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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비대칭, 우리가 진짜 맞춰야 할 것

경험의 비대칭, 우리가 진짜 맞춰야 할 것

건강한 조직문화는, 결국 다름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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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anJul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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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에서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누군가 어떤 과제를 기대만큼 잘 해내지 못했을 때, “왜 이렇게 하지?”, “이건 기본 아닌가?”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럴 때마다 한 가지를 떠올립니다.
사람마다 쌓아온 경험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우리는 종종 그 차이를 능력의 차이로 오해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동료는 비슷한 일을 여러 번 해본 사람일 수 있고, 또 다른 동료는 그 일을 처음 겪는 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그것을 잊은 채,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처럼 기대하고, 판단하고, 실망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평가 방식만 보더라도 차이는 명확합니다. 어떤 사람은 OKR 방식에 익숙하고, 또 다른 사람은 KPI 중심의 평가 체계에 익숙합니다. 연간 목표 설정 방식이나 MBO 기반에서 일해온 사람도 있죠. 용어부터 기준, 피드백에 대한 기대치까지 제각기 다르지만, 지금은 모두가 같은 팀 안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화적 배경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업무 방식, 속도, 리스크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다릅니다. 여기에 산업군이나 도메인까지 다르면 그 간극은 더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처럼 규제가 엄격한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과, 빠른 실험과 실패를 중시하는 IT 환경에 익숙한 사람은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이 조직 안에서 ‘경험의 비대칭’을 만들어냅니다.
겉으로는 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해의 깊이, 문제를 해석하는 관점, 일에 접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 비대칭은 곧 오해로, 위축으로, 때로는 신뢰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A는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과거에 여러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만, B는 그 구조 자체가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더나 동료가 이 배경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 보고 판단하면, B는 ‘내가 부족한가?’라고 위축되고, A는 ‘왜 이렇게 느려?’라는 불만을 품게 됩니다.
틀린 사람이 없는데, 긴장감과 거리감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특히 저는 리더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가 ‘이건 기본이지’, ‘왜 이걸 모르지?’라는 신호처럼 비춰지면, 구성원은 질문을 삼가고, 이해하지 못해도 넘어가려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학습보다는 눈치와 회피의 문화가 자리 잡고, 결국 성과보다 중요한 신뢰와 팀워크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건 당연한 거야”, “이 정도는 알겠지” 같은 전제가 조직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아무도 “모릅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배우기보다는 들키지 않기 위한 일에 집중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건강한 성장은 멈춥니다.

반대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네” 같은 말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질문을 던질 때도 ‘내가 아는 걸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의 관점을 듣고자 하는’ 태도로 접근하면 대화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이는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경험의 비대칭’을 전제로 한 소통 방식입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배경지식과 맥락을 갖고 일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묻고, 더 천천히 설명하며, 더 함께 가려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비로소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경험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입니다.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조직만의 기준과 방식이 필요합니다.

누가 어떤 시스템에 익숙했는지가 아니라,지금 이 회사에서 어떤 원칙과 태도로 일하는지를 공유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각자의 익숙함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Core Value와 일하는 방식이 기준이 되는 조직.
그런 조직이야말로 공정한 문화를 만들고, 빠르기보다 건강한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조직은,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출발했고, 다르게 배워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고, 속도를 재기보다 방향을 맞추려는 태도가 지금의 조직을 더 안전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가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걸음에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일 아닐까요.


an
vivian
12년 차 HRer로 조직과 사람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합니다. HR이 단순한 지원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과 깊이 연결될 때 조직이 진정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과 조직, 그리고 비즈니스가 함께 나아가는 길을 탐색하며,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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