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매일 아침 출근하는 일이 즐겁고 신나며 설레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런 기분은 신입사원 시절의 며칠을 지나면 금세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하고, 사람을 만나고, 맡은 일을 해내며 또 하나의 하루를 살아냅니다.
그래서 매일 출근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입니다. 다만 자신이 얼마나 많은 날을 이겨냈는지 잘 모를 뿐입니다.
최근 함주원 작가의 <매일 출근하는 사람은 자신이 꽤 멋진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를 읽었습니다. 책에는 흔들리면서도 자기 삶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을 향한 짧고 다정한 문장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래 마음에 남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강한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닙니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도 아닙니다. 두려움과 무기력에 흔들리면서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강한 사람입니다.
직장생활도 그렇습니다. 일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고, 노력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 시기가 있습니다. 해결하려는 문제는 너무 크고 그 앞에 선 나는 한없이 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출근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무게를 들고 오늘 아침을 맞이합니다. 겉으로는 피곤한 얼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오늘도 견뎌내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고, 울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 어쩌면 이러한 불완전한 인간다움이 AI 시대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인지도 모릅니다.
함주원 작가는 2022년 9월, “그 누구도 회사 생활로 불행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으로 카페 커뮤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HR이 해야 할 역할과 리더가 가져야 할 사명도 이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도 회사 생활로 불행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회사 밖 카페의 대표만이 아니라 회사 안의 HR과 리더가 품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회사가 모든 사람을 언제나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습니다. 일에는 책임이 따르고, 때로는 불편한 피드백과 어려운 결정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회사가 적어도 누군가를 불필요하게 외롭게 만들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성과를 요구하면서도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고,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에게 “왜 못했습니까?”라고 묻기 전에 “무엇이 가장 힘듭니까?”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거창한 제도만이 아닙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었다는 경험, 지금의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기 편이 한 사람쯤은 있다는 믿음이 사람을 다시 걷게 합니다.
얼마 전 20년 장기근속상을 받았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회사와 함께 걸어왔다는 사실도 특별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함께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팀원들보다 다른 부서의 동료들에게 더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는 그러는 것 아니야’라는 말처럼, 매일 보는 사이에 굳이 축하해야 하느냐고 생각했을까요.
외부에서는 많은 칭찬과 축하를 받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충분한 축하를 받지 못하자 마음 한편이 이상하고 씁쓸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인정과 칭찬은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을 때 더 큰 힘이 됩니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가끔 만나는 사람의 성과에는 기꺼이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매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노력은 너무 익숙해져 쉽게 지나칩니다. 늘 잘해왔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축하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인정이 가장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리더와 팀원의 칭찬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함께 일하며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간을 지켜본 사람이 건네는 “정말 수고했습니다”라는 한마디에는 결과에 대한 평가 이상의 의미가 담깁니다.
그 말은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견딘 시간까지 알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함주원 작가의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다정함’이었습니다.
삶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날카로워지기 쉽습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누군가의 친절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작은 도움마저 거절하고 싶어집니다. 다정함은 마음이 넉넉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태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다정함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회의에서 말할 기회를 주는 것, 힘들어 보이는 동료에게 먼저 묻는 것, 잘한 일을 구체적으로 알아봐 주는 것, 실수한 사람을 곧바로 판단하기보다 한 번 더 사정을 듣는 것. 이런 작은 선택들이 조직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리더의 다정함은 기준을 낮추거나 무조건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을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하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책임 있게 건네는 것입니다. 때로는 솔직한 피드백이 다정함이 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것이 진짜 친절이 됩니다.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감사와 축하를 생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일수록 더 자주 고마움을 표현해야 합니다. 익숙함이 무관심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거창한 구호 속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도 내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몫을 감당하는 사람, 이름 없이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힘든 마음을 숨긴 채 누군가의 일을 돕고 있는 사람입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수많은 성과와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일도 있었고,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컸던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구체적인 숫자와 사건은 조금씩 희미해집니다.
대신 오래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힘든 순간에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 실패했을 때 다시 기회를 준 리더, 잘한 일을 알아봐 준 동료, 아무도 보지 않는 노력을 조용히 인정해준 사람입니다.
결국 사람을 지켜주는 것은 누군가의 다정함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받은 위로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전하는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리더라면 구성원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알아봐 주고, HR이라면 누구도 회사생활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까지 의심하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동료라면 축하해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섣부른 해답보다 따뜻한 질문을 건네고 싶습니다.
“많이 지쳤습니까?”
“정말 수고했습니다.”
“당신이 해온 일을 알고 있습니다.”
이 짧은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소나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서울에 있는 카페 커뮤트에 한번 들러보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겠다는 사명이 어떻게 공간과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힘과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해답을 대신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발견하도록 돕는 사람. 잘하라고 몰아붙이기보다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 멀리 있는 사람에게만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먼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늘 파도가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파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고 다시 잔잔한 곳으로 돌아오는 힘을 갖는 일입니다. 그때 누군가 내민 손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
회사 안에도 그런 손을 내미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회사생활로 불행해서는 안 된다고 진심으로 믿는 HR과 리더, 가장 가까운 동료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팀, 서로의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다시 걸을 용기를 건네는 조직이면 좋겠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우리는 이미 꽤 멋진 사람들입니다.
아프고 흔들리면서도 오늘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울면서도 걷고, 두려워하면서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스스로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자주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오늘도 이곳에 와준 것만으로 충분히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 버텨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멋진 사람입니다.
