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벼운 주제의 외부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강의였음에도, 강사의 탁월한 전달력과 정교한 키워드 선택은 제게 깊은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조직 내 연차가 쌓이고 직책자로서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시간의 기회비용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가벼운 강의일지라도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고, 스스로 의미를 찾고자 했던 그 진정성이 뜻밖의 울림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저를 사로잡은 명제는 이것이었습니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경험의 가능성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험하지 않으면 생각이 변하지 않고,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행동 또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 인수인계에서 발견한 '경험의 온도 차'
최근 조직 내 인원 변동으로 업무 인수인계 과정을 지켜보며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과업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업무의 성격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말하는 ‘과업과 담당자의 궁합’이 실재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수인계를 중개하는 입장에서 보니, 전임자가 쌓아온 데이터 기반의 조언이나 노하우가 신임 담당자에게 전달될 때 발생하는 '인식의 온도 차'가 뚜렷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명제처럼, 전임자의 '경험'이 신임자에게는 아직 '추상적 정보'에 불과하기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뇌의 가소성,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그리고 확증 편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기에 기존의 경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정보만을 근거로 판단하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가 생각과 행동의 임계점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HR의 기능: 직접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는 '설계'
그렇다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거나 "경험한 만큼만 행동한다"는 한계에 머물러야 할까요? HR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개발(Development)'의 관점에서 다시 고민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글, 영상, 교육 등 간접 경험을 통해 성장합니다. 직접 경험 만을 맹신한다면 간접 경험이 가진 확장성을 간과하게 됩니다. 때로는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처럼, 행동을 강제함으로써 거꾸로 생각이 변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운동하기 싫은 날 일단 체육관에 발을 들이면 운동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학습 조직의 관점에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수가 아닙니다. 수많은 작은 성공(Small Win) 경험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의 범위를 넓히도록 유도하는 과정입니다. 기존의 견고한 생각 체계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스며들게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제게 있었던 가벼운 일상 소재의 교육 경험이 불러주었던 생각의 소용돌이입니다.
자발적 동기부여 되어 투자한 그 시간이 스스로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오길 바라는 한 수강생의 마음에서 비롯된 생각과 그 울림의 기록입니다.
여전히 학습 과정에서 수동적이고 낮은 몰입도의 학습자를 변화 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일 것 입니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타인의 경험/지식 체계에 균열을 내어 새로운 경험/지식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드는 작업이다.”
“경험하지 못한 자에게 경험을 가르치는 것은 보지 못하는 자에게 색깔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설득이 아닌 체험의 설계로의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