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사람의 고유한 성격이나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일정 부분 결정되어 있어, 외부의 개입이나 노력으로는 본질을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보통 상대방의 단점이나 문제 행동을 고쳐 주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실패로 끝난 사람들에게서 주로 들을 수 있다. 이 말의 기저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오히려 스스로의 감정과 시간만 소모하게 된 씁쓸한 경험이 깔려있다. 심리학적으로도 인간의 타고난 기질(Temperament)과 성격(Personality)은 평생 잘 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니, 일견 맞는 말 같아 보인다. 하지만, 기질과 성격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 차원에서까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만약 리더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그 조직에서 빨리 탈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리더십을 말할 때 보통 역량, 스킬, 경험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그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마인드셋이다. 리더의 메시지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 수도,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차이는 리더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 전제, 즉 마인드셋에서 시작된다.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은 마인드셋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Fixed Mindset은 사람의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여기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피드백은 "자신의 근본적인 능력에 대한 평가"로 여기며, 성공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타고난 능력의 결과로 간주한다. 실패는 "극복할 수 없는 제약이나 한계를 암시하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들은 도전을 피하고, 쉽게 포기하며, 결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이 고정되어 있고 노력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믿는다.
반면 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들은 "지능은 개발될 수 있다"고 믿고, 학습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도전을 받아들이고, 역경에 직면해서도 끈기 있게 노력한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실패로부터 배우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다. 피드백과 실패는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로 여기며, 경험과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리더가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조직에 보내는 메시지가 달라진다. 리더의 말투, 질문, 피드백, 회의 진행 방식, 실패를 다루는 태도는 구성원에게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다. 예를 들어 Fixed Mindset을 가진 리더는 대체로 사람을 빠르게 평가한다. 한번 실수하면 더이상 맡기지 않고, 질문이 많으면 준비가 부족하다고 여기며, 성과가 나쁘면 역량 부족으로 단정짓는다. 이런 조직에서 구성원은 점점 안전한 답만 말하게 된다. 도전보다 방어를 택하고, 학습보다 체면을 지키려 한다.
반면 Growth Mindset을 가진 리더는 사람의 현재 모습보다 가능성에 주목한다. 실수를 책망하기 전에 무엇을 배웠는지 묻고, 결과만 보기보다 과정에서 어떤 시도를 했는지 살핀다. 그러면 구성원은 “여기서는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신호를 받는다.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한쪽은 침묵하는 조직을 만들고, 다른 한쪽은 학습하는 조직을 만든다.
리더의 마인드셋에 따라 구성원이 받는 시그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좀더 살펴보자.
Fixed Mindset의 시그널은 대체로 이렇다.
“틀리면 안 된다.”
“잘하는 사람만 인정받는다.”
“평가는 곧 낙인이다.”
“모르는 것은 드러내지 말자.”
반대로 Growth Mindset의 시그널은 다음과 같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점점 나아지겠지.”
“피드백은 공격이 아니라 성장의 재료다.”
“질문하는 사람은 준비가 안 된 사람이 아니라 배우려는 사람이다.”
“성과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질에서도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은 Growth Mindset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몇 가지 질문으로 점검해 볼 수 있다.
<도전과 실패에 대한 태도>
1. 우리 조직은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한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 리더는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누구의 잘못인가'보다 '무엇을 배웠는가'를 먼저 묻는다.
3. 우리 팀은 익숙하고 안전한 업무보다, 다소 어렵더라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업무를 선호한다.
4. 직원이 한번 실패하면 이후에도 지울 수 없는 낙인이라도 되는 듯 취급한다.(R)
<피드백과 소통 방식>
5. 동료나 상사의 피드백은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을 돕기 위한 조언으로 느껴진다.
6. 우리 조직은 성과가 뛰어난 사람의 비결을 공유하고 서로 배우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7. 리더는 구성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구체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 기회'를 언급한다.
<잠재력과 노력에 대한 믿음>
8. 우리 조직은 현재의 성과가 낮은 직원이라도 적절한 교육과 노력이 있다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9. 인사평가 시 결과(KPI 달성률)만큼이나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개선 과정이 중요하게 반영된다.
10. 리더는 구성원의 타고난 '재능'이나 '스펙'보다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학습 의지'를 더 높게 평가한다.
11. 나는 이 조직에서 일하며 1년 전보다 나의 직무 역량이 실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낀다.
12. 회사는 소수의 스타 직원이 이룬 성취를 추켜세우고 칭송한다.(R)
*(R)은 역문항
Growth Mindset을 이야기하면 주로 언급되는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화 전환을 이야기하며 “know-it-all보다 learn-it-all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연차보고서와 조직문화 관련 문서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학습을 우선하는 태도”, “실패에서 배우고 시간이 지나며 개선되는 방식”, “고정 마인드셋을 매일 직면하고 넘어서는 지속적 실천”으로 설명한다. 2025년 자료에서도 성장 마인드셋을 조직 진화의 출발점으로 다시 강조했다. 이는 성장 마인드셋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MS의 성과와 협업, 포용, 학습 문화를 묶는 운영 원리로 자리 잡아 왔다는 뜻이다.
리더에게 Growth Mindset은 왜 중요할까? 리더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성장을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은 리더의 눈으로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떠올려 보자. 리더가 “너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구성원은 거기서 멈춘다. 그러나 리더가 “앞으로의 너는 엄청 달라질거야”라고 말하면 구성원은 다시 도전할 힘을 얻는다.
성장 마인드셋은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다. 사람의 가능성을 쉽게 닫아버리지 않는 태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존중하는 태도, 실패를 끝이 아니라 학습의 일부로 다루는 태도다. 아직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가? 앞으로의 세상은 그런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리더를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 리더의 역량, 스킬, 경험을 논하기 전에 마인드셋을 먼저 점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