들은 우수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판단을 해본 적이 없었을 뿐입니다.
팀장의 결정을 기다리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갑자기 결정을 하라고 하니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팀장은 훌륭한 성과를 남겼지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남기지 못했습니다.
리더가 과정을 숨기면 구성원도 과정을 숨깁니다.
리더가 계획을 말하지 않는데 구성원이 자기 고민을 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더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구성원이 자기가 막힌 지점을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조직은 리더가 하는 대로 합니다 리더가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이렇게 되면 문제는 결과가 되어서야 드러납니다.
과정에서 잡을 수 있었던 것이 결과에서 터집니다.
그때는 늦습니다. 어떤 분의 연구에서 구성원이 실수나 우려를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문제를 더 일찍 발견하고 더 많이 배운다고 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말이 이제는 흔해졌지만 그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리더가 먼저 자기 과정을 여는 것입니다.
리더가 열지 않은 것을 구성원이 열 수는 없습니다.
결과로 압도하는 문화의 가장 큰 비용이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 전체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곳이 됩니다.
조용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실은 문제를 안고 가는 조직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설명하라는 것은 아니다
반대편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리더는 결정을 못 합니다.
옵션을 전부 열고 의견을 전부 듣다가 회의가 결정을 대신합니다.
구성원은 리더가 무슨 생각인지는 알지만 무엇을 할지는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도 비용입니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합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결정의 기준과 이유는 엽니다.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지, 왜 이 방향을 택했는지..
이것은 구성원이 스스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정보입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옵션은 아낍니다.
리더의 머릿속에서 저울질 중인 대안을 전부 꺼내면
구성원은 그 대안마다 대비를 시작합니다 그것은 설명이 아니라 노이즈입니다.
즉 문구의 모든 계획을 설명하려 하지 마라는 절반만 맞습니다.
계획의 옵션은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계획의 기준은 설명해야 합니다.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리더가 결국 결과로 압도하는 리더가 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관찰한 결과를 내면서도 조직을 침묵시키지 않는 리더들의 공통점입니다.
첫번째, 결정 전에 기준을 말합니다.
이번 건은 비용보다 속도를 볼 겁니다.
이 채용은 경력보다 우리 방식에 맞는지를 볼 겁니다.
결정이 나기 전에 기준이 먼저 나오면 구성원은
결정을 예측할 수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준비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결정 후에 이유를 말합니다 짧아도 됩니다.
A로 갑니다. B가 더 빨랐지만 리스크가 우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있으면 구성원은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할 재료를 얻습니다.
세번째, 결과 후에 복기를 엽니다
잘된 것과 안 된 것을 같이 말합니다.
특히 안 된 것에서 리더 자신의 판단 착오를 하나는 말합니다.
리더가 자기 실수를 말하는 순간 구성원이 자기 실수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이 세 가지에 걸리는 시간은 다 합쳐도 몇 분입니다.
결과로 압도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가 듭니다.
다만 리더의 판단이 노출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것을 견딜 수 있느냐가 결국 이 문제의 전부입니다.
문구의 마지막 줄은 이렇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자가 결국 시끄러운 자의 위에 선다.
개인의 처세로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다릅니다
침묵하는 리더 아래에는 결국 아무도 서 있지 않게 됩니다.
판단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과 먼저 움직이지 않는 법을 배운 사람들과
문제를 결과가 될 때까지 안고 가는 사람들만 남습니다.
리더는 결과를 냈지만 조직은 남지 않습니다.
리더의 존재는 결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가 없을 때도 조직이 리더처럼 판단할 수 있느냐로 증명됩니다.
그것은 조용히 준비해서 압도하는 방식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기 판단을 열어 보이는 불편함을 견디는 방식으로만 만들어집니다.
지금 구성원이 리더의 다음 결정을 예측할 수 있나요?
예측할 수 없다면 그들은 지금 일 대신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