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뜨는 ‘기사 평가’ 항목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사에게도 손님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기사가 있듯, 다시 태우고 싶지 않은 손님도 있다. 양쪽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내는 경험을 한 방향에서만 평가한다면 절반만 본 셈이다.
기업의 리더십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리더만 교육하고, 리더만 깨닫게 하는 구조 속에서는 ‘리더십’이라는 관계적 역동이 한쪽으로만 흐르게 된다. 좋은 강의를 듣고 온 리더가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진 시각으로 구성원을 바라보더라도, 구성원은 그 맥락을 공유하지 못한다. 결국 서로의 언어가 엇나가고, 변화는 오히려 갈등과 저항으로 바뀐다. 리더십은 조직이라는 몸을 순환하는 혈액과 같다. 혈액이 머리, 팔, 다리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면 그건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리더십 교육은 여전히 직책별로 칸막이되어 있다. 임원 교육, 팀장 교육, 직원 교육이 서로 다른 시기, 다른 주제, 다른 강사로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한 조직 안에 세 개의 언어가 만들어진다. 교육 이후 같은 회의실에서 마주앉으면, 서로가 같은 단어를 다르게 이해한다. 리더는 ‘비전’을 이야기하고, 직원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둘 사이의 괴리를 ‘의지 부족’이나 ‘세대 차이’로 돌려버린다.
사실, 이같은 계층별 교육은 진행의 편의성과 고위급의 개입 최소화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행화되다보니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계속된다. 그러다보니 임원, 중간관리자, 직원별로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하는 교육 담당자까지 생기게 됐다.
불행한 문제의 근원은 교육 설계 자체에 있다. 리더십은 개인의 기술(skill)이 아니라 관계의 현상(presenc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육은 리더 개인의 역량 향상—피드백 스킬, 동기부여 대화법 등—에만 집중한다. 상대의 관점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관계를 바꿀 수 없다. 교육의 초점이 한쪽에만 있을 때, 리더십은 분절되고 애꾸눈이 되고 만다.
교육 협의 과정에서 ‘조직 이슈’가 부각되면 ‘강사님, 그냥 현재 제도 하에서 성과를 최대한 내는 방향으로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리더십 = 개인기’라는 통념이 판을 치고, 조직의 역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상당수 기업(대부분 거대 기업)에서 인사 조직 안에서 기능간 분절도 심각한 상황이다.
조직 내에서 리더십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상사에게는 팔로워십으로, 동료에게는 파트너십으로, 부하에게는 리더십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셋을 별개로 가르치는 것은 리더십의 본질을 애써 잘라내는 일이다. 리더십, 팔로워십, 파트너십은 결국 ‘영향력’과 ‘관계성’이라는 동일한 축 위에 놓여 있다.
이 점을 간과하면, 리더는 ‘이끌기만 하는 사람’으로, 팔로워는 ‘지시만 따르는 사람’으로, 파트너는 ‘돕기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실제로 탁월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리더는 그 신속한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 파트너십이 작동할 때 조직은 상하 관계를 넘어선 수평적 영향력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따라서 교육도 이 세 요소를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리더십을 리더만 배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에 속한 우리는 모두 리더이자, 팔로워이자, 파트너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눈치 보고, 협력할 대상이 있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교육훈련은 계속 진행 중이다. 리더십 교육이 집중되는 리더는 독박 리더십 상태가 되고, 교육에서 배제된 직원들은 수동적이거나 제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기업 교육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리더십은 매니지먼트보다 상위 개념이다.” 얼핏 그럴듯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모든 리더는 매니저이며, 모든 매니저는 리더다. 매니지먼트 없는 리더십은 공허하고, 리더십 없는 매니지먼트는 냉각된 시스템에 불과하다. 20세기 최고의 전략 연구가인 헨리 민츠버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Managers who don’t lead are quite discouraging, but leaders who don’t manage don’t know what’s going on. It’s a phoney separation that people are making between the two.” (Henry Mitzberg)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매니지먼트는 그 움직임을 구조화한다. 리더십이 영감이라면 매니지먼트는 실행이다. 두 개념을 구분해 이해하는 것은 좋지만, 완전히 분리하거나 위계를 세우는 순간, 조직 운영은 위험해진다. 아쉽지만 교육 역시 이러한 인식의 뿌리를 강화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리더십 과정에서는 ‘비전과 소통’을, 매니지먼트 과정에서는 ‘성과와 시스템’을 가르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두 영역이 끊임없이 맞물리는 살아있는 혼합체다. 따라서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를 모두 교육 받아야 한다. 역할과 책임에 따라 폭과 범위만 달라지면 된다.
“리더십은 매니지먼트로 형상화된다. 매니지먼트는 리더십으로 원활화된다.” (김진영)
해마다 교육 부서는 리더십 교육 계획을 세운다. 임원, 팀장, 직원 각자의 커리큘럼이 엑셀 시트에 나열되고, KPI에는 ‘수강생 만족도’ 항목이 들어간다.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 지표는 리더십의 본질을 측정하지 않는다. 강의가 재미있을수록, 수강생을 덜 피곤하게 할수록 만족도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십 학습은 불편해야 하고, 자기 확신을 흔들어야 하며, 때로는 반감을 일으켜야 한다.
현업 리더들은 투덜댄다. “바쁜데 교육은 무슨 교육이냐.” 하지만 그들의 불만은 교육이 쓸모없어서라기보다,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업무와 논의가 분리되고, 교육에서 다룬 이상이 실무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이 일과 연결되지 못하면, 그건 학습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 (교육훈련에 있어 HRD와 HRM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내년에도 많은 기업이 또다시 임원·팀장·직원 교육을 따로 계획할 것이다. 다른 내용, 다른 강사, 다른 장소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 속에서는 리더십은 계속 ‘교육의 대상’으로 머무를 뿐,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조직의 문화’로 변모하지 못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일방향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자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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