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월의 저녁)
태풍이 지나간 뒤쪽의 하늘은
힘든 여운으로 늘어져 간다.
오랜만에 앉아 바라 본 동네 저녁은
마치 몇년 만에 몰래 돌아온 적막산골 같다.
옆집은 추석 가족맞이로 소리없이 조용하고
앞집은 아무도 없어 조용하다.
나 또한 그저 구월을 지나치고 있다.
길을 잃지는 않았지만 헤매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유일하게 잃지 않은 건 초 가을 노을 빛 같다.
곧 노을이 잠든 어두운 저녁이 오고
난 어두움 속에서 희미한 길을 찾을 것이다.

[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있다. 나도 또한 마찬가지다.
스스로에게 길을 잃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것들이 넘쳐 더 이상 담고있기 어려울때, 뱉어내기도 한다.
데크 위에서 바라본 석양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를 위안해 주기도 하고 또 꾸짖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항상 같은 모습이 아님을 알면서도 매번 달라지는 내 마음의 굴곡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뜬금없이 왠 싯 구절이지? 뭔가 힘든거 같아 보인다 하면서도 뭐지? 의아해 하실 것 같습니다. 필자는 출퇴근이 너무 멀어 잠시 서울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산 중턱 전원주택에서 20년 넘게 오랫동안 생활을 했었습니다. 산에서 바라본 노을은 여지없이 멋있습니다.
이 내용은 몇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회사에서 많은 일들로 힘들었었고 하늘과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서 여러모로 곱씹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절의 마지막 내용처럼 희미한 길을 찾아서 다시 원래대로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2년 전쯤 어느 늦은 저녁 퇴근 후 쉬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습니다. 모바일 넘어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축 쳐진 모습을 영락없이 연상하게 했습니다. ‘형님,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말에서 직감을 했습니다. 이 후배 분은 년말 조직개편에서 팀장 포지션에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십여 년간 리더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해왔지만 조직에서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상사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을 수도 있겠고,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당장 해 줄 수 있는 위로 보다는 조만간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후배는 팀장 포지션에서 내려와야 하는 창피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이 무엇 일지에 대한 방향 등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수년 동안 팀장 자리에 있으면서 있었던 여러가지 상황과 문제, 관계 등에 대한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었습니다. 들으면서 앞으로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지에 대한 몇몇 질문들도 했습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명확해지는 몇 가지 지점이 있었습니다. 1)올라가더라도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2) 그것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이다. 3) 남들과 다른 차별적인 것이 무엇일지 찾아야 한다. 4)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정리해야 한다. 등 이었습니다. 그 부분을 기준으로 스스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성찰하고 나서 얼마 뒤에 만나서 다시 얘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후배 분은 이직하는 것 보다는 몇년 간은 회사에서 멤버로 있으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기성찰을 기반으로 코치로서 역할과 역량을 발휘하는 것 , 해당 사업조직의 이해를 바탕으로 BP로서의 역할을 통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조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는 것에 집중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격려의 말과 함께 종종 만나서 살아가는 얘기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1~2년 뒤 최근의 모습을 보면 코치로서의 훨씬 높은 내공을 가지게 되었고 기존에 팀장으로서 하지 못했던 전문성의 깊이와 확장을 해나가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저의 멘토가 되어주세요]
또 다른 에피소드는 성장과 포지션에 대한 열망이 큰 후배 분에 대한 얘기입니다. 해외에서 공부를 했고 국내 외국계 기업에서 홍보/마케팅, 영업 분야에서 일을 해왔고, 몇몇 대기업을 거쳐서 중견기업 임원으로서 해외영업 총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수년 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 후배 분은 승진 시점, 핵심인재/해외 주재원 선발 전 후, 타 회사로 이직 고민 할때 마다 자신의 포지션과 역할 및 방향성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민을 얘기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보지 못한다면 전화로도 얘기를 나누고 이직의 경우에도 그 회사 경영진 및 업무 역할과 관련된 culture fit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어보고 적절한 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몇몇 피드백한 내용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또 물어보는 분이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제가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본인은 여러가지 생각도 깊고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어떤 사안들에 대해서 자신의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또 질문하는지? 였습니다. 그 후배 분은 자신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역량과 전문성이 있지만 모든 분야를 알 수 없기도 하고 특히, 사람, 관계, 조직운영 등 복잡하고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멘토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질문하고 조언을 듣는 것이 본인에게도 매우 좋은 경험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향후, 회사를 경영하는 위치에 있게 되었을 때 그런 것들이 축적되어 좋은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배 분은 지금 어려움에 빠져있는 중견회사 대표로 선임되어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를 정상화하고 성장 시켜야 하는 과정 속에서 그 분은 분명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조직에서 잘 발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기도 합니다. 소위 ‘경험의 학교’라는 어느 조직에서 있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 지금은 어디인지 등에 대해서 잊고 살아갑니다. 그동안 잊고 살았음에 대한 것을 들키지 않아왔는데 그제서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용기도 필요하고 어떻게 얘기할지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 할 것입니다.
털어놓을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소중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려울 때 힘들 때 오픈하고 자신의 생각을 들어줄 멘토나 코치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스스로 그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기록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치고 계시는지요?
AI 시대에 문제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해야하고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도출해 냄으로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더욱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박함과 냉철함으로 커버할 수 없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이 있고 자신이 먼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잘 들어주고 의미를 얘기해 줄 수 있는 멘토나 코치가 되어 복잡한 세상의 여러 일들을 좀 더 유연하게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