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온보딩 2 ] 스며드는 것이 먼저다](https://cdn.offpiste.ai/images/articles/1319/cover/ae50c03e-0822-41da-858a-0796be311afb_4.png)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면 많은 경력직들이 같은 실수를 한다. 전 직장에서 성공했던 방식을 꺼내 든다. 자신의 자리가 리더나 팀장이라면 회의에서 먼저 말한다. "저는 예전 회사에서 이렇게 했는데요"라는 문장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빠르게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 자신을 입증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결과는 종종 반대 방향으로 간다.

경력직 채용의 역설
경력직 채용의 역설이 있다. 회사는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성공 경험과 역량을 보고 채용한다. 그 경험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 경험을 꺼내면 불편해한다. 논리적으로는 이상하게 들리지만, 현장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모든 회사 조직에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 실패를 다루는 분위기,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암묵적 규칙. 이것들은 입사 후 받는 온보딩 교육에서도, 취업규칙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외부에서 온 신규입사자들은 그 존재 자체를 처음엔 인식하지 못한다. 경력이 많을수록 이 함정에 더 깊이 빠진다. "나는 이미 다양한 회사에서 경험을 했고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확신이 관찰을 막는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움의 문이 닫힌다. 그래서 스며드는 것이 먼저다.
스며든다는 것은 먼저 이해하겠다는 태도다
스며든다는 말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조직에 맞춰 자신을 지운다는 뜻이 아니다. 낮은 자세로 무조건 따른다는 뜻도 아니다. 스며드는 것은 먼저 이해하겠다는 태도다. 이 조직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왔는지, 어떤 언어로 소통하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시간이다. 판단은 그 이후에 한다. 개선 제안도 그 이후에 한다. 흡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길수록 이후의 기여가 정밀해진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해온 박곰돌 팀장은 디지털 마케팅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HR에 자부심이 있었고, 책도 많이 읽은 사람이었다. 입사하자마자 전 직원과 점심 원온원 미팅을 진행했고, 입사 30일 만에 HR 전반에 대한 기획서를 대표이사 결재를 받아 전사에 발표했다. 내용은 훌륭했다. 필요한 것도 빠짐없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생겼다. "따르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문제는 기획서가 아니었다. 신뢰가 쌓이기 전에 나온 변화는 기여가 아니라 압박으로 읽혔다. 성과는 관계 위에 쌓인다. 관계가 없으면 성과는 허공에 뜬다. 새 조직에서 신뢰는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이전 직장의 이력서가 신뢰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늘 이 팀 안에서 보인 태도, 말의 방식, 반응이 신뢰를 만든다.
경력직이 새로운 회사에 스며드는 방법
이직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처음 한 달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그 한 달이 이후 몇 년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하는가.

첫째, 말보다 먼저 듣는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기 전에 분위기를 읽는 것이 발언보다 중요한 시기가 있다.
둘째, 관계를 넓히는 데 시간을 쓴다. 팀장이나 직속 상사만이 아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커피를 권하고, 슬랙 메시지 하나에 정성껏 답한다. 작은 교류가 신뢰의 단위다.
셋째, 질문으로 배운다. "왜 이렇게 하나요?"라는 질문은 비판처럼 들릴 수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는 배우려는 태도로 읽힌다. 질문의 언어가 관계를 결정한다.
스며든 뒤에야 바꿀 수 있다
조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그 조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내부의 언어를 쓸 수 있어야 하고, 어떤 맥락에서 어떤 말이 받아들여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안이 아이디어가 아닌 대안으로 들린다. 그래야 비판이 아닌 개선으로 읽힌다.
경력직의 강점은 경험에 있다. 그 경험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시점은 입사 첫 달이 아니다. 조직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를 쌓은 뒤, 경험을 맥락에 맞게 꺼낼 수 있을 때다. 스며드는 것은 양보가 아니다. 더 깊이 기여하기 위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